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헌 충청대학지역개발연구소장

2001년 신사년을 마감하는 분주한 세밑에 장장 5시간에 걸친 마라톤 정책토론회가 청주에서 열렸다. 청주고인쇄박물관 세미나실을 열기로 가득 채운 토론회의 제목은 ‘청주·청원 자치행정구역의 바람직한 개편방향’이었다. 충청대학지역개발연구소가 주최하고 충북지방자치학회, 충북행정학회가 후원한 행사지만 사실상 총감독은 남기헌교수(44·충청대 행정학과)였다. 지난 97년부터 청주·청원 통합론의 당위성을 알리는데 앞장서 이젠 지역의 대표적인 통합론 전도사(?)로 인정받고 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의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남교수는 부활된 지방자치제의 정착과정을 학문적·시민운동적 관점에서 주목해 왔다. 때로는 재조 학자로, 혹은 재야 시민운동가로 균형을 잃지않는 합리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남교수는 지난 94년 청주·청원의 통합실패를 ‘불완전한’ 지방자치의 한 요인으로 보고 있다. “당시 도시를 노른자위로 농촌 군지역이 감싸고 있는 전국 14개 지역 가운데 도농통합에 실패한 곳은 청주·청원뿐이다. 도내에서도 충주시, 제천시가 모두 통합을 이뤄내 효율적인 자치행정을 펼치고 있다. 청원군 주민들의 반대가 많았던 것은 기득권 세력의 정보왜곡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통합의장단점을 제대로 홍보했다면 그런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기득권 정보왜곡으로 불발

정보를 왜곡시킨 ‘기득권 세력’의 실체에 대해 부연설명을 달진 않았지만 주민투표의 공정성에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실제로 당시 청원군 오모군수는 이듬해 민선단체장 출마를 위해 은밀히 활동하다가 선관위로부터 사전선거운동으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충청북도 또한 구역통합에 따른 청주의 광역도시화에 대한 견제심리로 도농통합을 ‘강건너 불구경’하고 있는 처지였다. 통합의 필요성을 홍보하기 위해 현장출장에 나선 청원군 간부 공무원들은 오히려 통합 피해론을 전파시키고 다니는 상황이었다.
“통합실패 이후에도 기득권 세력쪽에서는 계속 피해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세금부담이 커지고 혐오시설이 집중되고 도시지역 개발에 치중한다는 내용들이다. 하지만 방송토론회, 세미나, 연구논문 등을 통해 이러한 피해론의 허구성이 드러나고 있다. 청원군 주민여론이 통합을 반대한다는 주장도 근거가 없다. 지난 98년 청주MBC와 우리 대학연구소가 공동으로 미원주민 199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사전설명이 없는 상황에서는 반대의견이 62.3%로 높았으나 세금인상이 없다는 내용을 설명한 뒤 조사하자 반대로 74.4%가 찬성의견으로 돌아섰다”

군지역 획기적 배려안 제시

지난 94년 구역통합에 실패한 여수시·여천시·여천군이 민간주도로 지난97년 3려 통합에 성공한 사례는 청주·청원에 실증적인 본보기가 되고 있다. 남교수는 지난해 8월 여수시를 방문해 재통합 과정의 갖가지 문제점에 대해 청취하기도 했다. 또한 당시 3려 통합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정책위원장을 지난 12월 정책토론회 주제발표자로 초청해 방청객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지역의 최대현안인 청주·청원통합 문제를 자치단체에서는 7년이 지나도록 무엇하나 진척시킨 것이 없다. 향후에는 민간주도로 통합의 물꼬를 틀 수밖에 없고 청주시는 전향적인 양보안을 제시해 청원군을 설득시켜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3려 통합의 경우 통합시청을 여천시청으로 정하고 기초의원 정수도 여수시와 여천시·군이 동수가 되도록 조정했다. 통합 첫해에 정부보조금 60억원을 모두 낙후된 여천군에 쏟아부었다. 20억원은 여천군 농민자녀장학금으로 조성했고 나머지 40억원은 도시기반시설에 투자했다. 이와같은 획기적인 양보안이 있었기 때문에 재통합이 가능했던 것이다”

무조건 흡수통합은 불가능

여기에 남교수는 군지역 공무원들의 신분불안에 대한 대안까지 제시했다. 일정기간내에 군지역 공무원을 100% 시지역과 순환근무토록 인사지침을 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특단의 양보안을 제시하더라도 정확한 정보전달이 필수적이다. 여기에는 언론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언론이 사전검증없이 통합 찬반론을 나란히 게재하는 것은 공정보도가 아니다. 양측 논리 가운데 타당한 부분만을 전달해야만 여론을 왜곡되지 않는 것이다. 3려 통합에도 지역 언론사 기자들의 양측의 보도자료를 무조건 기사화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고 반론과 재반론을 냉정하게 보도했다는 것이다. 청주·청원통합 추진에도 언론의 지렛대 역할이 막중하다”
조사결과 청주 거주인구 가운데 40%가 청원군 출신이고 토박이 30%, 외지출신 30%로 나타났다. 일례로 청원군 소재 학교의 동문회장들은 대부분 청주시에 거주하고 있다는 것. 남교수는 청원군에 부모형제를 둔 청주시민들이 여론전파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시편입에 적극적인 군관내 대학과 교회·사찰등 종교시설도 통합론의 전위부대(?)로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수차례 논문발표와 토론회 개최를 하고서도 청주시의 행정구역 통합 연구용역 한번 받지 못한 왕따(?) 교수가 왜 통합론 전도사가 되야만 했을까?
“민주주의 근본은 주권재민이고 바로 풀뿌리 민주주의의 정신이라고 본다. 왜곡된 정보전달로 시군통합이 불발로 끝난 것은 주권재민을 기만한 것이다. 학자적 소신과 시민운동의 양심으로 통합의 당위성을 적극 말할 수밖에 없다. 3려 통합 시민연대회의에는 2억원의 시민기금을 모아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벌였다. 청주시와 시민들도 통합의 비용과 노력을 분담할 각오를 하고 문제에 접근해야 할 것이다. 청원군을 무조건 흡수통합하겠다는 것은 바로 주권재민을 무시한 발상이다”
/ 권혁상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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