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9일 충북대 본부 현관 앞에서는 ‘국·공립대 총장 후보자 선출권 보장을 위한 직원참여 결의대회’가 열렸다. 이 날 결의대회의 골자는 직원들도 총장 후보자 선출에 동참하겠다는 것인데 공무원 신분으로 이렇게 ‘내놓고’ 주장한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일로 꼽히고 있다. 전국국·공립대학교 공무원직장협의회연합과 전국대학노조 국립대학본부가 주최한 이 날 대회에는 총 200여명이 참석, 구호를 외치고 교내행진을 벌였다.
그래서 그런지 총장 선거를 며칠 남겨놓지 않은 충북대 캠퍼스에는 ‘교수만의 총장인가 직원참여 보장하라’ 라는 플래카드가 여기저기 걸려 있다. 이렇게 의견을 하나로 모으고 행동으로 옮기기까지는 여러 해가 걸렸고, 여러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다. 그중 김백규 충북대공무원직장협의회장(48·제8행정실 의과대학계장)은 10여년간 이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 고민해온 사람이다.
전국국·공립대학교공무원직장협의회연합(이하 국공련) 초대회장을 지낸 그는 전국의 국·공립대가 직장협의회 조직을 갖추는데 산파 역할을 했고 지금은 16개 대학이 전국 연합에 소속돼 있다. 지난 89년 총장 직선제가 실시되면서부터 직원들도 선거에 참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김회장은 초지일관 이 목표를 위해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교에서 ‘왕따’를 당해가며 한 우물을 판 그는 일련의 일들로 인해 쓰러져 병원신세를 지는 등 힘든 과정도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공무원들이 결의대회까지 개최한 것은 상당히 큰 뉴스 감이다. 총장선거에 참여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일인가.

“엄밀히 말해 교수들만이 뽑는 것은 총장이 아니라 교수회장이다. 대학은 지식인들의 집단이고 가장 진취적이어야 하는데 가장 보수적이다. 우리는 총장선거 참여를 최고의 목표로 삼고 현행법을 위헌으로 규정하고 있다. 참정권을 보장받지 않으면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선거권 확보는 모든 직원들의 소망이었는데 공무원 신분이다 보니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이어 김회장은 직장협의회의 모태가 됐던 직원협의회 시절에도 선거권 확보를 주장했으나 당시는 플래카드 한 장 붙일 수도 없었고 행동의 제약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런 와중에도 김회장은 ‘총장후보선출을 위한 대책위원회’를 꾸려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등 ‘선구자’ 로서의 역할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교수들만이 총장을 뽑을 때 가장 큰 폐단이 대표성 결여라고 했는데 그외에 또 다른 문제가 있는가.

“그렇다. 우선 대표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교수들에게만 선거권이 있으니까 후보들도 교수들의 연구비를 올리겠다, 기성회비를 인상하겠다는 식으로 주장하지 학교의 3주체중 하나인 직원들에 대해서는 관심이 전혀 없다. 어느 집단이든지 주인의식을 가지려면 선거권이 있어야 한다. 한 계층에서만 대표를 뽑는다는게 말이 되는가. 또 교수만의 선거는 정치화, 파벌화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는다. 보직 나눠먹기도 이 중 하나다. 모든 것이 교수들을 위한 대학으로 운영되다보니 학생들도 뒷전이고 교수의 후생복지가 최우선이다. 그래서 우리는 교수·학생·직원·지역인사·학부모 등 대학구성원의 전계층이 참여하는 총장후보선출기구 설치를 대안으로 내고 있다. 직선제는 좋지만 모든 계층이 참여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이런 기구가 합리적일 것으로 본다.”

-교수들 사이에서는 직장협의회의 주장에 대해 동조하지 않는 분위기가 많은 것 같은데…

“우리도 그렇게 느끼고 있다. 결의대회가 있던 날, 200여명이 어깨띠를 두르고 총장후보자 소견발표회장에 들어가 질의하겠다고 하자 선거관리위원회측에서 막아 서로 옥신각신하는 일이 있었다. 교수들을 개인적으로 만나면 ‘잘했다’고 하는 사람도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빼앗긴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면서 교수들이 80년대 후반 정부와 싸워서 쟁취한 총장직선제에 직원들이 왜 ‘무임승차’하려고 하느냐는 여론도 있다고 하자 김회장은 발끈하며 이렇게 주장했다.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은 새로운 계급사회고 교수들은 또 하나의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직선제를 주장한 사람은 전국민이 아니고 당시 소수의 선각자들이었다. 그럼 선거권을 이들에게만 줘야하는가.”

-직장협의회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직원들이 선거권을 가지려면 교육공무원임용령을 개정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는 첫째 10인 이상 50인 이하의 위원회를 구성해 총장 후보를 선출하거나, 둘째 당해 대학교원의 합의된 의사에 따라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첫 번째는 간접선거를 말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교원들이 합의해 정하는 것이므로, 우리 대학도 교수들이 직원참여를 결의하면 되는 것이나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정부에서 임용령을 개정하면 우리가 마음놓고 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 그래서 지난 10월에도 전공련에서 교육인적자원부와 청와대 등 관계기관에 교육공무원임용령 개정안을 올렸다.”
이어 그는 총장, 선거관리위원회, 교수회, 총장선거 후보자 등에게 직원참여와 관련한 공개질의서를 보내고 추후 행동을 논의하는 등 다각도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공립대학중 충북대와 목포대가 올해 총장 선거를 치러 지난 99년 7월 창립된 충북대공무원직장협의회도 다른 대학 기구보다 선두격으로 이 일을 진행하고 있는 셈. 특히 이 조직을 이끌어가고 있는 김백규 회장은 ‘노동법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고 느껴’ 충북대 법무대학원에서 석사학위까지 받았다.
/ 홍강희 교육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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