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환 충북도 교육위원(충주)

2선의 관록(?)이 무색하게 조위원의 발언은 거침이 없었다. 목청을 높이지도 숨가쁘지도 않게 느긋한 화법으로 분명한 자기 의견을 제시했다. 시시비비를 가리고야 마는 ‘조일환식’ 고집은 제2기 도교육위 전반기에는 의장직을 맡게도 했고 후반기에는 ‘왕따’ 교육위원의 설움을 맛보게도 했다. 인터뷰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양복 저고리 깃에서 빛나야할 교육위원 뱃지가 없는 것을 발견했다.
“부끄러워서 내 손으로 떼냈다. 재판정에서 도교육감, 교육장을 비롯한 충북 교육계 어른들이 막말을 해가며 다투는 모습을 보고는 도저히 뱃지를 달고 다닐 심정이 아니었다. 충북 교육을 저렇게까지 만든 데에는 교육위원인 나의 책임도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조위원은 인터뷰 도중 ‘교육수요자의 심부름꾼 노릇을 제대로 못했다’ ‘이 모든 책임에 나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등의 사과발언을 수차례에 걸쳐 되뇌었다.
김영세교육감의 뇌물수수 의혹사건이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 6월형을 선고받을 때까지 충북도교육위원회는 어떠한 공식입장도 발표하지 않았다. ‘기소중인 사건인데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표면상 내세운 이유였다. 청주지역 20여개 시민사회단체와 전교조 충북지부 교사들이 거리로 나와 김교육감 퇴진을 외치는 현장에 도교육위원들은 누구하나 발걸음을 하지 않았다.
“나름대로 교육위 안에서 수차례 건의를 했다. 무죄주장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일단 기소까지 된 사건인데 교육감을 불러서 정식으로 내용을 들어봐야 하지 않느냐고 제안했다. 하지만 간담회에서는 원칙에 찬성하고도 이튿날 실행에 옮기려고 하면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외면했다. 하두 답답해서, ‘종다수의 원칙을 이런 식으로 왜곡되게 행사해서는 안된다’고 따지기도 했다. 정말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을 느꼈고 그래서 작년도엔 현직사퇴를 심각한게 고려했었다”

사퇴결심 했지만 주위만류

조위원의 사퇴의사를 막은 것은 교육계 지인의 충고였다. ‘당신이 사퇴하면 좋아 할 사람들이 누구인가를 생각해라. 한결같은 물방울이 바위를 뚫듯이 끝까지 제 본분을 다하라’는 한마디에 몸을 추스렸다는 것. 하지만 임기 7개월을 남긴 현 상황에서 그의 입에서는 ‘재출마하고 싶지 않다’는 말이 거리낌없이 이어졌다. 조위원은 지난 23일 도교육위의 동남아 해외연수도 불참 뜻을 밝히고 참가하지 않았다. 전교조 교사들이 교육감실에서 장기농성을 벌이는 상황에서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것.
조위원은 교육감의 거취문제 보다도 같은 뇌물사건에 연루된 진천군 교육장의 신분유지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지난 17일 도교육청의 업무보고 자리에서 “뇌물사건으로 기소된 교육장이 제대로 업무지도를 할 수 있겠는가. 도대체 형사기소된 공무원을 직위해제시키지 않고 현업을 맡기는 경우가 있는가”고 따져 물었다. 특히 재판과정에서 ‘고혈압, 당뇨, 이명증으로 건강이 안좋은 상태에서 강압적으로 검찰조사를 받았다’고 주장한 진천교육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번 사건과 상관없이 용퇴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교육청 자체 감사에서 이상이 적발되도 직위해제를 시키는 마당인데, 형사소추당한 사람에게 어떻게 교육장직을 맡길 수 있나? 충북 교육계의 자존심을 생각해서라도 자연인의 신분으로 재판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책상서랍에 약을 쌓아놓고 먹을 정도라면 직무가능 여부를 고려해야 하지 않겠는가?”

형사기소 공무원 현직유지 문제

임기 후반기 의장직을 넘겨주는 과정에서 조위원은 언론의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의장선거에 불만을 품고 난동을 부린 막가파 의원으로 보도됐다’며 의자에 기댔던 몸을 곧추세웠다. “전반기 의장임기 3일을 앞두고 교육청에서 추경 의안처리를 해달라고 가져왔다. 그러면 1주일 심사기간을 거쳐 후반기 의장이 처리할 일이니 그때 상정하도록 되돌려보냈다. 그런데 후반기 의장 취임 3일만에 그 의안을 그대로 올려 의결을 시키려고 했다. 이건 교육위의 심의의결권을 무시한 처사라고 판단해 반대했고 강행처리하길래 의사봉을 뺏기도 했다. 과연 누가 도교육위의 권위에 상처를 입힌 것인지 되묻고 싶다”
후반기들어 조위원의 의정활동은 부대낌의 연속이었다. 작년 10월에는 음성 소이초교의 6학급 증설예산이 같은 규모의 보은초교보다 2배나 많게 책정된 것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나섰다. 현지를 방문해 소이면의 취학아동이 해마다 줄고 있다는 자료까지 첨부해 도교육위에 제시했다. ‘대부분 교육위원들이 내 주장에 동의했지만 이튿날 의결때는 그냥 통과시키겠다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조위원이 제동을 걸었고 다음날부터 소이초교 학부모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아예 버스를 대절해 도교육위 회의실까지 찾아왔고 조위원의 경찰 경비병력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교조 교사들 시위때는 사람하나 들여보내지 않다가, 버스까지 마당에 들어오게 한 배경이 무엇이겠는가. 시골 학부모들이 대절버스까지 타고 청주로 오게된 경위는 뻔한 것 아닌가. 물론 동료 교육위원이나 알고 지내는 교육관료들은 ‘제발 김교육감과 화해하라, 잘 좀 지내보라’고 귀가 아프도록 권유한다. 또 김교육감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업무추진력과 나름대로 성과를 거둔 측면을 인정한다. 교육의 사명은 밝은 것을 더욱 밝게 해주는 명명지덕이다. 또한 공인은 개인의 사심을 벗고 공익에 헌신하는 것이 사명이다. 교육자에 대한 사회적 관용을 악용해서는 안된다. 공인의 도리를 놓고 나를 비롯한 많은 교육계 책임자들이 교육수요자들에게 사죄해야만 한다” 조위원의 웃저고리에 교육위원의 뱃지가 다시 빛나는 날을 고대하며 인터뷰를 끝냈다.
/ 권혁상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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