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숙(청주역사문화학교 대표)

모두들 난리들입니다. 기업하는 사람도, 장사하는 사람도, 또 가정은 가정대로 힘들다고 합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거덜날 거라며 불안해하고 초조해 합니다. 그런데 ‘거덜’은 왜 나는 걸까요? 물론 세상이 좋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아끼지 않고 산 탓인 경우도 꽤 있지는 않은가요?

우리는 학창 시절에 분명히 배웠습니다. 가정 시간에는 엥겔 계수를 비롯한 가정 경제를 배웠고, 정치 경제 과목 시간에는 사회 경제를 배웠습니다. 미래를 위한 몫을 지금 어느 만큼 떼어놓고 아껴야 한다는 걸.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지금 거덜나는 부분이 꼭 경제 부문뿐일까요? 인간 관계의 정은 어떤가요. 돈보다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인권은 어떤가요. 지금보다 더 못 먹고 못 살던 시절에도 가지고 있었던 서로에 대한 ‘측은지심’은 거의 파탄 날 지경이 되지 않았습니까.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혹 내 생명만큼이나 중요한 게 우리 모두의 생명이라는 ‘생명 교육’의 부재는 아닐까요? 이 글을 쓰는 저의 경우에는, 학교에서 근검절약이라는 말은 귀가 따갑도록 들었어도 미래를 위한 ‘환경과 생명’에 대한 교육은 별로 받지 못했던 듯 싶습니다. 아니 배우긴 배웠겠지요. 다만 피부에 와닿는 가르침을 받지 못 했던 것이겠지요.

그런데 지금 청주 산남동 원흥이 생태 마을은 ‘생명 교육’의 현장입니다. 사람이 두꺼비를 비롯한 자연을 지켜주고, 또 그 자연들이 청주를 지켜주는 ‘생명 교육’의 요람입니다. 두꺼비를 비롯한 생태 환경, 청주의 역사를 가늠할 수 있는 역사 문화가 고스란히 살아있는 땅이기 때문입니다.

땅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요. 도시 개발을 해서 집을 많이 짓고, 빌딩을 세운다고 해서 청주가 부자가 되지는 않습니다. 지금부터 시작되는 두꺼비들의 산란, 집단 서식, 이동 등도 참으로 가치 있는 생태 재산입니다. 두꺼비를 비롯한 자연을 그대로 보전해서 원흥이 마을을 세계적으로 유명한 생태마을이 된다면, 그 또한 환경 운동의 역사의 ‘선진지 견학’코스가 됩니다. 오늘의 이 원흥이 생태마을 보전 운동이 시민운동의 유명한 모델이 됩니다.

옛날 역사 유물이 가치가 있듯, 지금 청주에서 쓰여지고 있는 이 순간의 역사도 훗날 미래의 세대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역사적 가치를 될 테니까요. 그도 그럴 것이 원흥이 생태 문화 보전 운동의 주축은 어머니들과 어린이들입니다. 일찍이 환경, 시민 운동의 역사상 이처럼 단순 소박하게 시작해서, 이토록 아기자기하게 진행하고 있는 곳이 몇 군데나 되겠습니까. 또한 그런 곳에서는 예외 없이 뒷날 그 도시의 중추적 산업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어린이 교육계에서 현장체험학습의 유명한 견학지로 각광받고 있는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레지오 에밀리아’가 그 비근한 예입니다.

그러기 위해 새로이 많은 돈을 들일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사랑해주고 지켜 주기만 하는 게 원흥이에 대한 ‘투자’입니다. 경제의 기본은 아끼는 겁니다. 아낍시다. 집짓기 좋다고 해서 있는 땅 없는 땅 다 거덜내지 말고, 가치 있는 땅 한 뼘을 아껴서, 청주의 아니 한국의 큰 재산으로 불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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