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Taxi)는 정치적이다. 거의 모든 택시기사는 영업시간 내내 라디오를 통해 매 시간 뉴스를 접한다. 일부기사들은 또 손님들과 정치적 소통을 한다. 그래서 정치평론가 수준의 기사들도 적지 않다.

정치인들에게도 택시가 매력적이다. 14대 국회의원을 지낸 박계동 전 의원은 16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2000년 6월부터 11개월 동안 택시기사로 살았다. 그는 피선거권을 박탈당했던 15대 총선 직후에 노무현 전 대통령 등과 함께 하로동선(夏爐冬扇)이라는 음식점을 운영하기도 했다.

재야출신의 박 전 의원은 택시운전이 생계를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으나 탄핵후폭풍이 몰아닥친 2004년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깃발을 들고도 당선이 돼 택시정치의 효시가 됐다. 그는 자신이 일했던 택시회사의 동료를 국회 비서직(운전)으로 채용함으로써 택시정치를 완성했다.

노태우 비자금 폭로, DJ비판과 탈당, 한나라당으로 전향, 술집 여종업원 추행 등 화제를 몰고 다녔던 박 전 의원은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확실하게 줄을 섰으나 18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고 지난 4.27 재보선에서도 ‘이명박 재선’을 외치며 분당에 출사표를 던졌으나 강재섭 후보에게 밀렸다.

정치인 택시기사 2호는 김문수 현 경기지사다. 공교롭게도 김 지사는 박 전 의원과 마찬가지로 재야(노동운동) 출신이면서 한나라당에 입당한 케이스다. 박 전 의원과 다른 점은 도지사라는 권력을 배경으로 본인인 필요할 때만 핸들을 잡는다는 것이다.

“맘껏 차를 몰고 싶어서…”

김 지사는 택시운전을 할 때마다 언론에 오르내린다. 7월16일에는 여주에서 일일기사가 됐다. 2009년 1월 수원을 시작으로 26번째 택시체험이다. 시·군을 돌며 택시정치를 하는 셈인데, 곳곳의 지리에 익숙하지 못해 그는 번번이 사납금 부족분을 자비로 채웠다. 이제 가평과 이천만 남았는데, 지금까지 총 마일리지는 2999km다. ‘그는 어디로 모실까요-나는 경기의 택시기사’라는 책까지 썼다.

충북에서 정치인 택시기사 3호가 탄생했다. 정우택 전 충북지사다. 정 전 지사는 최근 페이스북에 “여러분의 성원 속에 택시운전 자격증을 우수한(?) 성적으로 취득했다. 다음 주 정밀적성검사 후 핸들을 잡는 순간까지 많은 응원 부탁한다”며 자격증 사진까지 올렸다.

앞서 정 전 지사는 역시 페이스북에 “40년 전인 1972년 당시 대학 재학 시절에 택시기사를 염두에 두고 2종 대신 1종 보통면허를 땄다”며 “자동차 운전에 매료돼 맘껏 차를 몰 수 있는 택시기사를 언젠가는 꼭 해 보겠다는 꿈을 품어 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3호 정우택 기사(技士)는 재야 또는 노동운동가 출신이 아니라는 점에서 정치인 기사 1,2호와 다르다. 그는 일제강점기 고등문관 출신으로 5선을 지낸 정운갑 전 농림부장관의 아들이다. 그래서인지 “택시기사를 염두에 두고 1종 면허를 땄다…. 맘껏 차를 몰기 위해 택시기사를 꼭 해보고 싶었다”는 그의 말에서는 왠지 ‘도련님 삘(feel)’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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