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완 서울대 교수 ‘예술이라는 개념 어떻게 만들어졌나’ 강의

이해완 교수

일반인들 입장에서 ‘미학’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어렵다. 이해완 서울대 미학과 교수는 지난 8일 ‘2011 청주인문학교실’에서 ‘예술이라는 개념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에 대해 강의했다. 역시 쉽지는 않았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예술철학 역사를 다시 머릿속에 집어 넣어야 했다. 이 교수는 미학을 미와 예술에 관한 철학적 사고를 다루는 학문이라고 말했다. 미학의 중심개념은 의미가 변천되고 와해되고 있는 중이지만, 미(beauty)와 예술(fine arts) 두 개라는 것이다. 여기서 미는 인간이 추구하는 어떤 가치를 지시하는 개념이고, 예술은 인간의 활동 중 특수한 가치활동을 가리키는 개념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또 “예술의 체제는 시·음악·회화·조각·건축 등을 묶어서 부르는 것이다. 현대 예술의 개념은 단순한 볼거리나 오락거리를 넘어서는 진지함과 지적인 가치가 있다”면서 예술의 체제와 개념이 변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예술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따져보는 것은 분명 흥미있는 일이다. 그러려면 예술의 개념이 어떻게 변해왔는가를 알아야 한다. 고대 그리스시대 때는 시와 회화를 예술활동으로 인식하지 않았으나 르네상스시대에는 회화·조각·건축까지 인정했고, 신고전주의 시대 때는 시·음악·회화·조각·건축 등이 예술체계를 형성하면서 예술=과학+미의 추구라는 등식이 성립됐다고 이 교수는 말했다.

이어 낭만주의 시대에는 예술=창조의 현대적 개념이 생겨나고 과학과 결별한 반면 현대에는 아방가르드(전위예술)가 끊임없이 예술의 영역을 개편하고 개념과 범주를 변화시킨다고 덧붙였다. 다원주의로 모든 것이 예술인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실제 현대예술은 범위를 규정할 수 없을 만큼 넓다. 거의 모든 분야에 ‘예술’이라는 이름을 붙이면 말이 되는 시대 아닌가. 아방가르드 측면에서는 실험예술, 비서구문화로 꽃꽂이·서예 등, 새로운 매체로 비디오·사진·영화, 대중문화로 만화·뮤직비디오, Techne의 복권으로 공예·산업디자인 분야가 예술로 편입됐다.

이 교수는 여기서 특히 플라톤의 시와 회화에 대한 사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플로티누스의 철학과 회화에 대해 강조했다. 플라톤은 “꼬레이아(Choreia)와 같은 시의 본질은 영감(inspiration)”이라고 하면서 “나의 나라에는 정신나간 시인들에게 할당된 자리가 없다”고 할 정도로 시를 부정했다고 한다. 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시도 법칙을 따르는 모방”이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시도 지식이며 나아가 철학적·도덕적 가치를 지닌다고 강조했다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시를 플라톤의 공격으로부터 구제해준 것이다. 또한 플로티누스는 회화 조각이 영혼을 투사할뿐 영혼 그 자체를 파악할 수는 없다며 조각이 시와 같은 지위를 부여받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현대적 예술개념이 수립된 것은 낭만주의 시대 때다. 한갓 수공예와 차별을 두게 된 예술은 과학과 결별하고 과학보다 더 고차적인 지식을 줄 수 있는 영역으로 간주되기 시작했다. 과학의 한계를 고발할 수 있는 지적인 역할 때문에 비합리성 자체와 그에 근거한 예술가의 활동이 찬양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때 들어서 오늘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현대적 예술개념이 정립됐다”고 역설했다. liberal arts 체제가 해체되고 시민사회의 형성으로 사회적 요구가 있었으며, 영국의 경험주의 철학 등 이론적 뒷받침을 통해 현대적 예술개념이 성립됐다는 것이다. 홍강희 기자

미학 강의하는 이해완 교수는 누구?
학부에서 국제경제학 전공했으나 미학으로 바꿔···논문 다수 발표

이해완 교수(48)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미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지난 2002년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교수는 “현대 영미철학의 분석적 방법론에 기초한 미학 및 예술철학의 주제들을 연구·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여러 논문들을 발표했다. ‘위작의 예술철학적 문제들’(목요철학, 계명대) ‘미적 경험의 성격규정을 위한 제안’(미학, 한국미학회) ‘대중예술: 예술인가 아닌가’(철학과 현실, 철학문화연구소) ‘예술의 개념, 예술의 정의’(현대문화와 철학의 새 지평, 철학과 현실사) 등. 그리고 ‘크로체의 미학’(예전사) ‘예술과 그 가치’(북코리아)를 번역하고 공저로 ‘미학으로 읽는 미술’(월간미술) ‘미학대계’(서울대출판부)를 펴냈다.

그런데 미학교수인 그를 뜻밖에도 ‘대운하반대’ 서울대 교수 381명 서명자 명단에서 발견했다. 지난 2008년 3월 10일 서명 교수들은 ‘반경제적·반환경적 반문화적인 한반도 대운하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대운하사업은 전국민의 극소수에 불과한 건설자본과 땅부자, 땅투기꾼들의 배만 불릴 것이며 결코 소외되고 낙후된 지역의 대다수 주민들에게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는 지역개발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서울대 교수들의 이 주장은 국민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서울대 교수들이 나섰다는 점에서 ‘큰 사건’으로 받아들여졌지만, 대운하가 그 만큼 문제가 많다는 것도 반증한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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