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상당구 대우타워 지하1층에 ‘우민아트센터’ 9월 2일 개관
장덕수 전 (주)충북소주 대표, 사비털어 비영리 복합문화공간 조성

▲ '우민아트센터'가 청주 상당구 방아다리 대우타워(사진) 지하1층에 문을 연다. 현재 인테리어작업이 한창이다.
긴 장마 끝에 시원한 가을바람 같은 소식 하나. 청주시내 한복판에 비영리 복합문화공간이 생긴다. 기존의 미술관이나 행사장 개념을 뛰어넘는 이 곳은 충북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공간이다. 오는 9월 2일 청주시 상당구 사북로 164번지 대우타워 지하1층에 문을 여는 ‘우민아트센터’(관장 이용미). 여기서 우민은 ‘又民’이다. ‘항상 백성을 사랑하고, 또한 백성과 더불어 생활한다’라는 의미라서 지역 문화예술에 대한 공공적 기여와 창의적 소통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우민아트센터 최고의 미덕은 비영리 문화예술공간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은 이 공간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대우타워 건물주인 장덕수 前 (주)충북소주 대표가 지역기여를 위해 사비를 털어 운영하는 곳이다. 현재는 실내 인테리어 공사중이다. 우민아트센터 공간은 상당히 넓다. 전체면적이 1155제곱미터이고 부대시설을 뺀 전시실이 403제곱미터, 세미나실 84제곱미터, 영상실이 62제곱미터를 차지한다. 여기에 카페 우민이 별도로 있다. “눈만 즐거운 게 아니라 입도 즐겁고 사람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는 공간을 위해 카페를 만들었다”고 이용미 관장은 말했다.

우민아트센터는 문화예술 전반에 관심을 갖고 있다. 전시를 비롯해 신진작가 발굴 워크숍, 시민과 함께하는 교육 프로그램, 한국현대미술의 이론과 비평활동을 위한 조사연구 및 출판 등이 이들이 내세운 주요 업무. 채은영 학예실장은 “중진작가 재발견·신진작가 발굴작업과 조사·연구를 위한 인턴십 프로그램 운영, 외부기관과 교류 등을 할 계획”이라며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를 할 수 있는 만큼 독립영화 상영, 시낭송회, 직지와 관련된 특별전, 아트북 전시회 등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 청주출신으로 뉴욕에서 인정받는 세계적인 작가 강익중 씨의 작품 '두 개의 고향'

제1부 개관전 중심작가는 강익중 씨
우민아트센터는 개관전으로 두 개의 전시를 선보인다. 오는 9월 2일~10월 9일 열리는 새로운 발흥지 제1부 ‘포스트 네이처(Post Nature)’와 오는 10월 21일~11월 27일 열리는 새로운 발흥지 제2부 ‘포스트 휴먼(Post Human)’이다. 제1부 ‘포스트 네이처’전에는 강익중·황인기·박병춘·김홍주·김해민·홍명섭·박능생·조경란·박상조 작가 등의 작품들이 전시된다. 특히 청주출신으로 뉴욕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세계적인 작가 강익중 씨는 ‘두 개의 고향’이라는 신작을 선보인다. 강 씨는 제1부 중심작가다.

김홍희 개관전 커미셔너는 “개관전에서 우민아트센터가 청주와 충북은 물론 한국미술문화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서 새로운 문화 발흥지를 화두로 던진다. 그 중 자연과 인간이라는 두 주제를 상정했다. 가장 친숙하면서도 여전히 불가해한 자연과 인간을 주제화하되 이 시대의 자연관과 인간학에 기초한 시의성있는 화두로 재해석하고자 한다. 이 전시는 새로운 발흥지로서 우민아트센터의 미래적 비전을 제시하고 부각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시는 청주 출신이면서 청주에서는 한 번도 전시한 적이 없는 강익중 씨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벌써부터 얘깃거리다. 얼마전 강 씨가 서울에 왔다가 김홍희 씨를 만난 자리에서 우민아트센터가 화제가 됐고, 이 자리에서 전시를 하기로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강 씨는 고향에 이런 아트센터가 생긴다고 반가워하며 9월 말경 방문일정까지 잡았다고 한다. 충북지역 문화예술인들은 물론 도민들의 불만사항 중 하나는 전시·공연 공간 부족이다. 문화예술이 꽃피려면 그것을 담을 그릇이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우민아트센터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만 지역기여라는 당초 취지는 분명히 살려야 할 것이다.

▲ 이용미 관장과 채은영 학예실장(왼쪽부터)

이용미 관장·채은영 실장, 그리고 장덕수 전 대표
“서양화가 아내 위해 지하는 문화공간으로” 구체화 돼 아트센터 탄생

이용미 우민아트센터 관장은 충북대 대학원 미술과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장덕수 前 (주)충북소주 대표 부인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3월 개인 명의로 지하4층, 지상 14층 규모의 복합건물을 매입했다. 당시 장 대표는 “지상은 임대사업 용도로, 지하는 그림 그리는 아내를 위해 문화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문화공간이 ‘우민아트센터’로 태어나는 것이다.

이 관장은 “충북의 문화예술 수준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싶다. 처음에는 이 공간을 개인 작업실로 썼으나 범위를 확대해 아트센터로 구체화 시켰다. 실내 공사를 할 때 아트센터로서의 품격을 갖추기 위해 하나하나 꼼꼼하게 신경썼다”고 말했다. 그동안 준비과정에서 미술평론가인 김홍희 前 경기도립미술관장의 자문을 많이 받았고, 개관전도 김 전 관장의 손을 거쳐 기획됐다고 한다.

채은영 우민아트센터 학예실장은 대안공간 ‘풀’ 큐레이터를 역임하고, 서울·경기·인천 등지에서 독립 큐레이터로 활동했다. 현재 국민대에서 미술이론으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충북지역의 작가·예술인들과 소통하며 우민아트센터를 좋은 문화예술공간으로 꾸미고 싶다. 미술만이 아니라 공연·영화·프로젝트·특별전·어린이전시 등 다양한 것도 시도해 볼 계획이다”며 의욕을 보였다.

한편 장덕수 대표는 여기서 아무런 직함도 갖고 있지 않다. 그는 (주)충북소주를 매각하면서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사람들을 위해 150억원대의 복지재단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20대 후반에 맥주회사 월급장이로 시작해 30대에 주류도매상사 대표, 40대에 주류회사 CEO로 승승장구하면서 (주)충북소주를 크게 성장시킨데다 아직 젊은나이여서 장 대표가 향후 무슨일을 할 것인가는 여전히 관심거리다.

장 전 대표는 앞으로 복지와 문화사업에 관한 일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민아트센터 설립은 문화사업중의 하나. 하지만 그는 극구 인터뷰를 사양했다. 다만 “아트센터 운영은 관장과 학예실장이 알아서 잘 할 것이다”고 말을 아끼면서 “이 공간에서 경제와 문화, 예술이 만나는 행사나 모임 같은 것도 하면 좋을 것이다. 그런 행사도 지원하고 싶다”고 한마디 덧붙였다. 규모로 보나 내용으로 보나 앞으로 상당한 금액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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