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대표 블로거 청주 송영희씨, 음성 이경희씨

인터넷의 확대는 매체의 폭발적인 증가를 가져왔다. 인터넷언론도 늘어났지만 개인이 운영하는 블로그의 수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뉴스에 대한 가치의 경중이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새로운 소식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블로그는 매체다. 몇몇 블로그들은 지속적인 콘텐츠를 생산해내면서 많은 ‘이웃’과 방문자들을 끌어낼 수 있었다. 자연스레 블로그를 운영하는 블로거들의 힘도 커지게 됐다. 이들을 가리켜 ‘파워블로거’라 칭한다. 포털사이트도 이들의 영향력을 인정해 해마다 파워블로거 시상식을 개최하고 있다.
이들 파워블로거의 ‘파워’가 세다보니 기업에서는 이들에게 돈을 지급하고 포스팅을 부탁하기도 하는데 최근 트래픽 5000만을 넘긴 ‘베비로즈의 작은 부엌’이 공동구매를 진행하며 안타까운 사례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취재를 하며 만난 충북의 파워블로거는 돈을 받고 포스팅을 하는 블로거보다는 그렇지 않은 블로거들이 더 많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지역을 위해 순수한 컨텐츠를 생산하고 있는 파워블로거, 충청북도 블로그 기자단으로 활동하는 블로거를 만나봤다. <편주>

소녀의 감성 의 감성으로 이웃들에게 다가서다
‘영희의 인형방’ 와이프로거 송영희씨

생애 첫 라디오 방송. 그것도 생방송을 마치고 난 지난 5일 송영희씨의 블로그에는 ‘어려워’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다음엔 절대 방송 안 할 겨!!’라고 다짐하며 친구가 운영하는 죽집에 들른 송씨는 ‘(방송)죽 쑤고 죽 먹었다. 정말 세상엔 쉬운 것 하나도 없다’며 속상한 마음을 전한다.

지난 11일 송영희씨를 청주시 분평동에서 만났다. 송씨를 만난 곳 역시 죽집. 송씨의 사랑방과도 같은 곳이다. 송씨는 미술을 전공했다. 닥종이인형을 만드는 송씨는 서울과 프랑스에서 전시회를 연 경력이 있는 프로 작가다. 때문에 처음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에는 미술관 위주로 포스팅을 했다.

송씨는 인터뷰에서 “지역에도 좋은 전시회들이 참 많은데 알려지지 않아 방문객이 적어서 안타깝다”는 마음을 내비쳤다. 그 안타까움을 블로그에 옮겼다. “교사로 활동하는 분 중에도 작품활동을 하는 분들이 있다. 그런 분들이 방학 중에 전시회를 여는데 찾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것이 송씨의 소망이다. 송씨의 포스팅 후 전시회에 방문객이 많아졌음은 물론이다. 고마움의 표시로 한 작가는 떡을 보내기도 했다. 이것도 뇌물이라면 뇌물일까.


꾸밈없는 진정성은 통한다
송씨가 블로그를 시작한 것은 아들의 권유 때문이었다. 이전 닥종이인형에 대한 홈페이지를 운영했지만 방문자가 적어 고민하던 차였다. 2007년 개설 이후 2008년과 2009년 연속으로 한 포털의 파워블로거로 선정됐다. 이후에는 충청북도 블로그 기자단에 합류해 단장을 맡았다. 송씨는 블로그의 매력에 대해 쉼 없이 얘기했다. 송씨는 “신문이나 방송은 지면과 시간의 제약 때문에 많은 작품을 소개할 수 없지만 블로그는 다르다. 한 포스트 당 사진을 30개까지 올릴 수 있으니 제약이 없다”고 말했다.

파워블로거 선정 이후 포스팅 분야도 다양해졌다. 살아가는 소소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지역의 관광지 소개가 곁들여지고 있다. 시니어클럽과 다문화가정센터도 방문 후 포스팅해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송씨는 “길거리를 걷다가도 아 이것 소개하면 좋겠구나 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 길에서 옥수수 파는 아주머니의 사연도 듣고 싶다”며 소녀같이 웃어보였다. 송씨는 “블로그는 나에게는 일기장과 같다”고 전했다.

블로그를 운영한지 5년이 다 되어가며 사진도 어느새 수준급이 됐다. 하지만 송씨의 컴퓨터 수준은 컴맹에 가깝다. 하나의 포스팅을 하는데 길게는 5~6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송씨의 포스팅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기에 그녀는 “책임감도 느낀다”고 밝혔다. 하지만 송씨의 블로그 이웃들은 보채지 않는다. 송씨가 암 수술을 받을 때에도 기다렸듯이 말없이 지켜본다.

송씨는 파워블로거가 된 비결에 대해 “진정성”이라고 답했다. 이어 송씨는 “꾸미지 않은 그대로의 느낌을 이웃들이 좋아해주는 것 같다. 꾸밈이 있다면 다른 이들이 쉽게 알아차린다. 그렇게 꾸준히 일상적인 이야기를 전한 것이 다른 이들과 통한 것 같다”고 밝혔다.

농사얘기에 귀 기울기는 192만 방문객
‘촌부일기’ 인삼을 사랑한 여자 이경희씨

농사일 한번 해보지 않았던 이경희씨가 음성에 온 것은 20년 전. 장남이었던 남편 인삼씨를 따라 음성군 금왕읍으로 귀농했다. 부모님을 모셔야 하는 장남이었던 남편을 따라 내려온 길. 이씨는 “그 때는 다 그랬다”며 웃어보였다.

경기도 의정부 출신으로 농사를 경험해보지 않았던 이씨에게는 쉽지 않은 일 같아보였지만 정작 그녀는 농사일에 “재미있었다”고 답했다. 밭을 가는 것을 지켜볼 때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기왕이면 트렉터를 몰고 싶다’고 나서는 등 농촌에 빠른 적응력을 보였다. 이씨는 그때를 뒤돌아보며 “농사일이 힘든 줄 몰랐으니 그랬던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어느새 이씨는 흙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농사꾼이 됐다.

지난 8일 포스팅된 이씨의 글의 제목은 ‘거친 일을 좋아하는 아내와 요리를 좋아하는 남편’. 내용을 보면 ‘귀농해서 처음 농사일을 배울 때에도 가만히 앉아서 하는 일보다는 물도랑을 내기위해서 삽질을 하거나 트랙터를 모는 일이 더 재미있고 일하는 것 같았던 아낙네….
처음에는 시부모님 눈치가 살짝 보였었는데 그건 아주 잠깐뿐이었으니 정말 이상하게도 옛날 사고방식을 가진 어른들인데도 두 아들 모두 주방에 들어가서 음식 만드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 들이시더라구요‘라며 이모티콘이 군데군데 들어간 귀여운 글이 방문자들이 클릭을 기다리고 있다.

이씨가 블로그를 시작한 것은 2009년 무렵. 중학교 동창회의 카페를 운영하다가 블로그로 관심이 옮아와 시작했다. 이씨의 포스팅은 한 포털 사이트의 메인에도 자주 노출되며 많은 이들이 즐겨찾고 있다. 이씨는 “한때는 방문자 수에 집착하던 때가 있었다. 블로그 순위에도 신경을 쓰고 방문자 수가 1000명 정도에 그치면 예민해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집착을 털어냈다”고 밝혔다. 하루 11만명의 방문객이 몰려든 적도 있을 만큼 이씨의 인기는 대단하다.

이씨가 주로 포스팅하는 내용은 농사와 관련된 것들이다. 이씨는 “포스팅을 할 때 멋진 글을 쓰려 애쓰지 않는다. 요리이야기나 가지, 나물 등 소소한 맛이 나는 일상의 이야기가 재미있다”고 전했다. 이를테면 블로그는 이씨에게는 휴식과도 같은 공간이다. 농사를 마친 오후 7~8시 무렵이면 이씨는 컴퓨터 앞에 앉는다.

이씨는 “그 때는 피곤함도 느끼지 못한다. 나에게는 쉬는 시간이며 수다를 떠는 곳”이라고 말했다. 금왕 읍내의 경우 젊은 사람들이 많이 살긴 하지만 읍내에서 벗어난 곳에 사는 이씨에게는 또래와의 유일한 소통의 장소인 것이다. 최근 유행인 SNS도 교육을 받고 시작해봤지만 블로그만큼 빠지지 못했다고 이씨는 전한다. 컴퓨터 실력도 메일과 블로그 정도만 가능한 정도. 오류메세지가 뜨면 머리가 하얗게 변해버린다.

이경희씨는 현재 인삼농사를 짓고 있다. 남편이름도 정인삼씨. 이래저래 인삼과의 인연이 많다는 이씨는 “9월 출하를 앞두고 잦은 비로 걱정이 많다”며 농사걱정하는 시골 아낙네의 모습이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