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는 농담처럼 주문한다. ‘비를 좀 조져 달라’고. 7월17일 기상청이 장마종료를 선언했음에도 끊임없이 내리는 비 때문에 질렸다는 얘기다. 청주만 해도 장마가 시작된 6월22일 이후로 7월말까지 41일 동안 무려 33일에 걸쳐 비가 내렸다. 장마가 끝난 뒤에도 줄기차게 이어지는 이 강우현상을 뭐라고 불러야할까?

올해가 유별난 것은 사실이지만 맵찬 겨울의 기세가 꺾이고 아열대를 방불케 하는 새로운 여름을 누구나 감지하게 된 것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제는 일회적인 이상기후가 아니라 기후변화의 차원에서 바라봐야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조져야’할 것은 비와 날씨가 아니라 기후변화를 초래한 인간의 방종이다.

사실 인간은 다른 동식물에 비해 기후변화에 민감하지 않다. 인위적인 방법으로 이를 극복하고 있기에 그렇다. 추우면 털옷을 입고 더우면 반팔을 입는다. 더 나아가 추우면 난방을 하고 더우면 냉방을 한다. 인공적으로 바람을 만드는 선풍기도 모자라 건물이나 차량 외부로 열기를 발산하며 내부만 서늘하게 만드는 에어컨을 튼다.

그러나 모든 인위적인 조건을 배제했을 때 인간처럼 나약한 존재는 없다. 인간은 털갈이를 하지 않고 곰이나 개구리처럼 겨울잠을 잘 수도 없다. 혹한과 혹서의 상황 속에서 장기간 전기 공급이 끊긴다면 상상할 수도 없는 아비규환의 상황이 벌어질 게 뻔하다. 우리는 환경재앙을 그린 영화를 통해 그 비극을 엿본다.

빗물 재활용 ‘레인시티’를 꿈꾸자

영문도 모르고 기후변화에 그대로 노출된 동식물은 하릴없이 터전을 잃어간다. 북극곰이 녹아버린 빙하 위에서 위태롭게 서있는 사진 한 장은 이 같은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기후변화보고서를 통해 2050년이 되면 지구에 생존하는 동식물의 20~30%가 멸종하고 2080년에는 70~80%가 멸종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2009년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세계 10대 온실가스 배출국 가운데 하나다. 연간 62억톤을 배출하는 중국과 58억톤을 배출하는 미국에는 비할 바가 아니지만 5억톤을 배출해 9위에 랭크돼 있다. 그러나 면적과 인구를 고려하면 중국을 탓할 것도 아니다.

화석연료(석유·석탄)를 대체할 태양열과 풍력, 조력 등 무한한 바이오에너지가 있지만 석유자본이 가진 권력 때문에 공해를 저감하기 위한 노력은 지구가 재앙으로 가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다시 비 얘기로 돌아가서 비를 가둬 자원화 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한다. 보를 막고 댐을 만들자는 얘기가 아니다. 20년 전만 하더라도 논의 담수율이 우리나라 전체 저수량의 87%를 차지했다고 하나 그렇다고 논을 늘리자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도시에서 옥상을 녹화하거나 저수빌딩을 만들어 빗물을 재활용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전국에서 50개 시군이 빗물조례를 만들었고, 종합운동장에 빗물 저류조를 만든 수원시는 ‘레인시티’라는 명성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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