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이주여성인권센터 정승희 사무처장

정승희 씨는 9년 전 유학생 남편을 따라 일본에 갔다. 두 아이를 낳았고, 엄마가 됐다. 교차로마저 좌우가 바뀐 그 곳에서 그는 늘 긴장했다. 아이가 아파도 말을 하지 못하면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에 늘 귀를 쫑긋 세우며 언어를 익혔다.

떠나기 전 그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YWCA에서 일했다. YWCA에 일하면서 다들 ‘사회복지’관련 대학원에 갈 때 경영학을 공부했다. “사회단체도 경영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2008년 남편의 귀국으로 다시 고향에 돌아왔다. 남편은 대학에서 교편을 잡게 됐고, 그는 충북이주여성 인권센터에서 일하게 됐다. 우연히 친구를 통해 고은영 대표(충북이주여성인권센터)의 연락처를 알게 됐고, 귀국하자마자 이력서를 낸 이후 이틀 뒤 출근해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올해로 4년째. 그는 현재 충북이주여성인권센터 사무처장이다.

“여성이 외국에서 임신, 출산, 육아의 경험은 남성들이 겪을 수 있는 일들이 아니잖아요. 이주여성으로 겪었던 고민들을 나누고 싶었지만 이 일을 이렇게 오랫동안 하게 될지는 몰랐어요.”

그는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다양한 사업을 벌였다. 다문화강사를 양성해 학교 및 사회현장에서 다문화교육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왔고, 지난 6.2지방선거에서는 몽골여성을 국민참여당 비례대표로 내보내고 그들만의 선거운동도 펼쳤다. 또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취업교육을 펼친 후 자매결연을 맺은 기업체에 취직시키기도 했다. 사회적 기업 ‘떴다 무지개’을 내고 다문화식당을 운영하기도 했다. 이주여성과 관련한 일이라면 쉼 없이 달려왔다. 하지만….

“얼마 전 베트남 이주여성인 황티남 씨가 죽었어요. 아이를 출산한지 19일 만에 남편이 칼로 찔렀죠. 2006년부터 지금까지 7명이 남편에게 구타 및 칼에 찔러죽었어요. 임신한 몸으로 아파트를 탈출하다 떨어진 사람도 있고, 보험금을 노린 남편이 수면제를 먹이고 방화한 사례도 있죠.” 며칠 전 베트남대사가 청주대에 특강을 하러 왔다. 얼굴을 제대로 마주할 수가 없었다.

“솔직히 지칠 때가 많아요. 다문화사회라고 말하지만 사람들의 인식은 아직도 멀었죠. 결혼할 때 돈을 지불했다고 해서 ‘상품’으로 취급하는 사람들을 마주할 때면 정말 가슴이 답답해져요.”

청주시에만 약 5000명의 이주여성이 있다. 2008년만 해도 1300~1400명 정도였다. 이주여성의 문제를 누구보다 가까이 들여다보고 있는 그는 “그들도 우리와 함께 동시대를 살고 있는 여성이고, 누군가의 엄마이자 아내에요”라고 누차 강조했다. “정부 부처가 벌이는 사업들이 일회적인 것이 많아 지속성을 갖지 힘든 구조에요. 초창기에는 언어교육이 필요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직장을 잡고 싶다는 욕구가 가장 많아요. 하지만 일을 해도 가장 낮은 임금을 받는 게 현실이죠. 사회적인 기반을 만드는게 중요해요.”

그는 올해 충북여성연대 사무국을 맡고 진보적인 여성단체 회원들과 공부를 해나갔다. 충청북도 여성정책 3개년 계획을 검토하고, 대안을 내는 작업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결과물을 좀 더 큰 무대에서 발표할 기회가 생겼다. 오는 7월 13일부터 20일까지 유엔에 간다.

우리나라는 1985년 여성차별철폐협약을 비준해 4년마다 여성정책을 놓고 정부(GO)와 NGO보고서를 유엔에서 동시에 발표한다. 한국여성연대는 정부의 여성정책 전반에 관한 NGO 보고서를 작성한다. 충북여성연대에서는 NGO지역보고서 가운데 ‘이주여성’과 ‘여성장애인’, ‘여성폭력’등 5가지 항목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게 됐다.

18일 한국 보고서를 발표 할 때 여성차별철폐위원(CEDAW위원)들이 NGO관계자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실제 정부정책대로 진행되고 있냐는 점검부터 문제점 등 상충된 의견을 취합하는 것이다. 정 씨는 “이슬람권에서는 여성의 인권문제가 심각한데 유엔 회의를 통해 국가 간 조율을 하기도 하고, 권고사항을 내리기도 하죠. 또 권고사항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향후 결과보고서까지 제출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서는 과거 한국 여성의 정신대 문제가 거론돼 국가 간 폭력이었다고 규정하기도 했다. 또 결혼, 직업에 관한 권리 등 ‘여성인권’에 관한 전반적인 의제들이 돌출된다. 이번 유엔 출장은 정 씨와 함께 충북여성장애인연대 권은숙 사무국장이 동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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