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풀꿈도서관장

하늘은 꾸물꾸물하고 낮 기온이 28도를 웃도는 후텁지근한 날들이 며칠 계속되더니 뉴스에선 올여름 장마가 곧 시작될 것임을 알리는 예보가 나와 바야흐로 여름임을 실감나게 한다. 시원한 바다의 철썩이는 파도소리와 백사장, 손이 시리도록 차가운 계곡의 추억들과 기대감이 있어 뜨거운 여름도 견디게 하는 것 같다.

얼마 전 습지의 원형을 간직한 태안의 신두리 해변으로 습지생태답사를 다녀왔다. 끝없이 펼쳐진 푸르른 습지에는 향 좋은 꽃분홍색 해당화가 군락을 이뤄 참으로 아름다웠다.

그런데 이 해변은 2007년 12월초 홍콩선적 허베이스피리트호와 삼성중공업 소속 바지선, 삼호 소속 바지선 2척의 충돌사고로 기름이 유출되어, 기름범벅이 되었던 검은 재앙의 최대피해지였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마음이 무거웠다. 수많은 사람들이 달려와 기름 냄새로 고통을 당하면서도 돌 하나하나, 바위 하나하나를 닦아내던 모습들과 마음을 모아 서로를 돕고, 피해주민들과 나눈 한겨울동안의 훈훈했던 이야기들이 기억난다.

그러나 아직도 모래갯벌 아래 깊은 곳에는 그때의 검은 기운이 남아 있고 생태계가 완전히 복원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이 가련하고 또 대단하게 느껴진다. 그 사고 이후 삼성은 50억원 정도의 피해보상으로 사고수습을 끝냈다고 하나, 아직도 주민들의 피해호소는 계속되고 있다.

인간의 실수로 또는 고의로 파괴되고 사라져가는 식물, 동물, 자연환경이 어디 여기뿐이겠는가. 미호천 모래채취와 둑 높이기 사업 때문에 위기에 처해있는 천연기념물 454호 미호종개를 비롯해 많은 동식물들이 신음하고 있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특히 미호종개를 위협하고 있는 둑 높이기 사업은 충북지역 시민단체들의 강력한 반대와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현재 농어촌공사에 의해 사업이 강행되고 있다

진천 백곡저수지에는 이곳이 천연기념물 미호종개의 유일한 서식지이며 훼손 시 야생동식물보호법에 의거 5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는 금강유역환경청의 안내판과 미호종개를 잡거나 환경을 훼손할 경우문화재보호법에 의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5000만원의 벌금을 물린다는 진천군수의 경고판이 있다. 스스로 법을 어기는 행정기관의 행태를 어찌 이해할 수 있겠는가.

주민들은 이 사업의 시행으로 경제적 이득을 기대하고 있지만, 결국 토건회사만 이득을 챙겨가는 결말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결국 서식지를 잃어 멸종해갈 미호종개만이 피해를 받게 될 것이다.

우리자신에 대한 위협은 어떠한가? 최근 경기북부, 경북 칠곡을 비롯한 국내 다수 주한미군시설 내 고엽제등 화학물질 매립과 주변지역 오염실상이 보도되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고엽제는 미국에서 개발해 월남전에서 사용했으며, 1967년 9월 박정희정부의 승인으로 국내에 반입되어 사용하기 시작한 에이전트 오렌지라는 이름의 제초제로 국군은 물론 민간인들에게도 무분별하게 살포되었고, 주요 독성발암물질인 다이옥신으로 인한 직간접피해가 심각하다. 이번 고엽제 매립사건은 중대한 환경오염범죄이며 이를 철저히 조사하고 그 책임은 주한미군에 물어야할 것이다.

그러나 책임을 지운다 해도 과연 오염된 환경의 원상회복이 가능할 것이며 다이옥신으로 인한 병을 떠안은 우리 이웃들의 건강과 행복은 어떻게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의문이다. 지구에 의지해 살아가는 우리의 운명은 지구의 운명과 함께 하는데, 우리가 지구환경과 생명을 지켜내지 않는다면 아마도 인간은 현세, 홀로세의 공룡들이 될지도 모른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