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구 (주)충북우리밀 대표

그가 우리밀과 인연을 맺은 것은 올해로 꼭 10년째다. 지난 91년 사단법인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창립대회의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당시 청주교구 카톨릭농민회, 신협충북연합회, 청주한살림 등 4개 단체가 주축이 됐다. 전량 수입밀에 의존했던 우리 식탁을 건강한 우리밀 먹거리로 바꿔보자는 소비자 운동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운동이 지금은 치열한(?) 사업으로 변했다. 지난 92년 170명의 회원이 8000만원의 자본금을 공동출자한 (주)충북우리밀이 설립됐고 실무 책임자로 일하다 작년 4월 이사회의 추천으로 아예 대표직을 맡게 됐다.
대한민국 ‘표준 토종’으로 불리는 김대표에게 우리밀 사업은 제대로 어울리는 일이었다. 유전자조작 농산물의 유해성 여부가 이슈로 부각된 이후에는 영업을 하지 않아도 소비자쪽에서 문의전화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생산자인 농민에게 안정적인 소득원을 마련해주고 도시 소비자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중재자인 우리밀 사업의 지난 10년에 대해 들어봤다.

올해는 우리밀 품귀현상
최근 국내 쌀이 남아돌면서 수매가 하락 등에 따른 농민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농협과 유관단체에서는 우리 쌀 팔아주기, 쌀음식 먹기등 소비증진 운동을 벌이고 있다. 쌀을 많이 먹으면 밀소비가 줄어들 것은 당연지사인데, 우리밀도 판매에 타격을 입지 않을까 궁금했다. “요즘 우리밀은 없어서 못파는 상황이다. 지난 2년간 겨울가뭄이 심했고 97년 IMF이후 농협수매로 넘어가면서 재배면적도 줄어들어 생산량이 소비량을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일반 판매는 중지된 상태고 빵, 라면등 가공식품 공장과 학교급식등 납품거래처에만 공급하고 있다. 올해 22만ha를 파종했기 때문에 내년에는 수급에 별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장사(?)를 하면서 ‘없어서 못판다’면 엄청난 수지를 남기고 있는게 분명한 노릇인데, 김대표의 행색이나 사무실 꾸밈새는 전혀 여유로와 보이지 않는다. “우리밀 사업의 취지가 공익적 목표를 실현하는 것 아닌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리면 가격을 올려야 하는데 그렇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최근에는 일반 상인들이 사재기에 끼어들어 4만원하던 우리밀 20kg 한 포대 값이 5만원으로 뛰었다. 하지만 우리밀 제품값은 거의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다보니 매출이 늘어나지는 않는 상황이다”

우리밀 가격경쟁 높아져
쌀 문제로 인한 농민시위등 한국농업의 위기에 대해 말머리를 꺼내자 김대표는 기다렸다는 듯 우리밀 경작의 당위성을 쏟아낸다. 쌀을 대신할 대체작물로 우리밀이 최적이라는 주장이었다. “이미 국민 대다수가 밀가루 음식에 길들여진 상황에서 쌀소비 운동은 한계가 있다.
국민 1인당 연간소비량을 보면 쌀은 1년 사이(99년∼2000년)에 3kg가 줄어든 93.6kg이었지만 밀은 35.5kg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많이 팔리는 작물을 경작하는 것은 당연한 경제논리다. 특히 수입밀과 우리밀의 가격차가 IMF직후 6배까지 벌어졌지만 현재는 2.5배 수준이다. 우리밀에 대한 소비자 의식전환으로 수요가 계속 늘고 있기 때문에 대체작물로 밀 이상이 없다고 본다”
밀재배 농가를 늘이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이 우리밀 상품을 많이 파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하는 김대표는 우리밀막걸리 상품화에 기여하기도 했다. 괴산 문광면의 문광주조가 김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여 지난 99년부터 우리밀막걸리 양산체제를 갖추었다. 고 정주영회장이 남한의 대표적 막걸리 5종을 북한 김정일위원장에게 전달할 때도 문광막걸리가 한자리를 차지했다는 것 아닌가. “국방부와 우리밀막걸리 군납도 시도했는데, 가격문제 때문에 성사되지 않았다. 국방부는 대중주인 소주가격과 비교하다보니 원가부담이 있는 우리밀은 조건이 맞이 않았다. (주)충북우리밀의 최대 성과는 청주 용암동 농협하나로마트에 입주한 우리밀 빵 가게의 매출신장을 꼽을 수 있다. 1년 사이에 50%이상 월매출이 신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소비자가 맛으로 평가하고 구매하는 매장이기 때문에 매출급증의 의미가 각별하다고 볼 수 있다. 매장 책임자인 유행렬씨가 ‘들꽃세상’이란 상호로 브랜드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중부권 2모작 연구중
‘들꽃세상’의 유행렬대표는 지난 봄 우리밀 찐빵을 개발해 대박(?)을 터트리는등 신제품 개발에 적극적이다. 일본 제빵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현지로 직원을 파견하기도 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밖에 음성의 우리밀 제과공장도 꾸준하게 영업망을 넓히고 있고 영양사들의 인식이 변하면서 학교급식 주문량도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올해는 우리밀이 부족해 더 이상 영업활동을 중단하고 있다. 김대표는 앞으로 충북권이 밀재배에 적지로 부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운을 뗐다.
“일제때만 해도 보은·영동등 남부3군이 밀의 집산지였다. 계약재배로 농민호응이 좋았던 96년께도 도내 10만가마의 생산량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했다. 현재 남부지방에서 2모작으로 하고 있는 밀재배가 중부권으로 생산기반을 옮길 경우 품질개량의 효과도 거둘수 있다. 또한 겨울철에 푸른 들을 만드는 우리밀은 풍부한 산소공급원으로 대기환경을 개선하는데도 한 몫을 할 수 있다. 농약이나 비료를 쓰지않는 것도 큰 장점이다”

우리밀 자급율 0.4%불과
수입밀의 경우 장기간 선박운반으로 방부제를 많이 쓰기 때문에 하역작업을 하는 인부들이 방독면을 써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밀 재배의 환경성까지 강조한 김대표는 우리밀의 국내수요 자급율 목표가 3%라고 밝혔다. 수매량이 가장 많았던 96년 자급율이 1.4%로 높아졌지만 현재는 0.4%에 불과하다는 것. 하지만 우리밀의 미래에 대한 그의 믿음은 확고했다.
“우리밀이 국수에는 적합하지만 건조된 빵등 가공식품을 제조하는데 마땅치 않다. 그래서 제분과정에서 천연글로틴을 첨가하는데 중부권 기후에 맞는 종자만 개발되면 이런 약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밀이 쌀로 멍든 우리 농촌을 살리고 불안한 외국산 농산물로부터 국민 건강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해 달라”
/ 권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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