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송 현 (초롱이네도서관 대표)

학교에 갑자기 생기가 넘친다. 새학년이 시작된 것이다. 학교옆에 살다보니 창문만 열어놓아도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 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좋다. 오랜만에 듣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여간 반가운게 아니다. 학교 담너머로 귀를 세우고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목소리를 들어보라. 새소리가 아름답다한들 어린이들이 재잘대는 소리를 따라가지는 못 할 것이다.

얼마전 동네 초등학교 운영위원회에 갔다가 교장선생님께 크게 배운 바가 있어 소개하고 싶다. 새학년을 준비하는 계획들이 많아 회의 안건이 많았는데, 회의자료중에 학교 교육목표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형식적으로 넣어준 자료이거니 하고 넘기고 말았는데 교장선생님은 다른 어떤 안건보다 학교 교육목표에 대해 힘주어 이야기를 하셨다. 교장선생님은 6개월전에 부임해오셨는데 그동안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셨다. 그래도 그동안 학교 교육목표가 없었던 것도 아니고, 교육목표가 잘못되었다고 지적된 적도 없었고, 그것을 바꾸자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없었다. 어쩌면 모든 사람들이 나처럼 학교 교육목표는 좋은 말들만 모아서 형식적으로 만들어둔 것이라고 넘겨짚고 관심도 기울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교장선생님은 깊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현재의 학교교육목표를 수정해서 제대로 된 학교 교육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생각하신 것이다. 아이들 교육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왔으면서도 그동안 한번도 제대로 생각해보지 못한 터라 정신이 번쩍 들었다. 교장선생님은 말 그대로의 학교 교육목표를 만들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계셨다. 그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좋은 말들만 모아다 만들어둔 것이 아니라, 진실로 학교가 지향해야할 방향을 분명히 하고, 학교의 구성원들이 실천할 수 있는 목표를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 교육목표에 학교교육을 이끄는 학교장의 의지가 담겨 있어야 하고, 쉽게 가슴에 와 닿아야 하고, 학생과 학부모와 교사가 항상 잊지 않고 실천할 수 있도록 간명해야 한다고 이야기하셨다. 기존의 교육목표는 6개항이었는데, 중복되고, 용어가 어려워 쉽게 가슴에 와 닿지 않다는 것이다.

눈을 씻고 새롭게 제안된 교육목표를 꼼꼼이 읽어보니 읽을수록 입에 붙고, 그 뜻이 소중하게 생각되어 여러 번을 읽어보았다. 몸과 마음이 튼튼하고 조화로운 건강한 어린이, 자신과 타인을 존중하며 더불어 살 수 있는 도덕적인 어린이, 개성을 추구하며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하는 자주적인 어린이, 새롭고 다양하게 생각하며 탐구하는 창의적인 어린이. 함축해서 표현하면 건강인, 도덕인, 자주인, 창의인이다. 나는 먼저 교육의 목표를 분명히 세워서 모두가 함께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그 소신에 감복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학교교육의 목표는 학교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학부모도 함께 해야 하는 것이다. 가정에서도 새학년이 되어 학교에 가는 아이들을 보며 이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 하는 목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나는 우리 아이를 키움에 있어 목표의식이 분명히 있는가 하고 자문하고 엄마와 아빠가 그리고 당사자인 어린이까지 함께 느끼고 받아들일 수 있는 자녀교육의 목표를 세워야 한다.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참된 교육에 대한 열망이 그토록 간절함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우리 교육현실은 거꾸로 뒷걸음질을 계속하고 있다. 목표의식도 없이 눈앞의 현실, 눈앞의 경쟁에만 급급해온 탓이다.

교장선생님이 제안한 교육목표는 글자 하나 고칠 필요가 없이 그대로 마음에 쏙 들었다. 교육목표는 곧 교육철학을 말하는 것이다. 제대로된 교육철학을 갖고 계시기에 누가 뭐라 안 해도 스스로 제대로 된 교육목표를 세우시는 것이다.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이 교육에 관련되어 일하고 있지만 이렇게 스스로 교육철학을 정립하고 교육의 목표를 다듬는 분들이 많지 않으니 교육이 붕괴되는 지경에 이르렀음을 알면서도 스스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회의가 끝난 뒤에 나는 교장선생님께 네가지중에 어떤 것이 더 중요한지 물었다. 교장선생님은 네가지 모두가 중요한데, 그중에서도 굳이 줄을 세운다면 순서대로라고 하셨다. 건강하고, 더불어 살 수 있고, 자기 주도적이며, 탐구하는 어린이. 새학년을 맞는 어린이들이 그렇게 자라길 바란다. 어른들이 어린이들을 그렇게 이끌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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