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박혜진 아나운서는 탤런트 박지영의 동생이다. 그는 라디오에서 ‘박혜진이 만난 사람(오전 11시15분~11시45분·청주 표준FM 107.1MHz)’을 진행한다. 그의 목소리는 온화한 중저음이다. 그는 시사대담의 진행자처럼 용의주도하게 방송을 이끌지 않는다. 비유를 하자면 출연자의 말을 재고 잘라 맞춤형 옷을 만드는 재단사가 아니라 누가 걸쳐도 보기 좋을 프리사이즈의 옷을 만든다. 그래서 박혜진이 만난 사람은 헐렁헐렁하고 편안하다.

그런데 박혜진의 입에 재갈이 물려졌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7일 일제고사를 거부해 해임됐다가 복직한 교사들을 출연시킨 ‘박혜진이 만난 사람’에 대해서 “일방의 의견을 전달해 공정성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중징계에 해당하는 ‘주의’를 결정했다.

‘일제고사를 거부한 교사에 대한 징계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을 굳이 예로 들지 않더라도 방통위의 이 같은 결정은 상식 밖이다. 박혜진이 만난 사람의 구성을 근본적으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혜진이 만난 사람은 그동안 일관되게 일방의 얘기만을 전달해왔다.

결국 방통위가 문제 삼은 것은 사실 방식이 문제가 아니라 그날 출연했던 그 사람들의 얘기가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았다는 것이다. 만약 일제고사를 강행하고 있는 교과부 관계자를 인터뷰했다면 이 역시 일방적이었을 텐데 그 때는 어떻게 반응했을까? 방통위는 차라리 ‘정권의 구미에 맞는 사람만 출연시키라’고 솔직하게 말했어야한다.

짐승의 입처럼 틀어 막히다

재갈은 말을 부리기 위해 입에 물리는 가느다란 막대다. 양쪽 끝에 굴레가 달려있어 여기에다 고삐를 맨다. 오른쪽 줄을 당기면 고개가 오른쪽으로 돌아가고 왼쪽으로 당기면 왼쪽으로 돌아간다. 이는 곧 말의 진행방향이다. 말을 기수의 의지대로 몰기 위한 유력한 장치가 재갈이다.

국어사전에서 재갈의 두 번째 뜻은 ‘소리를 내거나 말을 하지 못하도록 사람의 입에 물리는 물건’이다. 감옥에서 반항하는, 대개는 사상범의 입에 물리는 재갈은 입을 막는 도구, 즉 방성구(防聲具)라고 부른다. 사람의 말을 통제하면 그만큼 조종하기가 쉽기에 짐승의 입처럼 틀어막는 것이다.

사실 언론을 조종하면 세상을 통제하는데 용이하다. 그래서 독재자들은 보도를 사전 통제하기도 했다. 5공 시절의 보도지침과 사전검열이 그 예다. 재갈에 채찍까지 동원하던 그 시대에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이라는 사명을 저버리지 않았던 소수의 선배들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채찍을 맞지 않고 일하는 우리는 더욱 용감해야 하지만 어쩌면 이 안락에 길들여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는 사이에 말랑말랑한 대담프로에까지 재갈을 물리는 현실이 도래했다. 알아서 기는 나팔수 언론도 판을 치고…. 정권의 짐승대접을 거부해야만 언론이 대접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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