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서원학원 법인영입 추진 위원장
서원학원의 법인영입 작업이 막바지에 들어섰다. 92년 강인호 전 이사장이 200억원대의 부도를 내고 해외로 도피한 후 주인없는 학원으로 표류해온 서원학원은 96년에 최완배씨를 이사장으로 받아들였으나 결과는 ‘실패’ 였다. 학원은 다시 혼란에 빠졌고, ‘문제의 인물’들을 제거하기 위해 들인 시간과 노력도 적잖았다. 법인영입이라는 과제도 당연히 원점으로 돌아왔다.
최 전 이사장 재임시에는 평교협회장으로 최완배 퇴진운동에 앞장섰고, 최 전 이사장이 도피한 후에는 법인영입추진위원장으로 중책을 맡은 김정기 서원대 총장. 그는 최근 법인영입 작업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눈코 뜰 새 없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 김 위원장 스스로 “임기 동안 법인영입을 제대로 못하면 아마 구성원들이 가만히 안 있을 것”이라고 할 만큼 이 문제는 절대절명의 과제다.

- 누가 서원학원을 인수할 것인가에 대해 지역민들도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작업이 지금 어디까지 진행됐는가.
“학원 구성원들이 단위별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다. 교수협의회와 산하 중고등학교 교직원, 조교노조, 총학생회 등이 박인목(55·과수원 운영)씨를 선택했다. 다만 직원노조에서는 ‘부채해결 방식은 김맹석(63·금강학원 이사장)씨가, 학교 운영 면에서는 박인목씨가 낫다’며 결정을 보류했다. 따라서 직원들을 빼놓고는 모두 의사표명을 한 상태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여론몰이를 했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자연스럽게 도출된 의견이다. 이것을 토대로 법인영입추진위에서는 최종보고서를 만들어 이사회에 올릴 것이다. 그러면 이사회에서 나름대로 조사한 것과 최종보고서를 검토하고 인수희망자들을 면담한 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게 된다.”

- 서원학원을 구성하는 층이 다양한데도 불구하고 한 번에 박인목씨 쪽으로 의견일치를 본 것이 궁금하다. 박씨가 어떤 부분에서 이렇게 점수를 얻었는가.
“박씨는 부채해결의 가능성을 확실하게 제시했다. 본인이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되면 50억원짜리 통장과 도장을 학원구성원이 지정하는 사람에게 맡기고, 87억원 상당의 대구와 서울부동산을 역시 구성원이 지정하는 사람에게 가등기 해준다고 밝혔다. 또 학원을 민주적으로 운영한다는 의지를 보여주었고 사립학교의 병폐인 족벌경영을 일체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런 점이 구성원들에게 좋은 점수를 받는 요인이 됐다고 본다. 반면 김맹석씨는 대자개발(주)라는 건설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점이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우리 학원도 앞으로 순차적으로 해야 할 공사가 많은데, 이사장이 자회사로 건설업체를 운영하면 학원 경영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구성원들은 보고 있다. 그리고 영동대와 서원대가 언제인가 합쳐지는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김씨측에서는 절대 그런 일 없다고 했지만 교수와 학생들은 마음을 못 놓고 있는 것 같다.”

- 법인영입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무엇인가.
“先 부채청산 後 이사장 취임이다.”

- 모 언론에서는 법인영입추진위가 등기부등본을 확인하지 않고 일을 처리하고, 박인목씨의 부동산에 근저당이 설정돼 있는 사실을 몰랐다고 보도했는데 사실인가.
“사실과 다른 보도로 우리는 악의적인 것으로 생각한다. 추진위에서 면담할 때 박인목씨가 근저당이 설정돼 있다는 사실을 밝히고 자세한 것은 등기부등본을 보라고 얘기했다. 등기부등본은 제출서류 항목에도 들어 있다. 박씨는 자신이 내놓겠다는 재산으로 안되면 다른 재산을 더 출연하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설사 근저당이 설정돼 있더라도 박씨는 학원을 인수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 말 끝에 김 위원장은 “만일 금강학원측이 언론플레이를 한 것으로 입증되면 가만있지 않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 지난해 말까지 법인 영입을 마무리 짓겠다고 약속했으나 제대로 안됐다. 그래서 항간에서는 김위원장께서 법인 영입을 꺼리는게 아니냐는 소리도 많다.
“그건 모르고 하는 말이다. 지금처럼 임시이사 체제하에서는 교육인적자원부의 지원이 최저수준이고 대학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가 없다. 학교 정관도 바꿀 수가 없고 학교발전계획 같은 것들도 만들 수가 없다.”

- 한동안 이준원 교수와 갈등을 빚은데다 이교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까지 했는데…
“대학사회에서 비판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만 근거를 충분히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교수의 주장은 총장이 돈을 먹었다는 것인데 이것은 완전 허구이다. 이교수는 외부세력과 결탁해 학교이미지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지금이라도 이교수가 잘못을 인정하면 재검토할 용의가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를 것이다.”

이어 김위원장은 항간에 떠도는 ‘反 김정기’ 여론에 대해 기득권층의 반발 아니겠느냐며 이 부분에 대해 기분은 나쁘지만 불편할 정도는 아니라고 말했다. 그리고 지역사람이 학원을 인수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 “같은 값이면 지역사람이 좋다. 나도 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단 두 사람이 가진 조건에서 차이가 많이 날 때는 최선의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구성원들의 의견에 따르는 것이 민주총장이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어려울 때 중책을 맡는 것이 숙명인 듯 힘든 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김위원장은 말투는 ‘세련’되지 못했으나 인터뷰 내내 법인영입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아직 이사회 결정과 부채협상이라는 난관이 남아 있지만 걱정하지 않는다는 그는 인수의사를 밝힌 두 사람 중에서 어느 한 사람이 주인으로 오는 것에 환영한다고 말했다.
/ 홍강희 교육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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