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의견 중용·정실인사 배제·국제적 시각 주문

[민선5기 향한 나기정의 제언]

민선5기에 대해 담담하게 제언해줄 원로가 누군지 잠시 고민했다. 이원종 전 충북지사(관선 26대, 민선 2·3대)와 나기정 전 청주시장(관선 22대, 민선 2대)이 떠올랐다. 이 두 전직은 김영삼 전 대통령 류(類)의 독설이 아닌 건설적인 의견을 제시하리란 믿음이 들었다. 그러나 이 전 지사는 “전직은 자신이 떠난 기관에 대해 절대 입을 열면 안 된다”며 극구 사양했다. 나 전 시장은 “잘하고 있는데 구태여 입을 열면 누가 된다”면서도 “눈치 보지 말고 더욱 소신을 가져야한다”며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행정가나 정치가의 신념이 지나치게 강하면 독선으로 흐른다. 지금 하는 사람들이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열정은 있어야한다. 눈치나 보고 있으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특히 자치단체장은 언론이나 정치권에 주눅 들어선 안 된다….” 나기정 전 시장은 “내가 한 번 더 하고 싶었던 것도 언론과 정치권의 비난에 대해 소신을 지키고 싶어서였다”고 부언하며 이 같이 말했다.

2002년 재선 도전은 어떤 의미에서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언론과 의회에 대한 오기의 발로(發露)였던 셈이다. 나 전 시장은 “국제행사를 많이 벌인다고 ‘문화가 밥 먹여주냐’는 언론의 비판과 ‘지주들 땅 팔아주려고 동부우회도로 공사한다’는 의회의 비난이 만만치 않았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그는 낙선했고 결국 본때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나 전 시장은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에 대해 재임시절부터 줄기차게 반대론을 펼쳐왔다. 당시는 충청도에 민주당 단체장이 귀하던 시절이라 ‘정당의 개입’을 거부한 뚝심은 크게 간섭받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정당정치가 더욱 공고해진 상황이다.

“녹색수도 초기 주민호응 필수”

나 전 시장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전문가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것과 국제적인 시각을 갖출 것을 주문했다. 나 전 시장은 “외부전문가들의 의견을 존중해야한다. 경험 있는 명망가들의 지혜를 활용한다면 소신 있는 행정을 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와 함께 내부구성원 가운데 능력과 열정, 비전이 있는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한다면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반해 선거를 도와준 사람들을 데려다 쓰면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나 전 시장은 항공엑스포, 공예비엔날레, 인쇄출판박람회 등 다수의 국제행사를 만들었고, 직지를 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과정에서 프랑스의 ISU(International Space University·국제우주대학)와 같은 기관을 청주에 유치하려고 했다.

“국제화시대에 걸맞게 다른 나라의 지방자치, 사업, 문화, 복지 등을 넓은 시야로 바라봐야한다”는 것이 그의 주문이다. 나 전 시장은 “방법은 많다. 정보화시대가 아닌가? 굳이 외국에 나가지 않아도 되고 가서 볼 필요가 있다면 가면 된다. 교민도 우리의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한범덕 시장이 주창하고 있는 ‘녹색수도에 대해 물으니 “아주 좋은 콘셉트다. 목표는 잘 잡았다. 지금은 초기단계니까 지역주민의 호응을 끌어내는 게 필요하다. 또 이에 수반되는 예산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특별기고>
남기헌 충청대 행정학부 교수(충북행정학회장)
민선5기 충북도정 1주년의 평가와 과제

년 이때쯤이면 학회, 언론, 시민단체는 각자의 기준을 가지고 지방자치단체운영에 대한 평가결과를 발표한다. 이는 지방자치가 주권재민(主權在民)의 실현이라는 관점에서, 주민만족형 지방정부지향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함일 것이다. 올해는 민주당으로 지방의 권력이 바뀐 지 1년이 되는 터라 자치단체의 역량평가에 대한 관심이 더욱 큰 것도 사실이다.

돌이켜 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주민의 평가는 냉혹했다. 유권자는 현 정부의 수도권규제완화정책과 세종시정책, 친기업정책, 주민과의 소통부재 등에 대한 심판으로, 충북의 권력구조를 바꾸어 놓았다. 민주당이 도지사와 도의회 의석의 과반수이상을 차지했으니 압승을 거둔 셈이다.

일각에선 민주당의 승리라기보다 한나라당의 정책실패에 대한 정치적 선택이라는 여론도 있다. 민선 5기도 주민의 희망과 대안을 무시하면 주민의 예리한 통찰력과 날카로운 비판의 대세를 피해갈수 없기에 초심으로 돌아가 도정운영에 전념해야한다.

충북도정 1년을 평가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더구나 모든 분야를 평가한다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필자의 평가는 도지사공약사업을 바탕으로 도정운용기본방향에 대한 상징적 평가에 한정할 수밖에 없다.
이시종정부가 제시한 도정운용방향의 기조를 보면, 지방권력의 교체에 대한 주민의 여망을 정책으로 담아내려 노력했다.

다분히 관료중심· 기업중심의 도정운영에서 벗어나, 다원화시대가 요구하는 주민과 기업, 지방정부가 소통과 화합의 열린 행정체제를 구축하여 서민지향, 농촌지향, 양성평등 지향, 균형발전 지향 등의 정책과제를 발굴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특히 친서민정책의 실천이다. 그간 역대도지사들이 공약하고 실천하지 못했던 도청 외부공간을 정비하고, 도지사 관사를 개방하여 도민에게 활용토록한 점은 이시종지사 친서민정책의 대표공약실천이다. 또한 도민과 소통하는 열린 조직으로의 변화노력이다. 북부출장소 설치운용, 개방형직위임용제도의 확대, 전략·조정·지원형 등 서민지향으로 조직개편, 주민참여예산제도 정착노력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시민사회와 소통을 강조·실천하고 있다는 점이다. NGO센터의 건립추진이나 시민사회단체지원예산의 투명성확보를 위한 대안마련, 민관협력소통협의체 구성운영, 사회복지비서관제의 도입과 주요정책과정에 관련단체와의 다양한 토론회개최 등 도민과 소통하려는 자세는 높이 살만하다. 무엇보다도 전국최초로 무상급식 실현, 주요국책사업의 유치·유지, 태양광밸리 조성, 도지사공약평가시스템의 보완·운영 등은 모범사례로 제시 할만하다.

하지만 수행과정에 방향을 선회한 공약들도 없지 않다. 지난 1년 가장 고민했던 정책은 ‘4대강사업 반대’ 공약의 번복으로 보인다. 물론 지방정부 차원에서 대응할 역량과 내용에 한계가 있기에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또한 민관소통협의체구성운영의 변형, 전문가중심이 아닌 공무원중심의 조직진단 및 직무분석에 의한 조직개편 등도 공약의 방향성과 걸맞지 않아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개방형임용제도와 엽관주의 인사행정운영도 매끄럽지 못하였다는 비판도 있다.

이는 정당공천제도가 도입·운영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여 지방정부의 엽관주의 인사정책에 대한 가이드라인의 정립이 필요해 보인다. 공무원의 직무수행방식도 문제이다. 도지사는 서민지향인데 일부 공무원들은 아직도 공급자중심의 틀 속에서 변화를 꺼려하고 있다는 평가도 만만치 않다.

아직도 3년이 남아있다. 쓴소리를 보듬고 도정목표를 여하히 달성하려면, 조직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 공무원은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재정은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주요정책운용과정방식은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미래지향적 전략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전략은 도민과 기업, 그리고 지방정부가 거버넌스의 틀 속에서 소통과 조화, 배려의 정신이 넘쳐날 때 가능하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