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이 있지만 자정(自淨)이란 정말 불가능한 건가? 개인의 자정이야 철저하게 주관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가능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집단 역시 어떤 집단이냐에 따라 결과가 다를 것이다. 다만 권력을 가진 집단이 스스로를 맑히기는 정말 어렵다.

김성규 청주시의회 의원이 부인이 운영하는 해장국집에서 인수공통전염병에 걸려 밀도살된 쇠고기를 식자재로 사용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본점과 일부 가맹점에서 문제의 쇠고기로 12만9000여 인분의 해장국을 조리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 해장국집은 65년 전통을 자랑하는 청주 최고의 맛집 가운데 한 곳이었다. 또한 이 쇠고기를 유통한 혐의로 구속된 김 의원의 처남은 문제의 쇠고기를 학교급식용으로도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분점을 운영하면서 병든 쇠고기를 사용한 처형 역시 구속됐다.

김 의원은 지난 2일 서면을 통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불법 밀도축된 소고기 유통과정에서 저의 인척들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점을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밝혔으며 7일 소속 정당인 한나라당에서 탈당했다. 한나라당 도당은 즉시 보도자료를 내 “김 의원이 당에 누를 끼치지 않고 백의종군하겠다며 탈당계를 냈으며 당사자의 입장을 존중해 이를 처리했다.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하겠다”며 엄포를 놓았다.

성숙한 자치인가, 고도의 전술인가

이로써 모든 문제는 정리된 걸까? 부인을 비롯한 처갓집에 모든 책임을 돌렸지만 식당의 비법은 김 의원의 어머니로부터 전수된 것이고 토지와 건물, 상표권도 김 의원의 소유였다. 

김 의원이 책임지지 않으려한다면 집단의 자정이라도 필요하다. 이를 위한 도구로 윤리특별위원회가 있다. 9대 청주시의회는 1991년 지방의회 부활 이후 처음으로 윤리특위를 상설기구화 했다. 청주시의회 사무처 관계자는 “윤리특위는 의회운영규칙상 비상설위원회에 해당된다. 하지만 9대 들어 연철흠 의장이 처음으로 상설화시켰다. 윤리특위는 심사에 대한 권한만 있고 결과를 본회의에 회부해 처리할 수 있다. 공개사과, 경고, 출석정지 외에 의원을 제명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제명의 요건은 재적의원 3분의 2이상이 동의해야한다.

하지만 청주시의회가 ‘동료의원’에게 책임을 물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청주시의회 A의원은 “65년 간 이어온 가업인데 뭐가 아쉬워서 이렇게 했냐고 반문하고 싶다”며 “스스로 의원직을 사퇴하고 주민들이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데 전념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직접 문제 삼지는 않겠다는 얘기다.

김성중 윤리특위 위원장도 “업장이 부인명의이기 때문에 도덕적 책임은 있어도 법적으로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윤리특위에 상정하는 것도 의장직권이나 의원발의(7명 이상)가 있을 때 가능한데 현재로서는 움직임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청주시의회는 민주당이 17명, 한나라당이 9명으로, 민주당이 3분의 2이상이다. 민주당 도당이 김 의원의 사퇴와 검찰수사를 연일 촉구하는 마당에 시의회가 있는 잠잠한 것은 성숙한 지방자치인가, 고도의 전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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