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군 남이 혼수가구단지·미원 자전거도로 ‘새 모델’로 각광
군에서 지시하지 않고 면에서 의견 수렴, 군은 사업비 지원만

청원군의 읍·면중심 경영체제가 전국 지방자치단체들로부터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오효진 청원군수가 지난달 19일 충북대에서 열린 한국지방자치학회 세미나에서 ‘읍·면중심 경영체제의 실천방안’에 대해 발표한 이후 전국의 자치단체와 대학, 연구소 등지에서 자료를 보내달라는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군 측 설명이다.

군 관계자는 “경기 포천시에 있는 대진대학교에서 오 군수에게 강의를 요청해 왔고, 전남 순천시는 청원 사례를 순회 교육한다는 계획이다. 또 (사)지방행정연구소에서는 이 날 발표자료를 ‘지방행정’ 4월호에 게재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지시하지 않는다

읍·면중심 경영제체는 사업을 결정하고 추진하는 주체가 자치단체가 아닌 주민이라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그 중 남이면의 혼수가구단지와 미원면의 자전거도로가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남이 혼수가구단지는 당시 송위호 남이면장(현 청원군 물관리과장)과 가구업체들이 의견을 모으면서 시작됐다.

당시 척산 부근에 이불집과 가구점같은 혼수용품 가게가 20여군데 모여 있는 점을 십분 활용해 가구단지를 조성키로 한 것. 그래서 현재 이 곳에는 가구점 외에도 이불혼수정전자제품정양복정그릇가게·가구공장 등 60여개의 혼수가구업체가 터를 잡았고 인근 현도면의 청원 가구마을까지 합치면 120여개가 성업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경완 남이혼수가구협회장은 “남이에 혼수가구단지가 조성된 배경은 기존에 혼수용품 가게들이 모여 있다는 것 외에도 교통이 좋고 땅값이 싸며 주차장을 넓게 만들 수 있다는 이점이 있었다. 단지가 형성되고 나서는 빈 땅이 없을 정도로 많은 업체들이 들어왔고 매출액도 상당히 늘었다. 청원가구마을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데 반해 우리는 지역주민들과 모든 것을 함께 해 민원도 없고 화합이 잘된다”고 자랑했다.

이 곳에서는 홍보도 색다르게 해 눈길을 끌었는데, 지난해 1∼2월 마을 앞 논을 얼려서 무료썰매장을 운영한 것이다. 군 관계자는 “당시 청주시내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많이 찾아왔고 가족단위 방문객들도 상당히 많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인근 농가와 계약 재배한 ‘태교쌀‘을 신혼부부들에게 홍보용으로 돌리면서 입소문을 타게 됐다는 것. 이 쌀은 가수 김도향씨의 태교음악을 들려주고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한 것이다. 올해는 특히 5억2000만원의 예산을 확보해 보도를 황금색으로 포장하고 야외예식장, 주차장, 공원도 만들 계획으로 알려졌다.

사업비 17억원 따내 모두 놀라

그리고 미원의 자전거도로는 지난 2001년 3월부터 시작됐다. 현 노재민 면장이 미원을 특색있게 가꾸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하던 중 미동산 수목원과 연계한 자전거도로를 만들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그래서 이 도로는 미동산 수목원과 미원천 뚝방도로를 연결해 완성되고 총 길이가 10km이다. 실제 미동산 수목원은 식물도 식물이지만 산악자전거를 타는 지역으로 이미 매니아들에게 인기가 높다.

자전거도로를 만들기 위해 미원면체육회 임원과 관내 기관장, 이장 등은 강원 강촌과 경북 상주 등 자전거도로를 잘 해 놓았다고 소문난 지역을 방문하고 뉴질랜드 크라이스트 처치 헤글리공원과 오클랜드 자전거 전용도로를 벤치마킹하기도 했다는 것.

 이들은 예산확보를 위해 미원출신 행자부 사무관을 찾아가 ‘도와달라’고 매달렸는가 하면 여기저기 이야기를 해 국비와 도비, 군비를 합쳐 17억원이나 따내는 저력을 발휘하기도 했다는 게 군 관계자의 말이다. 앞으로는 자전거도로 주변 미원천 내에 보를 막아 낚시를 할 수 있게 하고, 간이수영장, 보트장, 농산물판매소, 황토 팬션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자전거대여소도 있다. 완공은 오는 6월경으로 잡고 있다.

남이 혼수가구단지와 미원 자전거도로 성공 배경에 대해 청원군은 작은 단위인 면에서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의견을 모으기 쉬웠고, 애향심이 작용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만일 이런 일을 군이나 도에서 발주하고 면에 지시를 했다면 주민들의 무관심 속에 예산낭비만 하다가 실패했을 게 뻔하다는 것이다. 주민들의 의견을 거꾸로 군에 올리고 군에서는 예산을 지원해주는 형태로 이뤄졌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것이며 자랑할 만하다는 게 두 지역을 보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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