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시인 “약육강식·적자생존은 투쟁 원리, 공존공생·상호부조는 협력 원리”

도종환 시인

‘간소하고 질서있는 생활을 할 것/ 미리 계획을 세울 것/ 일관성을 유지할 것/ 꼭 필요하지 않은 일은 멀리할 것/ 그날 그날 자연과 사람사이의 가치있는 만남을 이루어가고, 노동으로 생계를 세울 것’. 도종환 시인이 소개한 스콧니어링의 좌우명이다. 스콧니어링은 미국 펜실베니아대학 교수였으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에 앞장서다 해직됐다. 이후 전쟁반대 논문을 발표해 연방법정에 서기도 했다. 나중에 시골로 들어가 농사를 지으며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하면서 자본주의의 문명에 저항했다.

도 시인은 지난 22일 ‘2011 청주인문학교실’ 마지막 강의 강사로 등장했다. 이 날 주제는 ‘질주하는 사회, 성찰하는 삶’. 질주하는 이 사회에서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강의였다. 도 시인은 “스콧니어링이 서구문명에 작별을 고한 이유는 경쟁을 으뜸원리로 삼고 파괴·편견·대립·적대·전쟁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시골로 들어가 하루에 노동 4시간, 지적 활동 4시간, 좋은 사람과 친교 4시간으로 보냈다. 권력과 조급함, 근심, 혼란 등 4가지 해악으로부터 벗어난 삶을 살았다”고 역설했다. 모두가 꿈꾸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삶이 아닐 수 없다.

도 시인은 이런 점에서 핀란드 교육과 정서지수(EQ)에 대해 강조했다. “핀란드에는 학원이 없다. 모든 것을 공교육에서 해결한다.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배려하고 뒤처지지 않게 하는 교육을 중시한다. 또 갈등과제를 주고 합의에 이르는 토의를 하도록 한다. 이렇게 한 결과 국제학업성취도·반부패지수·성장경쟁력지수·환경지속가능성지수에서 각각 1위를 했다. 이 곳은 정권이 바뀌어도 국민 동의하에 교육부장관을 20년 이상 교체하지 않는 나라다.” 반면 우리나라는 정권 바뀔 때마다 교육부장관을 교체해 냉탕과 온탕을 왔다갔다 한다. 교육은 가장 먼저 경쟁을 가르치고, 교육정책과 입시정책은 장관 교체 때마다 달라져 국민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어찌 핀란드가 부럽지 않으랴.

시인은 또 EQ지수를 설명하면서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를 예로 들었다. 현실에서는 ‘마준’이가 ‘주류’이고 가진 게 더 많지만 국민들은 ‘탁구’가 더 잘되기를 바랐다는 것. ‘탁구’는 못 배우고, 가난해 우리사회에서 ‘비주류’로 분류되지만 생각이 바르고 건강해 결국에는 이긴다는 얘기다. 정서적 지수가 높은 사람은 인기가 좋고 남들의 협조를 잘 얻어내 높은 성취를 이룬다는 것이다. 밀림속에서 무리를 이끌어가는 것도 정서적으로 접근하고 희생하는 알파늑대이지 힘으로 접근하는 베타늑대가 아니라는 게 도 시인 말이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 결론이 나왔다. 플라톤의 ‘행복의 조건’을 읽어보자. ‘먹고 입고 살고 싶은 수준에서 조금 부족한 듯한 재산/ 모든 사람이 칭찬하기에 약간 부족한 용모/ 사람들이 자신이 자만하고 있는 것에서 절반 정도밖에 알아주지 않는 명예/ 겨루어서 한 사람에게 이기고 두 사람에게 질 정도의 체력/ 연설을 듣고서 청중의 절반은 손뼉을 치지 않는 말솜씨’. 재미있으면서 뭔가 울림을 주는 글이다. 삶은 완벽한 것도 아니고, 또한 완벽할 수도 없다. 모든 것이 부족한 듯 하지만 실제는 그것이 공존공생, 상호부조 할 수 있는 조건인 셈이다.

그래서 도 시인은 “약육강식·적자생존은 투쟁의 원리, 공존공생은 협력의 원리다. 자연속에서는 강자인 매만 살아남는 게 아니다. 약자인 오리도 살아남는다. 현대사회에는 공존공생, 상호부조하는 정신이 절실히 필요하다. 너도 나도 질주하는 사회지만, 소통하고 대화하며 평화와 협력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인은 이 날 모두가 질주하는 사회를 거슬러 성찰하며 살라고 했다. 고은 시인의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처럼.

‘담쟁이’의 시인 도종환은 누구?
세상을 밝게 만든 100인 중 한 명
국민들에게 힘과 용기주는 시인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 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어느덧 ‘담쟁이’는 도종환 시인의 대표작이 됐다. 이 시는 2009년 ‘직장인 100만명이 뽑은 내 인생의 시 한 편’에서 1위를 차지했다. 현실이 아무리 절망스럽더라도 기어이 극복하고 마는 불굴의 정신을 보여주기 때문일까. 주변에서도 이 시를 암송하는 사람들이 많다. 도 시인은 “담쟁이는 벽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본 뒤 나머지 담쟁이들과 손을 잡고 한 발짝씩 나아가며 담을 넘는다”며 “IMF가 닥쳤을 때 이 시를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도 시인에 대해서는 긴 설명이 필요없다. 그동안 ‘접시꽃당신’ ‘부드러운 직선’ ‘슬픔의 뿌리’ ‘해인으로 가는 길’ 등의 시집과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그대 언제 이 숲에 오시렵니까’ ‘마음의 쉼표’등의 산문집을 펴냈다. 최근에는 '정순철 평전'을 펴내 또 한 번 진가를 높였다. 시인은 ‘엄마앞에서 짝짜꿍’ ‘졸업식노래’ 등 온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노래를 작곡했으면서도 6·25 때 납북돼 거의 잊혀졌던 정순철을 살려냈다.

그리고 ‘접시꽃당신’ 출간 25주년을 맞아 특별한정판 시집도 냈다. 86년 발간된 이 시집은 시인이 아내를 암으로 잃은 뒤 회환과 비탄을 절절하게 담아내 100만부가 넘게 나갈 정도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시인을 유명하게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그동안 신동엽창작상, 정지용문학상, 윤동주상 등을 수상했으며 ‘세상을 밝게 만든 100인’에 선정됐다.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부이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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