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도축된 병든 소가 도내에 유통된 것을 두고 몇 달째 지역사회가 내홍을 겪고 있다. 최근 논란은 1년여 동안 이 쇠고기를 납품받은 학교명단을 공개하느냐 여부다. 검찰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0년 2월~2011년 6월말까지 청주와 충주, 청원의 99개 초·중·고에 불법 도축된 쇠고기 4.1톤이 납품됐다. 학생 9000여명이 먹을 수 있는 분량이란다.

사실 문제의 학교가 어딘지는 이미 지난달 22일 민주노동당 충북도당에 의해 공개됐다. 민노당은 해당지역 초·중·고의 홈페이지를 며칠 동안 뒤져서 문제의 S업체로부터 쇠고기를 납품받은 99개 학교 중 90개를 찾아냈다. 초등학교가 39군데에 달했고, 70군데가 청주에 집중돼 있었다. 학교에 따라 적게는 한달에서 많게는 1년 동안 납품이 이뤄진 내역까지 밝혀냈다.

민노당은 다만 이 같은 발표가 학생과 학부모에게 끼칠 정신적인 영향을 고려해 명단을 도당 홈페이지에 올리는 방식을 택했다. 민노당은 또 명단공개가 단순한 폭로가 아니라 대책위 구성과 집단소송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임을 분명히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생협 등 5개 단체로 구성된 병든 소 학교급식 대책위가 충북도교육청에 △해당기간 급식납품업체 명단 납품기간 및 수량, 단가 및 입금계좌 내역 △각 학교별 급식업체 계약현황 학교별 급식납품업체 선정기준과 절차 △납품업체 선정관련 회의록 및 관련자료 △학교급식에 대한 교육청의 관리감독 현황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청했다.

주는 대로 먹은 학생들은?

충북도교육청은 이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법원에서 재판이 끝나야한다. 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학교의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며 이 시점에서의 명단공개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교육청의 입장을 두둔하는 의견도 제시됐다. 충북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는 지난 3일 “시민단체들이 불법도축 등을 관리해야 할 관계기관은 내버려 두고 교육당국만을 압박하는 것은 온당하지 못하다”며 학교 명단 공개를 거부할 것을 주장하고 나섰다.

교총은 더 나아가 “급식에 대한 불안감 조성과 거부감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확정이 되더라도 교육당국은 절대 정보를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교총은 또 “불법 도축된 소고기를 도축검사 증명서 허위 조작 등의 방법으로 정상 고기를 속여 납품했다면 교육당국도 피해자라는 것을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시민단체는 잊어서는 안 된다”고까지 덧붙였다. 이는 “학교도 단위가 클 뿐 소비자다. 가정과 마찬가지로 믿고 먹을 수밖에 없다”던 교육청 관계자의 항변과 같은 맥락이다.

피해자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하릴없이 당한 것은 학생들이다. 교육당국도 피해자라는데 일선학교의 계약관행과 안전한 급식을 제공할 교육당국의 책임을 간과한 공노할 발언이다. 급식에 대한 불안감은 이미 조성됐다. 이제까지 교육청이 속았다면 앞으로 또 속지 않는다는 보장은 무엇인가?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