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사람들 곁으로 돌아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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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사람들 곁으로 돌아온 시인
  • 충청리뷰
  • 승인 2002.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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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신임 민예총충북지회장

도종환 시인(49)은 한 때 건강을 걱정할 정도로 일을 많이 했다. 거의가 지역운동이었다. 지역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각종 ∼위원회, ∼대책위, ∼추진위 등에서 그의 이름은 언제나 맨 앞에 있었다. 그가 관여한 것은 교육문제를 비롯해 지방자치, 환경, 복지, 노동 등 사회단체가 관심을 가진 모든 분야에 걸쳐 있었다. 해직되던 해인 89년부터 복직하던 98년까지 10년 동안 이런 활동은 계속됐다. 그래서 당시 그는 ‘접시꽃당신’의 시인이자 교육자라기 보다 사회운동가로 우리들 곁에 있었다. 그에 대한 강성 이미지는 이 때 각인된 것이다.

지회장, 복직된 후 처음맡는 중책
‘꿈에 그리던’ 학교로 복직한 도 시인은 그동안 교육자로 살았다. 모든 직책을 다 내놓고 아이들에게 돌아가 교사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던 그는 간간히 시집과 에세이를 들고 나타났으나 본업은 교사였다. 이제 2002년 1월, 그가 다시 사람들 곁으로 올 채비를 하고 있다. 지난 19일 총회에서 그는 민예총충북지회장으로 선출됐다. 그러나 진천 덕산중학교 교사에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 등을 가지고 있어 전처럼 자유롭게 시간을 낼 수는 없을 것이라며 본인은 벌써부터 걱정을 하고 있다. 지회장 직을 고사했던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
“후배들이 자신들에게는 조직적 관점에서 일을 맡아야 할 때 해야 한다고 해놓고 본인은 왜 안하려고 하느냐고 항의했을 때 할말이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일이 너무 많지만 사람이 필요할 때 뛰기로 했다”는 것으로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한 그는 “부지회장인 이철수 화백과 김창규 시인, 수필가 이강주씨 등과 나눠서 하면 괜찮을 듯 싶다”고 덧붙였다.
민예총충북지회는 태어날 때부터 분명한 목적을 제시했기 때문에 이들이 보여주는 예술작품도 타 단체와 구별된다. 우리사회에 만연해있는 반민족적 외세문화와 지배문화를 타파하고 민족문화예술 건설을 목적으로 삼은 충북문화운동연합이 그 전신이다. 도 시인은 충북문화운동연합이 조직되던 80년대 후반, 판화가 이철수씨·강혜숙 청주대 무용과 교수와 함께 공동대표를 맡아 이 조직의 산파 역할을 했다. 당시 우리사회 각 부문에서 민주화 바람이 거세게 불던 때였다. 우리춤연구회와 ‘분단시대’ 동인, 민족미술운동협의회, 노래패 ‘녹두패’ 등이 이 때 창립에 참가했던 단체들이다.
광주민중혁명과 관계된 영화를 상영한다고 필름을 빼앗기는 등 탄압을 많이 받고 시작한 충북문화운동연합은 지난 95년 민예충충북지회로 바꾸면서 조직의 틀을 갖춘다. 현재는 회원이 500명에 달하고 산하에 청주·충주·제천 단양·남부민예총을 두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이들은 충북민족예술제, 충북-제주 문화예술 만나기, 문화예술정책 세미나, 홍명희문학제, 환경보전을 위한 그린콘서트 등을 쉴새없이 기획해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예술가는 좋은 작품 내놓는게
가장 중요”
회원이 그렇게 많으냐며 얘기를 꺼내자 그는 “회원 숫자가 많아지고 조직이 커지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다. 문화예술이라는 것은 전문분야로 어떤 예술작품을 탄생시키느냐가 중요하다. 나는 예술작품의 질적 발전을 특히 강조하고 싶다. 그리고 예술가들의 작품에 대한 장인정신과 예술적 성취도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하며 좋은 작품을 창조해내는 예술가 본연의 의무가 그 어떤 것보다 위에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몇 년전부터 한 해 예술행사의 봉우리인 충북민족예술제를 청주가 아닌 충주, 보은 등지로 가지고 나가서 발표하는 것에 대해 도민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군단위 치고 연극이나 음악회, 무용발표회 등을 ‘앉아서’ 볼 수 있는데는 없고 도시로 나가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것을 일찍이 간파하고 문화 소외지역에서 대규모 예술행사를 여는 것도 민예총만의 시각일 수 있다.
“우리가 주장하는 것이 지역문화·민족문화·삶의 문화다. 지역문화는 서울중심의 문화에서 탈피해 우리 것을 찾자는 것이고, 민족문화는 세계화라는 거대한 흐름속에서 민족적인 것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며, 삶의 문화는 찰나적이고 소비적·향락적인 문화에서 건강한 문화를 일구자는 것이다. 그런데 서울중심의 문화를 비판하는 우리도 청주중심으로 해오고 있는게 아닌가. 또 다른 문화집중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지역을 돌며 축제를 벌이고 있는데 잘한 것 같다.”

작품에 몰두하며 칩거
그는 이어 자신이 가르치는 학교 아이들이 연극을 한 번도 본적이 없다고 해서 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연극을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중이라며 ‘찾아가는 문화교실’의 일환으로 춤공연을 학교에 유치하고, 시인들과 함께 옥천고등학교로 내려가 문예반 학생들을 지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런 활동은 시인인 그를 잘 설명해주는 대목이다. 연극을 본적이 없는 아이들을 위해 언젠가 그는 또 연극공연을 유치해 소원을 풀지도 모른다.
주변에서는 도 시인이 지회장으로 등장하자 일을 또 얼마나 벌일 것인가하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우리 단체가 너무 일만 벌인다는 여론이 있어 올해는 특별한 기획을 하지 않을 생각이다. 모두 예술인인 만큼 작품수준의 질적 향상을 위해 노력하도록 주문할 것”이라며 다시 한번 작품에 매달릴 것을 강조했다.
한편 동인지 ‘분단시대’에 ‘고두미 마을에서’ 등 5편의 시를 발표한 이후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도 시인은 ‘접시꽃당신’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지금 비록 너희들 곁을 떠나지만’ ‘사람의 마을에 꽃이진다’ ‘부드러운 직선’ 등의 시집과 ‘그대 가슴에 뜨는 나뭇잎배’ ‘지금은 묻어둔 그리움’ ‘그때 그 도마뱀은 무슨 표정을 지었을까’ ‘모과’ 등의 산문집을 냈다. 지금도 그는 거의 외출을 하지 않고 집안에 들어앉아 작품을 쓰고 있다. 곧 그의 따끈따끈한 신작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 홍강희 교육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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