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청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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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청자다
  • 충북인뉴스
  • 승인 2011.06.22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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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희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나는 TV를 꽤나 좋아한다. 스스로에게 ‘테순이’라는 별명을 붙여줄 만큼 어려서부터 TV를 끼고 살았다. 아니 여태 끊지 못했다. TV를 보며 인생을 배웠고, 호기심을 키웠다. TV라는 놈이 그렇다. 늘 곁에 있고, 내가 선택할 때 반응하는 것 같지만, 오히려 나를 지배하는 건 TV였다. 나는 여전히 TV를 좋아하지만, TV를 보는 일이 점차 참기 힘든 ‘일’이 되었다.

지난 16일, KBS청주총국이 개국 66주년 특집 뉴스를 방송했다. 개국 66주년을 맞아 여론조사를 했다. 충북현안과 어떤 방송을 신뢰하느냐를 물었다. 모처럼 방송사에서 언론 신뢰도를 묻는 것이기에 눈길이 갔다.

<충북신뢰도 1위 KBS>에서는 충북도민들이 가장 신뢰하는 지상파 방송으로 KBS를 꼽았다고 보도했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다. 여론조사 결과를 의심하진 않는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KBS는 시청자들의 지지를 많이 받는 편이다.

 이 보도 다음으로는 KBS가 시청자와 함께 하기 위해 이런저런 일들을 하고 있다는 뉴스가 이어졌다. <시청자와 함께하는 KBS>에서 1300여 곳이 넘는 난시청 가구의 TV 수신 설비를 정비하고, 디지털 방송 전환에 대비해 방송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는 사실과 여러 캠페인 등을 통해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고 내세웠다.

충북에서 신뢰도 1위인 KBS가 이런저런 좋은 일들을 많이 하고 있다고 강조하는 이 두 개의 보도가 연결되면서 묘한 여운을 줬다. 생색내기처럼 들렸다. 난시청 해소는 KBS가 수신료를 받아서 해야 하는 당연한 일들이다. 이처럼 최근 KBS는 수신료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수신료의 가치로 감동을 전하겠다, 시청자가 KBS의 주인이다’라는 말을 자주 내세운다.

실제 KBS직원들은 이런 문구가 새겨진 조끼를 입고 사회봉사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KBS가 시청자를 섬기겠다는 자세를 비난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칭찬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딴죽을 걸고 싶은 이유는 뭘까.

신뢰도 1위 KBS의 기세등등함

수신료 인상 계획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지난 19년 동안 2500원이었으니 이제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게 KBS의 주장이다. 수신료 현실화는 필요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수신료를 인상해서는 안 된다는 게 시민사회의 주장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권홍보방송이라는 비판을 받는 KBS가 공영방송 역할을 우선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김인규 KBS 사장은 어떻게 서든 수신료 인상안을 추진하려고 한다. KBS수신료를 인상하고 광고를 없애 새로 만들어지는 조중동매 방송 (조선, 중앙, 동아, 매경 종합편성채널)에 광고를 만들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도 이제는 사실이 되어간다.

6월 임시국회가 열리자마자 인상안 처리가 임박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민주당이 수신료 인상의 선행조건 즉 △KBS의 정치적 중립과 공정성 확보(이사회 구성 및 사장 선임방식의 개선, 제작 및 편성 자율성 보장 등) △국민적 동의(여론조사 및 국민적 합의기구 설치) △수신료 인상 타당성 확보(광고현행유지 재천명) △KBS의 자구노력과 투명성 확보 방안 마련 및 선행(수신료위원회 구성 및 회계분리도입), △친서민 정책(EBS 지원비율 15%로 상향조정) 강화 등을 내걸면서 한나라당의 수신료 인상에 제동을 걸었지만 제대로 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

4대강 사업의 본질을 전해주지 않는 뉴스, 노동자들의 파업을 제대로 다루지 않는 뉴스, 정권 홍보방송이라는 착각이 들게 하는 뉴스도 불편하지만, 친일 인사들의 다큐를 만들겠다고 덤비는 지경까지 돼버린 현실에 할 말을 잃는다. 최근 KBS가 친일파 백선엽, 독재자 이승만을 미화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한다고 해서 논란이 일었다.

여러모로 아쉬운 점만 늘어가는 KBS가 여전히 신뢰도 1위라는 사실에 얼마나 기세등등할지를 생각하니, 시청자를 섬기겠다는 그 다짐이 허무하게 읽힌다. 시청자는 봉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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