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게 약’이라는 선조들의 가르침이 있다. 모르고 살면 속이 편하다. 국제정세에 웬만큼 밝은 사람이 아니라면 켄 리빙스턴(Ken Livingstone)이라는 이름을 알 리가 만무하다. 왠지 탐험가의 이름처럼 느껴지는 켄 리빙스턴은 영국의 수도인 런던의 시장, 그것도 전임시장이다.

‘레드 켄(Red Ken)’, 즉 빨갱이 켄이라는 별명이 붙은 리빙스턴 전 시장은 1981년 지방의회 내각 책임자 성격으로 런던시장이 됐다. 지방선거에서 노동당이 런던시의회를 장악하면서 런던시의 수장이 된 것이다.

그는 취업훈련을 재정적으로 보조했고, 공공 탁아시설을 만들었다. 1983년에는 ‘티켓 하나로(Just The Ticket)’라는 환승제도를 도입했고 대중교통 요금도 확 내렸다. 또 공공부문 구조조정이 영국을 휩쓸던 그 순간, 오히려 일자리를 방어했다. 이는 공공부문만 아니라 런던 사기업들에게도 적용됐다.

심지어는 당시 상황을 ‘런던코뮌’이라고까지 부른다. 런던이 사회주의자들의 수도가 되어버린 것이다. 화들짝 놀란 대처 수상은 1986년 보수당 다수의 의회에서 지방세 상한제를 도입하고, 런던과 6개 대도시의 의회를 폐지해 버린다.

리빙스턴은 2000년 4월 다시 런던시장으로 돌아왔다. 수도행정구역인 그레이트 런던이 창설되면서 시장 선거에 나서 당선된 것이다. 그는 재선에 성공해 2008년까지 런던을 이끌었다. 이 기간 동안 그는 도심혼잡통행료, 자가용차량 운행제한구간 설정 등 파격적인 교통정책을 도입했다.

진정한 변화는 개선이 아닌 개혁

서명희 청주시의원이 도심혼잡통행료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서 의원은 6월20일 열린 본회의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청주시도 도심 진입차량에 대해 혼잡통행료를 징수하고 버스전용차선제 운영, 자가용차량 운행제한구간 설정, 권역별 환승주차장 설치 등 다양한 정책을 도입할 시기가 됐다”고 주장한 것이다. 서 의원은 복지환경위 소속으로 5월29일~6월6일까지 런던 공무연수를 다녀왔다.

배낭여행 형식으로 다녀온 공무연수에서 의원들이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린 것 같다.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교통지옥, 매연지옥이었던 런던이 대중교통과 보행자들의 천국이 된 것은 혁명적인 개혁을 통해 가능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모르는 게 약이었는데, 알아버렸으니 이를 실현하려면 저항과 갈등을 감수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변화는 불가능하다.

런던시민들은 혼잡통행구간을 통과하기 위해 무려 10파운드(1만8000원)의 통행료를 내야한다. 청주에서 이를 시행한다면 상권이 죽고 일종의 직접세 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반발이 클 것이다. 그러나 연수를 다녀온 의원들은 “도심에 차는 적은 반면 사람은 넘쳐났다”고 증언한다.

청주시가 장애인들을 위해 도입한다던 저상버스 정책은 중단됐다. 일종의 장애인 전용 콜택시인 해피콜이 더 편리하고 사회적 비용도 덜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런던을 다녀온 의원들은 말한다. “저상버스가 꼭 장애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어린이, 노약자 모두 타고 내리기에 편했다”고. 한범덕 시장의 녹색수도에 공감한다면 청주시민들은 함께 고민할 골칫거리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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