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남대 22년 근무한 김찬중 씨가 말하는 역대 대통령 스타일
역대 대통령 총 88회 방문, 골프에서 노래방까지 다른 취향

돈으로 인심 후한 전두환
수행원 힘들게 한 노태우

일가친척 챙기는 김영삼
조용히 쉬었다 간 김대중
국민에 별장 내준 노무현
 

2003년 개방된 청남대는 충북으로서는 포기할 수 없는 관광자원이다. 이런 이유로 청남대 관광객 유치를 위한 지자체의 노력은 끊임없이 진행돼 왔다. 하지만 관광객 수는 크게 증가하지 않았고, 청남대 관광 활성화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이시종 지사 취임 후에도 청남대를 관광명소로 만들기 위한 노력은 진행 중이다.

충북도는 관광객 100만명 돌파를 위해 대통령 테마 공원지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대통령 역사문화관 건립, 대통령 숙박·골프체험 프로그램 개발, 청남대 주차장·음식점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첫 성과물로 지난 20일 역사문화관이 개관됐다. 역사문화관에는 외교사절로부터 받은 선물과 취임식 사진 등을 전시, 관광객들에게 보다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지금은 관광상품을 포함한 모든 재화의 마케팅에 스토리텔링이 필요한 시대다. 청남대가 관광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대통령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들의 역사적 평가는 차치하고 대통령 별장으로 사용되던 시절, 휴가기간 동안 청남대에서 무엇을 하고 무엇을 먹었는지 시민들이 궁금해 하는 청남대에서의 일상을 살펴봤다.<편집자 주>

▲ 대한민국 16대 대통령 노무현, 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에서 밝혔던 청남대 개방 약속을 지켰다. 사진은 노 전 대통령이 2003년 4월 18일 관리권 이양식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청남대는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3년 12월 준공돼 봄을 맞이한다는 뜻으로 영춘재(迎春齋)라고 이름 지어졌다. 이후 1986년 7월 남쪽의 청와대라는 뜻으로 청남대(靑南臺)로 개칭됐다. 전 전 대통령을 시작으로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그리고 관리권을 충북도로 이관하고 일반인에게 개방한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5명의 전직 대통령이 총 88회(336박 471일) 이용한 곳이다.

“청남대를 가장 많이 방문한 대통령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고, 노태우 전 대통령이 가장 오랜 기간 머물렀다.” 청남대 산증인으로 불리는 청남대관리사업소 운영과 김찬중 씨(47)의 설명이다.

1985년 청와대 경호실 작전부대에서 군 생활을 하던 시절 전 전 대통령 휴가 때 경호를 위해 청남대에 처음 왔었다는 그는 제대 이후 대통령 비서실에 근무했다. 김 씨는 1989년 1월 청남대로 발령받고 내려와 개방되던 2003년까지 대통령 비서실 소속으로 근무하고, 비서실 철수 이후에도 충북도 공무원으로 자리를 옮겨 이곳에 남아있다.

그는 “여름휴가와 두 번의 명절, 공군사관학교 졸업식 때에는 정기적으로 청남대를 이용했다. 비정기적인 방문까지 포함하면 많게는 연간 6~8회 가량 청남대에 머물렀다”고 회상했다. 그는 또 “노무현 대통령은 청남대 개방을 위해 방문한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덧붙였다.

 

역대 대통령 골프 실력

5·6공 때 대통령 여름휴가는 보름이었고, 이후에는 일주일이었다. 여름휴가 때 대통령들은 무얼 했을까? 김 씨가 기억하는 대통령들은 대부분 운동을 즐겼다. 낚시를 하기도 하고 테니스나 탁구를 치며 휴가를 즐겼다. 특히 골프를 좋아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은 골프광이었다고 김 씨는 기억했다. 노 전 대통령은 짐도 풀기 전에 골프복으로 갈아입고 골프장으로 향했다. 전 전 대통령은 5공 실세들과 노 전 대통령은 사돈을 맺은 재벌가 총수들과 골프를 쳤다.

김 씨는 “노태우 전 대통령 재임시절 야당 총재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이 청남대를 방문해 함께 라운딩을 했다. 4명이 라운딩을 했는데 당시 김 총재 스코어가 가장 높았다”고 말했다. 1990년 당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80대 타수를, 김영삼 전 대통령은 90대 타수를 쳤다고 김 씨는 말했다.

청남대에 배치된 병력 중에는 흔히 말하는 일빵빵(보병)을 비롯해 기갑·공병·통신 등 공식 병과가 아닌 골프병·낚시병·테니스병 등이 존재했다. 이름에서 짐작되듯 골프병은 대통령이 골프 칠 때를 대비해 골프장을 최상의 상태로 만들어 놓는 일을 한다. 가끔 치기는 했지만 골프보다 조깅을 좋아하는 김영삼 전 대통령 때부터 10년간 청남대 내 골프장은 무용지물이 됐다.

▲ 운동을 좋아했던 역대 다른 대통령들과 달리 몸이 불편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주로 이휘호 여사와 산책을 즐겼다. 수행원들을 가장 편하게 해줬던 대통령으로 꼽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불편한 몸 때문에 골프를 치지 않았다. 청남대 관리권 이양을 위해 청남대에 방문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양식 행사를 하루 앞둔 2003년 4월 17일 이원종 도지사 등과 함께 10년 만에 현직 대통령의 마지막 라운딩을 치렀다. 노 전 대통령은 이 때 머무른 1박 2일이 청남대에 남긴 유일한 흔적이다.

김 씨는 “5·6공 때는 경비·경호병력 등 수행원이 600명 이상 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CCTV가 도입되면서 수행인력은 200~300명으로 줄었다”며 “수행하기 가장 힘든 대통령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었고, 가장 편한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다”고 말했다.

이동수단, 헬기로 또는 열차로
노 전 대통령은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다음에 진행할 행사들을 준비해야 했다고 한다. 모든 일정을 수행원들이 준비해야 했다. 반면 김 전 대통령은 이휘호 여사와 산책을 하는 것이 야외활동의 전부였다고 한다. 단 한차례만 아들 홍일 씨와 함께 왔고, 항상 이휘호 여사와 둘이서만 휴가를 보냈다. 김 씨는 “김 전 대통령은 주로 독서로 소일했다. 대낮에 본관에 들어가도 다음날이 돼서야 밖으로 나온다”고 설명했다.

조촐한 휴가를 보내는 김 전 대통령과 달리 김영삼 전 대통령은 항상 손자·손녀를 데리고 왔다. 현재 본관에 놓여 있는 노래방 기기도 당시 김 전 대통령이 손자·손녀를 위해 지시한 것이다. 낚시를 좋아한 김 전 대통령은 고기가 잡히지 않자 낚싯대를 거둬 양어장으로 옮겨가 손맛을 즐겼다는 일화에서 그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전 전 대통령이 청남대에 머무를 때 가끔 쏘가리 매운탕을 먹기 위해 들렀다는 식당 주인은 “당시 전 전 대통령이 음식을 먹고 나서 직원 모두에게 팁을 3만원씩 챙겨줬다”고 말했다. 당시 쏘가리 매운탕 4인분 가격도 3만원이었다. 당시 소방공무원 자격으로 대통령 휴가기간 중 청남대에서 대기했었던 김구환 씨(청주시 공무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은 떠나는 길에 대원들 회식비 명목으로 격려금을 줬다. 하지만 노태우 전 대통령은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군 출신이지만 다른 두 대통령의 스타일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청와대에서 청남대로 이동하는 수단은 헬기와 열차가 대부분이다. 대통령이 어떤 것을 선택해도 안전을 위해 자동차를 포함해 모든 이동수단이 움직였다. 김찬중 씨는 “상대적으로 연로했던 김대중 김영삼 두 대통령은 열차를 택했다”며 “떠나는 날은 대부분 헬기를 이용했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 부부는 근무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걸어서 청남대를 나섰던 모습이 기억난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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