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가리 매운탕·용봉탕·장어구이·도리뱅뱅 밥상에
오가리식당·대청호가든 대통령 방문 후 문전성시

‘입은 청와대’라는 말이 있다. 식성이 까다롭거나 고급 음식만 찾는 이를 빗대어 하는 우스갯소리다. 임금님 수라상에서 떠올려 대통령이나 먹을 수 있는 좋은 음식을 뜻하는 말.

물론 역대 대통령들이 매끼니 진수성찬만 먹은 것은 아니다. 많이 알려져 있듯 김영삼 전 대통령은 칼국수를, 김대중 전 대통령은 홍어와 갈비탕을 즐겨 먹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순두부·김치찌개 등 가리는 것 없이 잘 먹었다.

청남대에 머무는 동안 대통령들은 무엇을 먹었을까? 대부분의 식사는 청와대에서 함께 온 조리사들이 책임진다. 미리 준비해 온 재료에 부족한 것은 충북도에 요청해 공급받는다.

식사와 관련된 일화로 김찬중 씨는 “국수를 좋아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점심으로 칼국수를 준비했을 때 일이다. 산책을 나간 김 전 대통령이 예상보다 오랫동안 산책을 해 조리사들이 불지 않은 칼국수를 올려놓기 위해 몇 번이나 칼국수를 끓여냈다”고 말했다.

▲ 역대 대통령들이 즐겨 먹었다는 현도면 하석리에 위치한 오가리 식당 '쏘가리 매운탕.'
단골 지정은 검식관 맘
향토 음식도 즐겼다. 쏘가리매운탕과 장어구이, 용봉탕, 도리뱅뱅, 도토리묵 정도가 대통령 밥상에 올랐던 음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식당에 가서 먹기도 했지만 대부분 재료를 가져다 청남대에서 조리하거나 완성된 음식을 배달시켜 먹었다. 이런 음식의 경우 검식관이 철저하게 사전 검식을 하다 보니 노무현 전 대통령 때까지 음식을 공급했던 집이 독점적으로 음식을 제공했다.

김찬중 씨는 “전두환 전 대통령 당시 근무했던 검식관이 지금까지도 근무하고 있다. 아무래도 기존에 거래를 했던 곳이 믿을 수 있어 같은 곳에서 음식을 받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용봉탕과 도토리묵은 상당산성 민속식당가에 있는 ‘대우장’, 쏘가리매운탕은 대청댐 인근(현도면 하석리)에 위치한 ‘오가리식당’, 장어구이는 문의읍내에 위치한 ‘대청호가든’이 책임졌다.

대통령이 다녀간 집은 이래저래 화제가 된다. “얼마나 맛있으면 대통령이 왔다갔을까”라는 호기심에 식당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대표적인 식당이 오가리 식당. 식당 간판에는  1984년 12월 24일 아들 재용 씨와 함께 식사를 하러 온 전두환 전 대통령과 식당 주인 황복순 씨(77)가 악수하는 사진이 크게 걸려 있다.

황 씨는 “부대에서 전화해 귀한 손님이 가니 준비해 달라고만 말해 군 장성급이 오는 줄 알았다”며 “당시에는 초라한 기와집에 방 네 칸이 전부인 때라 긴장했던 것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은 이곳에서 쏘가리 매운탕을 즐겨먹었다. 황 씨는 “김대중 전 대통령 때까지 음식을 보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두 차례나 이곳에 들러 식사를 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청남대에 머물면서 밖으로 나가 식사를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 오가리식당과 대청호식당은 대청호에 인접해 있어  전용 보트인 영춘호를 타고 이동했다.

▲ 산성 대우장 '용봉탕'
서빙 제지당한 식당 며느리의 굴욕
황 씨와 함께 식당을 운영했던 며느리 박범화 씨(51)는 굴욕을 당한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박 씨는 “첫 방문 때 멋모르고 음식을 가지고 들어가려다 제지당했다. 시골 음식점 아낙이 볼품이 없긴 했겠지만 그런 이유로 인근 수자원공사 여직원 2명이 급히 파견돼 서빙을 했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대통령과 악수를 하면 무슨 이야길 나눴냐고 물었더니 황 씨는 “‘맛있게 잘 먹었다. 번창해라’라고 간단한 인사를 나눴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이곳을 낙점한 것에 대해 황 씨는 “평상시 공무원들이 많이 찾는다. 아마도 공무원들이 추천하지 않았겠느냐”고 대답했다.

'대청호가든'을 운영하는 김진해 씨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두 번, 김영삼 전 대통령이 두 번 식당을 찾았다”며 “이곳은 청남대에 대통령이 방문할 때마다 군인들이 매복하고 보초를 서는 곳으로 식당이지만 요새와 같은 곳이다. 선착장이 식당 앞에 바로 있어 드나들기도 편해 대통령들이 자주 찾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김 전 대통령은 아들 현철 씨와 함께 왔다. 수행원들을 포함해 15명 내외가 식사를 했고, 식대는 현찰로 내고 갔다”고 말했다.

▲ 문의 대청호가든 '장어구이'
상당산성 민속식당가에서 수십년째 식당을 운영하는 신금순 씨(71)는 “교원대 개교식에 출장요리를 간 것이 계기가 돼 주로 청남대에 용봉탕을 납품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처음에는 조미료 하나하나 검식관이 검사를 했지만 10년 넘게 거래를 하면서 나중에는 절차가 많이 간소해졌다”고 말했다. 신 씨는 “자라와 오골계로 만든 용봉탕은 역대 대통령 모두 좋아했던 것으로 안다. 전 전 대통령은 특히 우리집 도토리 빈대떡을 좋아했다”고 말했다.

청남대에 들어갈 때 어려운 점도 있었다. 청남대까지 가져가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반만 익혀 가져가 청남대 앞에서 요리를 완성해야 했다. 그는 또 “출장비를 주지 않았다. 한 시간 가량 걸려 가져가도 딱 음식값만 지불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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