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 단체장 제명 강행처리… ‘여성비례대표 전초전’ 여론

음성군 여성단체협의회(음성여협)가 심각한 내홍에 빠졌다.
음성여협은 지난 4월13일부터 4박5일 간 전현직 회원 등 18명이 중국여행을 다녀왔다. 이 과정에서 민족통일음성군여성협의회(민통) 임옥순 회장의 여권기간이 만료된 것이 공항에서 확인돼, 여행을 가지도 못하고 되돌아와 1개월이 넘도록 여행비를 돌려받지 못하면서 분란이 시작됐다.

지난 5월 24일자 음성신문에 ‘음성에서 인천공항까지 110만원?’ 이라는 제하의 기사가 보도된 것과 관련해 음성여협 유기향 회장은 지난 3일 긴급 임시회의를 소집해 음성여협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를 들어 임 회장을 제명 처리했다.

이어 음성여협은 임시회의 결과를 민통 남자회장과 총무에게, 7월 3일까지 신임회장을 선출해 등록하지 않으면 음성여협 소속단체에서 퇴출된다고 공문으로 통보 했다.

여행비 반환 못 받자 기사화

이 과정에서 정관 해석을 둘러싼 논란과 함께, 제명처리 안건을 상정하지도 않고 투표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만 의사봉을 두드려 통과시켰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 일부 회원은 대리 참석하고도 정관을 어기고 투표권을 행사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민통은 지난 8일 음성여협 마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통은 건물 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자 했지만 유 회장이 허락하지 않아 여협 마당에서 열게 되었다면서 음성여협의 명예를 손상시킨 것은 오히려 여협 회장이라며 사퇴를 주장하기도 했다.

회견에서 임 회장은 “신문 기사로 명예가 손상되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도 없고 정관 11조 2항에 맞게 전현직 협의회장으로 구성하는 윤리위원회를 구성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제명 처리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이에 대해 명확히 해명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유 회장에게 발송한 만큼 답변을 기다려보면서 법적수순을 밟아 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 회장은 또 “같은 조 5항에 따르면 해당 회원에게 제명 사유를 통지하고 해명 기회를 주도록 되어 있다”며 “이날 나와 관련된 안건이 있는 줄도 모른 상태에서 회의장에 들어섰을 때 이미 내 제명에 대해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고 밝혔다.

처음부터 끝까지 임시회의 자리를 지켰다는 H단체 회장도 “개인적인 문제를 확대시켜 경고도 아니고 곧바로 제명 처리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생각했지만 회장이 투표용지를 가져오게 해 투표를 강행하게 된 것”이라고 말하고 “이 과정에서 투표를 빨리하라며 독촉하기도 하고 회의를 마치고 나가면서는 제명된 사람을 동조하는 회장은 가차 없이 잘라 버리겠다는 막 말까지 했다”고 증언했다.

D단체 회장은 “솔직히 정관 내용도 잘 모르고 안건 상정 절차도 잘 모르고 표결에 참여했다”며 “그날 회의 결과가 이렇게 큰 문제가 되는 것이냐”며 해결방안을 기자에게 묻기도 했다.

유기향 회장은 “안건상정을 정관에 따라 했고 제명된 사람에 동조하는 회장에 대해 잘라버리겠다는 말을 한 적은 없다”고 해명하고 “정관에 따라 처리한 만큼 답변할 필요도 없고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철회도 불가능 하다”며 “모든 언론보도를 스크랩 해 언론중재위에 제소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고 언론에 화살을 돌리면서도 송구스럽다는 등 사태파급을 당황해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곤혹 속 여론 주시

한편 이번 파동에 대해 지역 정가에서는 기초의원 여성비례대표 후보 쟁탈(?)론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중부4군 당원협의회가 곤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6.2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 한나라당 여성비례대표 공천을 놓고 3명의 후보가 경합을 벌였는데 3명 모두 전현직 음성여협 회장과 부회장이었고 현직 회장인 유 회장이 공천을 받았지만 패배해 민주당 김순옥 의원이 음성군 의회에 입성했다.

그런데 당시 타 정당과 다르게 한나라당은 기초의원 비례대표임에도 불구하고 선관위에 후보를 두 명 등록해 심각한 내분이 있었음을 짐작케 하기도 했다. 낙선한 이후 유 회장은 음성여협을 계속 이끌면서 여성을 대표해 각종 행사장을 누비면서 다음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재공천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속에 이번 중국여행에 한나라당 소속 이필용 군수의 부인이 동행한 것도 알려졌다. 그런데다 제명을 당한 민통 임 회장이 지난 6.2지방선거에서 유 회장 보다 먼저 한나라당 비례대표 제안을 받았지만 사양했고 요즘도 주위에서 ‘준비’를 하라는 권유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사태를 정치적 야망과 관련해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 중부4군 당원협의회 최고위급 관계자는 지역 여론의 역풍을 크게 염려하면서 전혀 관계가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요즘 그렇지 않아도 군수 부인이 음성여협 회장과 각종 행사장에 자주 등장하는 것을 두고도 경쟁자들과 타 정당 관계자들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음성여협 정관 9조(회원의 의무) 5항에는 ‘회원은 정치적인 중립을 유지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음성여협 소속단체는 전국주부교실, 아이코리아, 한국자유총연맹여성회, 여성의용소방대, 대한주부클럽연합회, 한국여성유권자연맹, 고향을생각하는주부들의모임, 새마을부녀회, 한국부인회, 대한적십자사, 민족통일여성협의회, 대한어머니회, 한국여성정치연맹, 대한미용사협회, 대한간호사협회 등의 음성지회(부)장들이 구성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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