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성 이미지 안팎으로 살리고 정체성 찾는 노력 절실히 필요

청주읍성 복원은 중요한 화두이다.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청주의 정체성을 찾는다는 의미에서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복원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측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게 많은 시민들의 얘기다. 읍성 주변에 구조물을 쌓는 하드웨어와 읍성 내부에 소프트웨어를 채워야 명실공히 읍성을 살려낼 수 있다는 것이다.

먼저 하드웨어적 복원은 시유지인 중앙공원 서쪽 담장에 성벽모습을 재현하고, 성안길 입구에 읍성 북문을 축조한다면 그런대로 읍성의 이미지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그리고 다음은 소프트웨어적 측면에서 성안길에 읍성의 모습을 재현하는 것이다. 청주시내 성안길을 한 바퀴 걸어보자. 성안길은 전국적으로도 상가가 밀집된 지역으로 유명하다. 백화점·은행·영화관·복합상가와 옷가게·음식점·커피숍·화장품가게·신발가게 등 ‘없는 게 없을’ 정도로 번화하다. 청주시내에서는 쇼핑1번지로서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

▲ 올해로 읍성이 자취를 감춘지 100년이 됐지만 청주시는 처음으로 발굴조사를 시작했다. 읍성은 청주의 원형이며 귀중한 역사적 자산이다. 청주시와 시민들은 너무 오랫동안 역사도시 청주를 방치하고 살았다. 사진은 성벽터 기초석 라인이 확인된 중앙공원 서쪽.
그러나 아쉽게도 과거 이 곳에 읍성이 있었다는 흔적은 없다. 아니, 연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번화하기만 할 뿐이다. 건축물은 대부분 현대식으로 지어졌고, 옷가게·커피숍·화장품가게·구두가게는 전국 체인점 일색이다. 성안길’이라는 이름은 읍성의 안쪽이라는 의미이다. 청주문화사랑모임은 ‘본정통’이라는 왜식이름을 성안길로 바꿨다. 청주문화사랑모임은 지난 93년 시민들을 대상으로 새이름 공모운동을 시작해 다음해인 94년 성안길이라는 이름을 채택했다. 그리고 4대문터에 각각 지명비도 세웠다. 성안길 상가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현대화된 건물을 자꾸 지을 게 아니라 청주읍성의 이미지를 입혀야 하는 것이다.

박상일 청주대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은 ‘청주읍성복원 학술조사 보고서’에서 “읍성내 상가 또는 빌딩건물의 외벽을 성벽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일정 높이까지 성돌을 붙인다든지 모자이크 등으로 조형처리하여 그 자리에 성벽이 있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자”고 말했다.

한옥마을 형성한 전주시를 보라
전주 한옥마을에 가면 대부분의 건물이 한옥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1905년 을사조약 이후 대거 전주에 들어온 일본인들이 처음에는 서문밖에 거주했으나 성곽이 철거된 뒤 성안으로 진출했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인들의 세력 확장에 대한 반발로 교동과 풍남동 일대에 한옥을 짓기 시작했다. 이것이 나중에 한옥마을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옥마을은 전주시 완산구 풍남동과 교동 일원에 형성돼 있고 한옥 543동, 한옥이외 건물 165동 등 총 708동이 있다. 여기에는 한옥생활체험관·공예공방촌·공예품전시관·박물관·문화관과 최명희문학관 등의 문화시설이 들어섰다. 최명희는 ‘혼불’의 작가로 전주출신이다.

▲ 전북 전주시의 한옥마을.

전주 역시 성이 있던 도시였으나 일제에 의해 안타깝게 헐렸다. 한옥마을은 성곽 바깥에 형성된 것이지만 현재 관광자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옥마을에 들어서면 전주시가 육성하고 있는 한옥·한지·한식·한소리·한춤 등 5가지 우리 고유의 문화를 느낄 수 있다. 전주시 관계자는 지난 한해에만 350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청주는 읍성이 있던 역사적인 도시이나 역사성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 성안길을 걸어가는 시민들이 이 곳을 쇼핑가로 이해하지 읍성이 있던 역사적인 곳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청주문화사랑모임이 세운 4대문터 이외에 성을 유추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동안 청주시는 읍성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

이동주 청주시 도시관리국장은 “올해 도심활력화증진사업 국비를 요청했다. 시청남쪽~꽃다리간 상당구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것인데 성곽이미지 재현, 남석교 복원, 청주관아터 확충, 쌈지공원 조성 등의 사업을 발굴했다. 또 읍성내 옛길이 보존돼 있는 것을 찾아내 스토리텔링도 만들 것이다. 성곽 이미지 재현은 도심 바닥이나 건물벽에 성곽 이미지를 입히는 것”이라며 “청주시는 1500년 역사를 가진 역사도시이나 정체성을 찾는 데 소홀했다. 이제 새로운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주시는 올해 발굴조사를 시작한 만큼 읍성복원에 대한 주춧돌 확실히 놓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시장이 바뀌더라도 읍성복원 사업 만큼은 대를 이어 지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읍성 파훼 100년···2018년까지 발굴조사
청주읍성에 대한 청주시민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고조돼 있다. 이렇게 되기까지 읍성이 파훼(破毁)된지 100년이 걸렸다. 올해는 청주읍성 파훼 100년이다. 청주읍성 일대에 대한 발굴조사도 올해 처음 이뤄졌다. 청주시 김선호 문화관광과장은 “올해는 청주YMCA 근처, 2012년에 남문로 파리바게트 앞 인도와 중앙공원 서문터, 2013년에 유래일식 앞 인도, 2014년에 우리투자증권 앞 등으로 진행해서 2018년 북문터까지 발굴계획이 서있다. 연차적으로 발굴하고 2018년 학술대회를 열어 읍성 성곽 윤곽을 확인한 뒤 복원 가능한 지역부터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북문화재연구원은 최근 읍성 발굴조사에서 성벽 기초 적심석에 이어 성벽터 기초석 라인이 확인된 것도 읍성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한 몫했다. 확인결과 기초석의 방향은 중앙공원 서쪽 출입구에서 YMCA 쪽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 때문에 YMCA 쪽으로 추가조사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 청주시도 이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 중앙공원 근처에는 청주YMCA, 광명의원, 청주문화관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YMCA건물은 지난 82년 청주시 소유 땅에 재단법인 대한기독교청년연합회가 지었고, 79년 건립된 광명의원은 땅과 건물이 모두 청주시 소유다. 충북예총과 청주예총 및 산하 협회가 입주해 있는 청주문화관은 67년 지어진 것으로 역시 청주시 소유 부지·건물이다. 읍성복원이나 중앙공원확장시 이 건물 철거는 필요하다. 그런가하면 읍성 우물터가 나온 우리은행 부지 역시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시에서 매입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중앙공원 동쪽에 있는 음식점 ‘티롤’도 비어있는 채로 오랫동안 방치돼 있어 차제에 처분하자는 여론이다. 이런 건물들의 철거는 당장 이뤄지지 않더라도 해결해야 할 과제여서 지금부터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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