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 간 뿌리 깊은 반목 갈등에 '두손'

서원학원인수를 위해 3년간 공을 들여왔던 현대백화점그룹이 21일 임시이사회로부터 우선인수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직후 인수포기를 선언해 지역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사장단 회의를 거쳐 서원학원 인수포기를 공식 선언했다.
김병일 이사장은 오전 기자회견에서 “이제 현대백화점그룹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만큼 서원학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며 “앞으로도 지금처럼 진정성이 흔들리지 않고 최종 협상절차에 나서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지만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 현대백화점그룹이 서원학원 인수를 포기했다. 이에 서원대 학생들이 나와 김성렬 교수회장직무대행에 책임질 것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현대 측은 이날 오후 서원학원 이사장 앞으로 보낸 통지문에서 “구성원들 간의 분열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커다란 회의와 실망감을 느껴왔었던 것 또한 사실”이라며 “구성원 모두의 단합과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당 그룹이 서원학원을 인수하더라도 진정한 의미의 정상화는 어차피 불가능할 것이므로 학원 인수 자체를 다시 생각해 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거듭 말씀 드려왔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 측은 “20일 오전 서원대학교 교수회장님께서는 기자회견을 통해 당 그룹이 경영참여 조건으로서 제시했던 교수회 정상화 요구는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뜻과 함께 당 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것은 인정할 수 없으며 나아가 현 임시이사회에서 진행 중인 법인경영희망자 공모절차는 모두 중단되어야 한다”는 점을 거론했다.

이어 현대 측은 “현재 진행 중인 정상화 절차 자체를 부정해버리시는 교수회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당 그룹은 이제 더 이상 서원학원의 경영참여 의사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당 그룹이 물러나는 것이 오히려 대승적인 차원에서 학원 정상화를 위해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 하에 당 그룹은 안타깝지만 서원학원 인수를 최종 포기하기로 결정하였음을 공식적으로 통보 드리며 22일 예정되어 있는 공청회에도 참석하지 않을 것을 알려 드린다”고 밝혔다.

당황과 충격…
서원대는 당황과 충격이 교차하는 분위기다. A교수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놀랐다. 주변 분위기 역시 충격적이다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A교수는 “22일 교수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교수들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B교수는 “당황스럽다. 대다수 교수들이 법인 인수에 찬성했고 학교 정상화를 바라는 심정이었는데 이번일로 요원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B교수는 이어 “후순위 협상자가 있지만 전례로 비쳐볼 때 기업이나 재단이 아닌 개인은 우려스러운 점이 많다”고 전했다.

C교수는 “학내 분위기가 어지럽다. 학생들도 나와 김성렬 교수회장 직무대행에게 책임지라고 하는 것 같은데 이는 마녀사냥이다. 현대백화점그룹 정도 되는 기업이 교수 1명이 반대기자회견을 열었다고 발을 빼는 것이 어디 있나. 애초부터 의지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어 C교수는 “후순위 사업자가 상대해야할 채권자만 하나 늘어난 꼴이 되었다”면서 “어찌됐든 학교 정상화는 계속해서 추진되어야 할 일”이라고 전했다.

곯아터진 갈등들
시작은 김준호 총장이었다. 김 총장은 지난 18일 학내 게시판에 ‘구성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총장직을 비롯한 모든 공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청주MBC에서 보도한 교수채용 비리 의혹 보도가 나간 지 하루만이었다. 김총장은 서원대 인수를 진두지휘하던 경청호 부회장과 청주대 상대 1년 선후배 지간으로 사분오열하는 교수회들을 규합할 것으로 기대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김총장이 교수채용비리의혹에 휩싸여 자진사퇴하자 현대백화점그룹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으로서는 김총장의 사퇴로 교수들을 장악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구성원 사이에서 사실상 김총장의 사퇴가 인수를 포기한 결정적인 이유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귀띔했다.

다음은 김성렬 교수였다. 교수회장 직무대행 신분인 김 교수는 20일 오전에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직무대행은 “교수채용 과정에서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드러난 김준호총장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영입실무위원회의 모든 활동에 부정이 저질러졌을 개연성이 있어 법인공모 등 모든 사업은 즉시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지켜보고 있던 일부 교수들이 “총회나 운영위원회도 거치지 않은채 어떻게 교수회 성명서를 낼 수 있느냐”며 문제제기하며 소란이 일었다. 김성렬교수를 비롯한 몇몇 교수들은 “총회가 열리면 참석도 안하면서 이제 와서 무슨 용기로 나서냐”고 맞받아치는 등 한동안 반말과 고성이 오가는 상황이 연출됐다.
김 교수회장직무대행이 자리에서 물러나자 교수회 부회장인 이경무교수가 같은자리에서 반박 기자회견을 자청하며 “이번 기자회견은 교수회의 전체입장이 아닌 김 교수회 회장직무대행의 개인의견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기자회견장에는 그동안의 서원대 내부의 갈등이 그대로 녹아 있는 듯 했다.

▲ 김성렬 교수회장직무대행이 김준호총장 사퇴이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직무대행은 현대그룹의 포기와 관련 강력한 책임론에 직면했다.

과도한 교수회 권한 탓?
현대백화점은 21일 발을 뺐다. 이보다 앞서 현대백화점그룹은 서원대 내부갈등의 진원지로 교수회를 지목하고 교수회의 임의단체 전환과 기능 축소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인수를 재검토하겠다는 의견을 전달한 바 있었다. 다른 대학의 경우 교수회의 성격이 임의단체 성격이지만 서원대의 경우 학내 정식 기구로 운영 돼 왔다. 현재 교수회 규정은 총장해임 건의, 대학결산 감사요구와 학칙 재·개정 ,학부·학과의 운영과 조정 등 대학운영에 관한 중요사항들을 포함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이같은 요구와 관련해 일부 교수들의 반발은 이해가는 측면도 있었다. 김성렬 교수회장 직무대행은 “일개 채권자이거나 인수희망자인 현대백화점이 교수회 존폐와 같은 서원대 운명에 개입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고 D교수는 “현대가 학교법인을 인수해 공익사업을 실천하겠다는 의지가 의심스럽다”며 “현대가 학교인수를 M&A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수회의 권한이 다른 대학에 비해 크다는 지적에는 동의했었다.

문제는 교수회 권한보다는 분란이었다. 권한이 큰 교수회의 주도권을 놓고 현대 측 인수를 바라는 측과 이에 반대하는 측이 이전투구의 모습을 보였다. 소송과 인신공격도 불사했다. 후순위사업자가 있지만 마땅치 않아한다는 것이 모 교수의 설명이다. 해당 업체마저 발을 빼면 대안이 정말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B교수는 “밖에서 보이듯 학내에 반목과 갈등이 심하다. 재단인수문제 보다 더 풀기 어려운 숙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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