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흥덕구 시범경선에 쏠리는 유권자의 ‘눈’
불공정시비는 피할 수 없는 시행착오

결국엔 진성 당원에게 선택권 줘야, 민주노동당 모범 보여
축제로 승화시켜 유권자 호응 얻어야 득표에 효과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각각 청주 흥덕 을과 갑구에서 국민경선을 통해 4·15총선 후보를 결정키로 함으로써 유권자들에게 새로운 관심거리를 제공케 됐다. 두곳의 경선은 당초 각 정당이 정치개혁을 전제로 제시했던 국민과의 약속을 지켰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 한나라당은 오는 10일 청주시 흥덕구 강서동 스카이웨딩홀에서 김준환(변호사) 남상우(전 충북도부지사) 송태영(중앙당부대변인) 세후보를 대상으로 국민경선을 실시하고, 경선여부로 막판까지 후보간 심각한 갈등을 빚었던 열린우리당은 아직 세부일정을 정하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당원 10%(200명) 일반 유권자 90%(1800명)로 모두 2000명의 선거인단을 구성하게 되고 열린우리당은 선거인단 정수를 유권자의 0.5% 이상으로 한다는 당헌 당규에 따라 최하 650명 이상의 선거인단을 조직할 전망이다. 열린우리당의 경우 그동안 경선불가로 맞섰던 오제세 전 인천시장의 입장을 감안, 선거인단의 규모를 최대한으로 늘려 불공정 시비를 불식시킨다는 방침이다.

충북은 경선 기피, 다른 곳은 스스로 원해

그러나 문제의 국민경선에 대해선 여전히 논란이 많다. 충북처럼 초장부터 특정 의원의 경선 기피 때문에 파문을 일으킨 경우나, 이미 경선을 치르고도 불공정 시비를 유발하는 경우 모두가 경선의 난맥상이 원인이다. 특히 중앙당이 전략적으로 영입, 입당시켰던 후보들이 경선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시자 충북에서도 외부영입 인사들이 경선에 대해 부정적인 자세로 일관해 왔던 것. 열린우리당에선 박범계 전청와대법무비서관(대전 서구을) 최창환 전이데일리 대표(서울 은평을) 이평수 수석부대변인(경기 부천원미갑) 김방희 전MBC라디오 진행자(서울 서대문을) 권오갑 전과기부차관(경기 고양덕양을) 등 당초 당선권으로 분류됐던 내노라 하는 인사들이 경선에 나섰다가 줄줄이 낙방했다.

이들의 결정적 패인은 갑자기 지역구에 내려 와 활동하다 보니 아무래도 ‘조직’에서 지역연고가 확실한 기존 후보에 비해 뒤질 수 밖에 없는 현실정치의 한계, 때문에 일부 언론에선 “경쟁력 있는 후보들이 지방의 토호세력들한테 밀리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했지만 오히려 이런 시각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한 관계자는 “그렇다면 중앙에서 놀던 사람은 무조건 국회의원에 당선시키라는 말이냐. 국정 책임자나 정치인이 입만 열면 지방분권을 외치면서 시각은 여전히 과거의 중앙집권에 머물고 있다. 지방에서 활동하거나 자수성가해 국회의원으로 진출하는 것을 정치발전을 위해 오히려 긍정적으로 여겨야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충북의 외부영입 인사들이 경선을 기피하는 것과는 달리 충남 천안을과 서울 강남을 선거구에선 공천내정을 받은 후보들이 이를 반납하고 다른 후보와 경선할 것을 스스로 주장해 대조를 보였다.

‘나’를 알릴 수 없다는게 큰 맹점

그렇더라도 현재 진행중인 각 당의 국민경선 과정엔 고쳐야 할 것들이 많다. 때문에 이번 총선에선 현재의 방침을 그대로 따르되 차기부턴 원칙적인 면을 중시해 궁극적으로 ‘당비를 내는 진성당원’에게 후보선택권을 돌려줘야 한다는 주장이 팽배하고 있다.

현재 각 당이 운용중인 국민경선의 맹점중 하나는 후보들이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지역기반이 탄탄한 토박이 인사가 유리한 건 사실이다. 오는 10일 경선을 갖는 한나라당 흥덕을 후보들도 막상 경선에 따른 선거전을 펼 수 있는 시간은 불과 10여일 정도로, 마침 이들 세후보는 오래전부터 활동했기 때문에 서로 똑같은 조건이지만 만약 이곳에도 어느날 갑자기 외부인사가 영입됐다면 불공정시비를 일으킬 소지는 충분히 있었다. 이들이 결정적으로 선거인단에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는 투표날 실시되는 합동연설회 단 한번 뿐이다. 지난달 22일 경선을 가진 열린우리당 경기 고양시 덕양을구의 경우 경선발표 후 선거운동기간이 단 3일에 불과해 사실상 후보와 유권자의 접촉을 원천 차단했다는 당내 비판을 받기도 했다.

“결국 자기들만의 잔캇 의혹 제기돼

막상 선거인단 구성에 있어서도 문제점은 많다. 현재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모두 전화번호에 의한 무작위 샘플링으로 선거인단을 조직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 현실의 벽이 높다는 것이다. 우선 1차로 정당지지여부를 물어 자기당을 지지하거나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대답한 유권자를 대상으로 다시 선거인단 참여의사를 물은 뒤 이에 응한 대상자로 선거인단을 구성하게 되는데 그 과정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지금까지 각 당의 사례를 보면 전화 통화수의 약 7% 정도만 선거인단 참여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1백명에게 전화를 걸어야 고작 7명의 선거인단을 모집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한나라당은 등록된 모든 전화번호를 대상으로 하고, 열린우리당은 사무실 및 단체 등을 제외한 일반 가정집 전화에 한해 샘플링 작업을 한다는 방침이다. 이럴 경우 각각 2000명과 650명 이상의 선거인단을 구성하려면 전술한 7%를 감안하더라도 엄청난 숫자의 통화를 남발할 수 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다른 정당 지지자나 정치에 무관심한 자, 그리고 생업에 바쁘다는 이유로 응답을 기피하는 유권자들을 제외하면 결국엔 특정 후보 지지자들만 남아 선거인단에 포함될 개연성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특정인을 밀기 위해 전화를 기다리는 운동원들에게 투표권이 돌아 갈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외양은 국민참여 경선이지만 실제 내용은 조직동원에 의한 구태 선거라는 비난이 이에 근거한다. 그러나 전문 여론조사 기관에 따르면 모든 과정이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면 특정 후보 지지자의 선거인단 포함률은 높아봐야 10% 안쪽이라는 것이다. 그 보다는 선거인단 선정작업 과정에서 누가 전화기를 맡느냐가 더 큰 변수라는 지적이다. 만약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아르바이트생이 전화작업에 나선다면 당연히 선거인단 구성도 그 후보한테 유리할게 뻔하기 때문이다. 현재 각당이 이 점을 우려, 중앙당 책임제로 경선을 치르고 있지만 공정성 확보는 여전히 난제로 남아 있다. 이처럼 전화방법을 택하게 되면 선거인단 표집과정에서 연령, 성별, 지역별 표준화에도 큰 어려움이 따르게 돼 역시 공정성을 확보하기가 녹록치 않다. 한나라당은 흥덕 을구 경선과 관련, 전체 표집중 45세 이하 50%, 여성 유권자 50% 포함을 원칙으로 해 신뢰성을 높일 방침인데 이러기 위해선 엄청난 노력이 들어 갈 수 밖에 없다.

전화착신이 경선의 성패요인?

이처럼 전화에 의한 무작위 샘플링으로 선거인단을 구성하다 보니 경선 대상지역에선 착신경쟁이 일고 있다. 대개 전화가 가정집으로 가기 때문에 출타 혹은 직장근무에 대비, 가정집 전화를 개인 휴대폰으로 착신시켜 설문에 응하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각 후보 캠프에선 지지자는 물론 그 지인들에까지 전화설문에 대비, 전화착신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경선의 승패는 누가 많이 착신전화를 확보하느냐에 달렸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현재의 분위기를 전했다.

민주노동당의 입장에서 보면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경선은 말 그대로 ‘앙꼬’없는 찐빵이나 다름없다. 상향식 공천이라는 형식만 취했을 뿐이지 실제 그 내용은 구태정치를 답습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미 전국의 후보자를 철저히 경선을 통해 결정한 민주노동당은 민주정치 원리에 입각한 가장 모범적인 경선을 선보여 차별화된 정당임을 분명히 각인시켰다. 민노당은 4만여명에 이르는 진성당원을 기반으로 후보자 경선을 실시했는데, 당원을 제외한 일반 유권자는 원천적으로 배제했다. 3개월 이상 당비를 연체한 당원에 대해서도 ‘당권’을 정지시켜 투표에 참여할 수 없도록 했다. 결국 당에 대한 충성도와 애당심이 높은 당원에게 후보 선택권을 줌으로써 당의 정강 정책에 가장 잘 어울리는 양질의 후보가 총선에 나설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민경선은 민노당을 본받아야”

충북에서 민노당 후보로 결정된 배창호(청주 흥덕 갑) 박만순(청주 흥덕을) 윤성희씨(청주 상당) 등도 모두 경선과 정책토론을 거쳐 후보로 결정됐기 때문에 처음부터 불공정시비는 나올 수가 없었다. 특히 민노당이 후보자 자질검증을 위해 경선기간에 토론회를 개최하는등 소위 ‘관문’ 장치를 도입한 것은 보수 정당들이 당장 본받을만한 사례다. 실제로 현재 추진중인 한나라당의 청주 흥덕 을구와 열린우리당의 청주 흥덕 갑구 경선을 놓고도 이런 문제점을 제기하는 여론이 많다. 후보자간 정책검증과 자질검증이 가능토록 자체 토론회를 개최하거나, 지역 시민단체 등 오피니언 리더 그룹에 의해 1차적으로 검증을 받는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지금처럼 투표날 합동연설회만으론 후보의 면면을 꿰뚫어 볼 수 없다는 자성론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합동연설회 한번으로 후보를 결정한다면 자칫하다간 속은 텅비어 있고 말만 번지르한 인사가 선택될 수도 있다. 현재 진행중인 경선의 다른 문제점은 시일을 갖고 고쳐나갈 수 밖에 없지만 이런 것은 마음만 먹으면 당장 시행할 수 있다. 어쨌든 이왕 경선을 할바에 좀 더 명분있는 모양새를 갖춰야 하지 않은갚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어차피 앞으로는 현재 민노당처럼 진성당원에 의한 경선으로 가야 할 것이다. 당원은 당비를 내면서 정당활동에 주인된 입장으로 참여해야 하고, 또 정당은 이들 당원에게 선출권을 줘야 정상이다. 이래야만 비로소 민주주의의 근본인 정당정치가 실현될 수 있다. 지금 진행중인 국민경선이 비록 여러 보완할 점을 안고 있어도 당초 약속대로 밀고 나가야 한다. 어차피 시행착오는 거칠 수 밖에 없다. 정치발전을 생각한다면 이 정도의 불협화음은 극복해야 한다고 감히 주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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