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이어진 릴레이단식에 충북 민간학살유족 5명 참여

친일파 백선엽을 전쟁영웅으로 방송한데 이어 이승만을 찬양하는 다큐멘터리 방송을 강행하려는 KBS에 맞서 2주일 동안 방송중단 촉구 단식농성을 벌였던 독립운동단체 및 4·19단체, 한국전쟁 피학살자 유족들이 8.15 해방 66돌을 맞아 농성 중단을 선언했다.

단식농성에 그치지 않고 투쟁대상을 시민들에게까지 보다 확대한다는 취지로 이 같은 방침을 정했지만 실상은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의 기습적인 집회신고 때문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 독립군을 토벌한 백선엽을 전쟁영웅으로 미화한데 이어 이승만을 찬양하는 다큐멘터리 방영에 맞서 농성을 벌여온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시위가 보수단체의 기습 집회신고로 중단됐다. 사진은 기자회견 광경. / 미디어오늘
15일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98개 독립운동단체 등으로 결성된 ‘친일독재 찬양방송 저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지난달 KBS 본관 앞에 15일까지 집회신고를 냈으나 이달 초 어버이연합이 16일부터 한 달 동안 동일지역에 집회신고를 내는 바람에 16일부터는 이곳에서 합법적인 농성을 이어가기 어렵게 된 것. 비대위는 지난 2일부터 15일까지 2주 동안 백선엽 미화방송 사죄와 이승만 방송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원로회원들의 릴레이 단식농성을 벌여왔다.

이에 따라 비대위는 15일 기자회견을 열어 독재자일 뿐 아니라 분단의 원흉이자 수많은 민간인 학살자 이승만에 대한 KBS의 찬양방송을 막아내기 위해 국민들과 함께 더 큰 싸움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비대위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KBS 앞의 단식농성을 마무리하고 시민들 속으로 들어가 시민들과 함께 투쟁하고자 한다”며 “우리는 KBS의 친일·독재 찬양 행각을 더 많은 시민들에게 알리고, 김인규(KBS 대표이사 사장) 퇴진을 촉구하는 범국민적 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민국 정통성과 헌법정신 지키는 일”

비대위는 또 “나라의 독립을 위해 싸우다 돌아가신 독립운동가들, 독재정권에 학살된 희생자들, 민주주의의 제단에 생명을 바친 모든 분들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우리는 ‘친일독재 찬양방송’에 끝까지 맞설 것”이라며 “우리의 요구는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헌법정신을 지키는 일’이며, 역사와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싸움”이라고 덧붙였다.

비대위 소속 정동익 4월혁명회 상임의장은 “8.15에 방송될 예정이었던 이승만 찬양방송에 대해 폭염과 폭우, 경찰과 깡패의 난동에도 불구하고 여러분의 힘으로 일단 저지하는데 성공했다”고 평가하면서도 “그럼에도 김인규는 아무런 반성 없이 방송 강행을 위해 갖은 꼼수를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원록 전 한국전쟁 민간인학살유족회 상임위원은 “이승만은 학살자다. 국립묘지에서 파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프랑스 전쟁영웅 필립 베탕이 독일과 전쟁에서의 승리로 영웅대접을 받았지만 2차대전 중 독일에 협력한 사실이 드러나 종전 후 종신형을 선고받은 뒤 감옥에서 여생을 쓸쓸히 마감한 사실을 들어 “이것이 선진국의 역사의식”이라고 주장했다.

이강택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도 “이명박과 김인규, 그 하수인들에 대한 분노가 가슴을 때린다”며 ‘이승만 특집다큐 방송중단 요구가 제작 자율성 침해’라는 KBS 주장에 대해 “이런 망발을 용서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한편 2주 동안 이어진 릴레이단식에는 이제관 한국전쟁유족회 상임대표(괴산유족회장)을 비롯해 박용현(보은유족회장), 윤갑진(괴산 유족), 곽윤덕(청원 오창 유족), 조병규(단양 곡계굴 유족) 등 한국전쟁 전후 민간학살 유족 5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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