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백들의 안간힘, ‘학벌 세탁’은 기본

취직용 몸값 올리기 업그레이드는 필수 지난해 지방의 K대학을 졸업한 김모씨(29)는 입사지원서를 낼 때마다 서류전형에서 번번이 낙방했다. 일부 기업에서 대학별로 등급을 매겨 지방대학이나 전문대 출신들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대 공대를 졸업한 임모씨(27)는 취업에 실패하자 안정적인 직업을 갖기 위해 아예 2년째 의대 편입시험에 매달리고 있다.

‘이태백’이 넘치는 요즘 자신의 학벌을 취직용으로 업그레이드하려는 ‘학벌 세탁’이 늘고 있다.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문을 뚫기 위해 일부 지방대 학생들은 ‘더 나은 간판용’ 편입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한 조사에서 65% 이상의 대다수 대학생과 직장인들은 보다 용이한 취업과 직장생활에서의 신뢰도 제고를 위해 편입 또는 대학원 진학 등을 통한 ‘학벌 세탁’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지방대 출신들이 기업 채용시 서류전형에서부터 낮은 점수가 매겨지는 억울한 사례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의해 공개되기도 했다. 일부 기업체는 입사지원서를 놓고 출신 학교를 분류, 일정 점수를 매기는데 물론 명문대가 우위를 차지한다. 일단 서류전형에서 점수가 매겨지게 되면 이 점수는 최종 면접까지 따라붙는다. 몇몇 대기업은 아예 유명 대학측으로부터 우수 학생들의 데이터베이스를 넘겨받아 신입사원을 채용하기도 한다.

서울 소재 중하위권 대학의 한 취업정보실 관계자는 “일부 유명 기업들이 일부 지정 학교에만 입사추천서를 나눠주는 것은 이미 오래된 관행”이라며 “중하위 대학의 취업정보과는 학생들의 취업 알선조차 할 수 없는 유명무실한 기관으로 전락해버렸다”고 말했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더 좋은 학교, 취업이 잘되는 안정된 학과를 원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편입학원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명문대 편입에 성공한 학생들이 후배 편입 준비생을 상대로 족집게 과외를 하기도 한다. 한 여대생은 “한달에 20만∼30만원을 들여 편입 과외를 받는 학생들도 많다”고 밝혔다.

하지만 힘들게 ‘학벌세탁’을 하고 취업에 성공해도 차별은 꼬리표로 따라붙는다. 지난해 10월 국가인권위가 발표한 취업차별 실태에서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입사원서에 편입 여부와 편입 전 대학을 적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입 대학에서 졸업한 후 취업한 한 직장인은 “면접 때 왜 편입했냐는 질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순혈통’이 아니라는 이유로 승진이나 고과에서 차별을 당한 적이 있다”고 씁쓸해했다.

김상봉 학벌없는사회정책위원장은 “학벌이 지위나 신분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다보니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가서도 다시 학벌경쟁에 내몰린다”며 “특정 대학 출신의 독점을 제한하고 입사 차별을 금지하는 등 제도적 장치가 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굿데이 기사제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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