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배설보여주는 ‘비언소’

겨우내 움츠렸던 것은 자연만이 아니다. 공연계도 비수기를 맞아 활동이 저조했던 것이 사실. 지금 공연계는 3월 스타트를 장식할 공연준비에 한창이다.

년극장은 3월 12일부터 31일까지 ‘비언소(蜚言所)’를 무대에 올린다. 공연은 오후 7시, 주말은 오후 4,7시 문화공간 너름새에서 펼쳐진다.

연극의 배경은 공중화장실인 ‘비언소(蜚言所)’. ‘변소’의 사투리 버전인 ‘비언소’는 또한 ‘말이 소비되어지는 곳’이라는 중의적인 이야기도 담고 있다.

번잡한 도시의 한구석 남자용 공중변소, 앞뒤로 변기가 놓여져 있고, 객석을 향해 각기 독립된 장면과 캐릭터로 시원스런 배설을 보여준다. 연극은 간첩이나 현상수배범을 잡아 한순간에 팔자를 고쳐보겠다는 ‘이상한 남자’와 ‘변소의 여왕’인 청소부 아줌마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또한 볼일 급한 두 남자의 변기앞에서 자리 다툼, 자신의 무능함에 지친 가장, 습관성 장염환자, 욕심 없는 남자 등이 등장한다.  이 연극이 단순한 ‘화장실 유머’로 그칠지는 연극제작자의 몫이다. 이창구 연출. 홍진웅, 이계택, 김태섭, 정창석, 류지연 출연.

충북연극의 자존심세울 ‘일천구년 궁(宮)’

연극계는 제22회 충북연극제 참가작으로 시민극장 장경민 연출의 창작초연작인 ‘일천구년 궁(宮)’을 선택했다. ‘일천구년 궁’은 고려시대의 왕과, 권력, 로맨스를 다룬 천년전 ‘궁’에서 일어난 사건을 보여준다. 1009년 당시 고려 7대왕이었던 목종은 유행간과의 남색을 즐겼고, 섭정이었던 어머니 천추태후과, 배다른 동생과의 왕위자리를 놓고 권력다툼이 극심했다. 이 때 나타난 강조는 권력지향형의 인물이 아니지만 이들의 관계에 끼어들면서, 나중에 강조의 난을 일으켜 정권을 잡게 된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현재의 정치와 사회를 꼬집자는 의도다.

천년전 이야기가 오늘날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는 아마도 “과거에도 우리들의 삶은 똑같았다”는 것. 그래서 현재의 사건을 반추해 볼 수 있는 묘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청주시연극협회는 3년만에 연합공연을 올린다. 그리고 대본을 쓴 장경민씨가 연출까지 맡는다. 연극제의 특성상 ‘창작초연’에 후한 점수를 주는 것이 사실이지만, 젊은 연출에 창작초연은 부담스러운 자리이기도 하다.

 ‘일천구년 궁’은 ‘강조의 난’이라는 하나의 사건을 해석해 나가는 주인공들의 다양한 시각을 동일한 무대에서 함께 풀어나간 방식이 새롭고, 극중에서의 시간의 흐름을 역류해 해석해 내는 방법 또한 신선하고, 암울한 역사적 사건들이 빚어낸 정란을 단지 하나의 서바이벌 게임으로 바라본 연출가의 시니컬한 해석이 독특하다는 평이다.

공연은 4월 1일부터 2일까지 청주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 열린다.이승부, 박현진, 문길곤, 박종보, 이미영, 김상규, 방근성, 안진상, 김성태외 다수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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