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수 열 전국교직원노조충북지부장

단체교섭에서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와 최종 타협점을 찾아내 총파업의 위기를 넘긴 김수열지부장(44)은 넉넉한 웃음으로 손님을 맞았다. 취임직후부터 김영세교육감 퇴진운동에 힘을 집중시킨 김지부장은 7차 교육과정·교원 성과급제·학급당 학생수 줄이기등 연이어 터진 교육현안에 눈코 뜰새없이 한 해를 보냈다.
하지만 최대 쟁점이었던 학교내 조합원 활동보장 요구를 교육부가 수용함에 따라 전교조 조직 활성화에 큰 기대를 걸고있다. 전교조가 ‘총파업’이라는 배수진을 치고 버틴 것이 주효했지만 이같은 합의내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자칫 교단내에 편가르기 양상이 벌어진다면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부 보수언론에서 학교가 노조운동으로 황폐화될 것처럼 얘길하는데, 실제 내용은 그렇지 않다. 수업이 끝난 방과후에 그것도 한달에 2시간만 노조활동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일선 학교의 교무실 회의가 자유로운 토론의 장으로 운영되지 못했기 때문에 전교조가 합법적인 틀속에서 교내에 논의의 장을 만들자는 것이다. 오히려 논의가 없는 가운데 파벌이 생기는 것이지, 민주적인 논의구조에서는 편가르기가 무의미하다고 본다. 파업을 내걸었기 때문에 학부모님들의 걱정이 컸을 텐데, 원만한 합의점을 찾아 천만 다행이다”

전교조 활동 수업 피해 없었다

하지만 과거 전교조 활동이 참교육을 내세운 교육개혁에 집중한 반면 최근에는 성과급 반납등 조직활동에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자민련의 교원정년 환원 법개정에 대해 침묵하는 모습도 노조의 집단 이기주의가 작용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솔직히 정년 환원 문제는 곤혹스럽다. 개인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고 전교조 중앙에서도 공식적으로 법개정을 요구한 적은 없다. 교원의 신분보장과 사기진작을 위해 야당에서 추진하고 있지만 어려운 과정을 거쳐 정년조정한 결과를 곧바로 뒤집는 것이 국민들의 눈에 어떻게 비쳐질 지 염려스럽다”
교원 성과급 반납투쟁도 일부 국민들의 눈에는 ‘배부른 투정’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능력과 성과에 따라 성과급을 차별지급하겠다는 근본 취지가 잘못된 것인가. 아니면 교사는 평가의 대상이 될 수가 없다는 것인가. “교사들로 특정한 과제에 대해서는 서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교실에서 학생들과 이뤄지는 교육활동을 누가 얼마나 객관적인 잣대로 심사할 수 있겠는가. 교육활동 이외의 업무(잡무)를 놓고 학교장·교감이 근무평점으로 매기는 식인데, 교사는 교단에서의 모습으로 평가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평가기준도 공개하지 못하는 지금의 성과급제는 본래 취지와 달리 반교육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높다. 실제로 참교육의 소신을 가진 많은 조합 교사들이 이번 평가에서 C급을 받았다.

교실내 교육활동 평가기준 모호

전교조충북지부는 조합원들을 상대로 모두 10억2000만원의 성과급을 반납받았다. 반납에 실패(?)한 문제의 돈은 지금 어떻게 보관하고 있을까. “현재 농협에 예치해 두고 있다. 현재까지 반납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교육부가 성과급제에 대한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그 결과에 따라 반납액의 처리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고교 무시험 입학제로 바뀌면서 전 과목 내신점수에 신경쓰다보니 중학생의 학원 사교육비가 만만치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전교조충북지부 여론조사에서도 청주지역 중학생의 70%가 학원수강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시험 전형제를 주장해온 전교조는 이런 사태를 예측하지 못했을까. “입학시험을 치를 경우 배점이 많은 과목에 치중하는 교육 불균형을 초래하게 된다. 입시는 전체 교육의 일부분에 불과한 것인데 마치 전부인 것으로 왜곡된다. 고교내신제는 교육정상화라는 큰 틀에서 평가해야 된다. 학부모님들이 학교교육에 대한 신뢰를 갖고 사교육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나도 고1, 중학생 자식이 있지만 일체 학원에 보내지 않고 있다.(학교성적을 물어보니 10%이내의 상위권이었다) 학생도 인간으로써 최소한의 자기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 학교에서 종일 공부에 시달린 몸을 또다시 학원으로 밀어 넣는다고 해서 얼마만큼 학습효과를 거두겠는가”

인터넷 수업공개, 시기상조

학교교육(공교육) 신뢰확보의 방안으로 청주 모초등학교 교사가 인터넷 수업공개를 시도한 적이 있다. 하지만 전교조 충북지부는 반대입장으로 만류했었다. 공교육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수업장면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평가받는다면 교육소비자인 학부모들은 반길만한 일 아닌가. “조합원 교사가 개인적인 소신을 갖고 시도했었지만, 아직은 너무 이르다고 생각한다. 다수의 동료교사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고 수업방식은 백인백색이 되는 것이 당연한데, 누구 누구 선생님 최고식으로 소문이나면 그렇게 해달라는 주문이 이어질 수도 있다. 조심스럽게 접근해야할 문제다”
교육부와 전교조가 가장 큰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는 것은 교육시장화 정책이다. 하지만 평준화 교육이 학력 하향평준화를 낳았다면 그냥 방치해 둘 수 만은 없지 않는가. “학력수준의 절대적인 비교기준은 없다. 과거에는 주입식 입시교육으로 점수만으로 평가했디만 요즘은 창의적 자아개발에 교육목적을 두고 있다. 영국은 대처수상이 교육의 신자유주의 발상으로 공교육 기반이 붕괴위기에 처했다. 영국 초등교사의 경우 교원인력이 부족해 주54시간 수업을 하는 형편이고 영어권 외국에서 교사를 초빙해야 하는 실정이다. 소수의 명문 사립고교 졸업생들의 지도자 그룹으로 성장해 상류층을 형성하고 다시 대물림되는 80:20의 사회가 되고 있다. 빌게이츠 몇 명만 있으면 나라 전체를 먹여 살릴 수 있다는 발상이라면 몰라도 동양적 인본주의 가치관 속에서 교육에 시장논리를 적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 권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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