건설업체 대표 J씨 9개월간 잠적에 각종 소문 나돌아
16억원 불법인출, 10억원대 횡령…지명수배만 11건

▲ 지난해 오창신협 직원과 공모해 예금 16억원을 불법인출해 도주한 건설업체 대표 조 모씨가 지난 10일 광역수사대 추적검거 전담반에 의해 강원도 인제군에서 검거됐다. 조씨를 조사하고 있는 흥덕서 수사과 경제팀 관계자는 "11건에 대해 지명수배됐던 조 씨가 자신의 혐의에 대해 대부분 인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지역 금융계에 큰 충격을 몰고 온 오창신협 불법인출사건의 장본인 건설업자 조 모씨(41)가 지난 10일 잠적 9개월 만에 붙잡혔다. 최근 수년간 지역에서 일어난 경제사건 가운데 피해 액수나 범죄수법 등에서 가장 큰 충격을 가져온 사건의 당사자가 잡히자 그간의 행적은 물론 항간에 떠돌던 소문들의 진위여부가 밝혀질 지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충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전국 최초로 주요 서민생활침해사범인 악성 지능·경제사범 수배자에 대한 추적검거 전담반을 편성 운영했다. 그 결과 9개월간 도피생활을 하던 조 씨를 은신해 있던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남봉리 한 빌라에서 검거했다.

전과 4범 조 씨, 행세는 사회지도층
조 씨는 오창신협 불법인출 사건 뿐 아니라 지인의 소개로 친분을 쌓게 된 박 모씨에게 당좌수표 6억 6100만원을 편취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 하도급업체에 공사대금을 지불하지 않는 등 표면에 드러난 것만 30억원대의 사기와 횡령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사기·횡령 협의로 조 씨를 조사하고 있는 흥덕경찰서 관계자는 조 씨가 대부분의 혐의를 순순히 시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원군 강내면 소재 초·중학교를 졸업한 조 씨는 청주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토박이다. 조 씨는 M건설과 J산업개발 등 3개 회사의 대표이사로 재직하며 폭넓은 대외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가 이미 사기와 관련 전과 4범인 점을 들어 그의 폭넓은 사회활동이 범죄를 저지르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오창신협 불법인출과 관련해서는 모 대학 최고경영자과정에서 만난 이들이 범죄의 대상이 됐다. 특히 그가 3년 전부터 흥덕서 행정발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는 점을 들어 잠적후 수사의 진전이 없자 “못 잡는게 아니라 안 잡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행발위는 서장을 비롯한 경찰 간부와 직접적인 교류가 가능한 경찰서 산하 단체 가운데 가장 권위 있는(?) 단체다.

결국 광역수사대의 검거로 이 같은 추측은 설득력을 잃었지만 여전히 그가 금융계 건설계 법조계 인사 등과 폭넓게 교류한 정황을 들어 피해규모도 드러난 것 이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기꾼 재물된 최고경영자들
조 씨는 지난해 함께 최고경영자과정 수업을 들은 동기를 중심으로 20여명에게 사기행각을 벌였다. 조 씨는 이들에게 “오창에 새마을금고를 설립하려 하는데 출자금이 필요하다”며 인근 신협에 출자금 명목으로 입금한 돈 20여억원을 신협 여직원과 공모해 불법인출했다. 당시 횡령 혐의로 구속된 여직원을 조사한 결과 도장과 대출전표 등을 위조하는 방법으로 돈을 인출했고, 불법 인출한 돈을 메우기 위해 다른 고객의 돈을 다시 인출해 일명 돌려막기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 씨가 말했던 새마을금고 설립도 시작단계에서부터 차명계좌를 개설하고 다른 고객 명의의 예금 1억원을 불법 인출하는 범죄를 저질러 폐쇄됐다.

오창신협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후 오창신협이 예금주들에게는 피해금액을 대신 지급해 예금주들은 금전적인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 씨는 또 지난해 10월 자신이 운영하는 J산업개발 사무실에서 박 모씨에게 “부동산 사업에 필요한 당좌수표를 빌려달라”고 속여 당좌수표 6억 6100만원을 편취하는 등 흥덕서에만 접수된 사건만 5건에 피해자는 41명에 이른다.

흥덕경찰서 관계자는 “총 31억 4000만원 상당을 편취·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조 씨는 흥덕서에 접수된 5건 외에도 청남·상당·진천서, 노동사무소까지 총 11건에 걸쳐 지명수배 중이었다.

조 씨는 또 지난해 11월에는 청주 대농지구 지웰시티아파트 단지 내 상하수도·토목공사 등을 하도급받아 시공하는 과정에서 횡령을 저질렀다. 조씨에게 하도급을 준 두진건설은 조 씨에게 공사비를 지불했지만 조 씨는 자재납품업체와 재하도급 업체들에게 공사비를 지불하지 않고 횡령했다. 피해를 본 업체만 40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조 씨는 최근 2년 새 자신이 구축한 인간관계를 이용해 연이어 범죄를 저질렀다. 2009년에는 진천군 초평면 은암리 일대에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며 모 종친 땅이던 임야를 20억원에 매입하고 대금 중 14억5000만원을 지불하지 않은 채, 모 건설사에 되팔았다는 것이 종친회 관계자의 주장이다.

경찰서 행발위 철저히 검증해야
조 씨는 지난해 은암산업단지 개발권을 수십억원에 모 건설사에 매각했다. 매매가도 수십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단지개발권을 사들인 업체는 현재 암반을 부숴 골재를 생산하고 있어 “애초에 골재를 생산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냐”는 주민들의 의혹을 사고 있다. 산업단지조성도 아직은 미지수다.

조 씨가 2년 사이 저지른 범죄는 모두 꽤 규모가 큰 사건들이다. 조 씨의 검거로 피해자들의 피해규모가 작아질 수 있을 지도 관심을 모은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부 피해자들은 합의를 통해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고소를 취하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조 씨가 전과 4범인데도 불구하고 경찰서 행정발전위원으로 활동한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조 씨와 같이 악용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서라도 지금보다 철저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 행발위원은 “구성원 대부분이 변호사 등 전문직이거나 사업가들이다. 행발위원이라는 자체만으로도 대외적으로 신뢰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악용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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