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오송 일대 전국 최대 규모 서식지”
600마리 발견, 생명과학단지와 연계 생태관광지 만들자

“쫏쫏쫏 끄윽끄윽…”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야생동식물 2급 보호종인 금개구리가 내는 소리였다. 24일 청원군 강외면 궁평 2리 논밭에서 금개구리를 만났다. 금개구리는 사람들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숨을 정도로 예민하다. 몸의 크기나 전체적인 모양이 참개구리와 비슷하나 등 옆선을 이루는 두 줄의 융기가 금색으로 현저하게 돌출되어 있다. 모니터 조사를 하고 있는 신경아 씨가 장화를 신고 들어가 금개구리 한마디를 도로위로 꺼냈다. 금개구리는 눈치를 살피더니 잠시 한눈판 사이에 논으로 풍덩 빠졌다.

▲ 오송역 일대에 멸종위기종인 금개구리가 발견돼 개발과 보존이라는 가치가 정면충돌하게 됐다. 환경단체는 모니터링을 통해 개체수를 확인했으며 정밀조사를 하면 적어도 1000마리 이상 서식할 것으로 주장했다.

금개구리는 우리나라 고유종이지만 농약과 환경에 민감해 멸종위기에 처했다. 궁평 2리는 친환경 우렁이 농법을 하고 있는 데다 수로 또한 콘크리트가 아니라 흙으로 둑을 쌓아올린 자연형 수로다. 미호천에서 물이 유입된다. 박완희 두꺼비친구들 사무국장은 “금개구리는 평택과 서해안에 많이 살았는데 미군기지 주둔 및 개발이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멸종위기에 처했다. 5월 23일부터 6월 18일까지 모니터링을 통해 오송 일대에서 600~700마리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적어도 1000마리 이상 살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금개구리가 출현한 곳은 오송제2생명과학단지와 역세권 개발 예정 지역이다. 두꺼비 친구들은 “오송제2생명과학단지보다 역세권 개발 예정지에 훨씬 더 많은 금개구리가 살고 있다”고 밝혔다.

지역주민과 마찰도 일어

따라서 금개구리 서식지를 얼마만큼 확보할 수 있을 지가 관심이 쏠린다. 지난 28일 금개구리 서식지를 두고 현장에서 양서류 전문가 및 도청 관계자 등이 모여 한 차례 대책회의를 갖기도 했다. 이날 토지수용이 안 될 것을 염려한 일부 지역주민들의 반발도 있었다. 이들은 “금개구리가 사람보다 중요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 청원군 강외면 금개구리 발견 지점.
양서류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금개구리 최대서식지다. 내륙에서 밀도가 높은 집단 서식지로 보존가치가 있다. 앞으로 정확한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13일에는 충북도 바이오밸리 사업단, 충북개발공사, 두꺼비친구들 관계자들이 모여 회의를 거치기도 했다. 충북개발공사 관계자는 “이미 한차례 현장을 방문했다. 오송제2생명과학단지 부근에는 금개구리가 많이 발견되지 않았다. 역세권 개발은 지구지정 단계라 아직 개발을 논할 때가 아니다”고 에둘러 말했다.

현재 오송제2생명과학단지는 이미 환경영양평가 초안까지 나왔고 역세권의 경우는 지구지정 단계다. 따라서 향후 역세권 개발을 할 때 기본 도시계획에 금개구리 보존계획이 들어가야만 하는 상황.
오송 일대는 과학비즈니스벨트 설치로 충북의 100년 명운이 달린 곳이라고 말한다. 그러다보니 금개구리 출현이 마냥 반갑지 않는 곳은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충북도와 충북개발공사다.

또한 오송제2생명과학단지 환경영양평가 초안에는 금개구리 출현이 전혀 기록돼있지 않다. 환경영양평가는 주로 엔지니어링업체가 맡다보니 생태 부분에 있어서 조사 및 전문가 의견이 배제돼 있다. 박완희 국장은 “개발업체와 환경단체가 공동 조사단을 꾸려서 개체수를 확인하고 서식지 보존을 위한 대책을 세워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강유역환경청 환경평가과에서는 개발주체에서 낸 환경영양평가를 검토하게 된다. 금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금개구리 특성상 서식지를 보존하려면 주변환경인 논밭을 다 매입해야 한다. 대체 서식지를 만들면 생존확률은 높지 않을 것이다. 일단 개발주체에게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협의체 구성해 상생방안 찾자

박완희 국장은 “오송제2생명과학단지와 금개구리의 연관성을 찾아 생태관광으로 엮는다면 오히려 호기가 될 수 있다. 인근 KTX 오송역이 있기 때문에 접근성도 좋다. 양서류를 통한 신약개발도 성행하고 있고, 충북도는 양서류 생태원을 만들려고 계획 중이다. 역세권에 있는 금개구리 서식지를 보존하면서 생태교육 및 체험학습 공간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금개구리가 농약에 민감하기 때문에 ‘금개구리 쌀’등을 개발해도 인기가 높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두꺼비친구들은 오송 일대 맹꽁이 조사를 벌여 130여마리의 개체를 확인했다.
원흥이두꺼비보다 오송 금개구리가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이미 계획이 완료된 시점에서 보존운동을 펼친 것과 달리 역세권의 경우 개발이 밑그림 단계에 있다는 것이다. 또 한차례 두꺼비 운동을 통해 성과를 갖고 있는 터라 인식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충북에서 가장 민감한 지역인 오송역 일대라는 점이 싸움의 방향을 예측하기 어렵게 한다. 박완희 국장은 “앞으로 금개구리 보존을 위한 협의체를 만들어 공론화를 시작할 것이다. 충북도가 금개구리의 생물학적인 가치를 활용한 친환경적인 개발을 해나간다면 전국적으로도 화제가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두꺼비친구들은 오송 일대 맹꽁이 조사를 6월 23일부터 27일까지 벌여 130마리의 개체를 확인했다. 맹꽁이도 금개구리와 같은 멸종위기종 2종이다. 맹꽁이 서식에 대해서는 제2오송생명과학단지 예정지 환경영향평가서에서도 이미 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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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전국에서 양서류 종 다양성 가장 높아

두꺼비친구들은 “2010년까지 환경부 자연환경조사 및 2011년 상반기 조사결과 충북지역에서 우리나라 18종의 양서류 중 고리도롱뇽과 제주도롱뇽을 제외한 16종 모두 서식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최근 청원군 오송역 일대에서 금개구리가 발견되었으며, 올해 멸종위기야생동식물로 지정 예정된 수원청개구리가 음성군 삼성면에서 확인됐다. 또한 계곡산개구리의 최대서식지가 제천 박달재휴양림에서 발견되는 등 양서류의 종 다양성이 전국적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11년 조사결과 청주권 일대 38개 소류지 중 19곳에서 두꺼비 산란이 확인돼 두꺼비 서식 밀도도 높다.

따라서 이러한 다양한 양서류 생물자원에 대한 종합적인 보전, 활용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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