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또 ‘먹튀’인가” 일갈
청주 출신, 국장·앵커 거쳐 기자수첩에서 맹활약

▲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기자수첩시즌2를 담당하는 변상욱 대기자는 해설주간까지 지낸 고참 기자지만 신세대 언어까지 넘나드는 독설로 각종 논란의 종결자를 자임하고 있다.
예전에도 나왔던 반값등록금 공약은 어디로 팔려갔을까요? ‘먹튑’니다. 한마디로 말해 표만 먹고 튀었다는 얘기죠.” 공공방송용치고 지나치게 활달한(?) 이 발언은 왕년에 김구라, 황봉알이 활약했던 인터넷 방송 ‘시사대담’에 나오는 멘트가 아니다. 거룩한 종교방송에서, 그것도 권위 있는 뉴스의 한 꼭지에 등장한 얘기다.

발언의 주인공은 신세대 기자가 아니라 국장에 해설주간까지 지낸 대기자(大記者)다. 현충일 아침 CBS 김현정의 뉴스쇼(월~토 오전 7시~9시) 기자수첩시즌2에서 고정출연자인 변상욱 대기자는 주말 내내 인터넷에서 진행된 유명 블로거들의 반값등록금 발언자 ‘신상 털기’ 결과를 소개하면서 거침없는 혀의 마술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반값등록금 논란을 유린했다.

사실 반값등록금은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나’부터가 논란이었다. 모두가 그런 줄 알았는데 공약집에는 없다는 게 확인되면서 인구에 회자되다가 쏙 들어갔다. 그런데 5월6일 취임한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다시 이 문제를 거론하면서 정가의 핵심이슈가 됐다. 이는 양대 선거의 해를 앞두고 그동안 일관되게 선택적 복지를 주장해왔던 한나라당 내부에서 치열한 논쟁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날 변 기자의 방송은 그간의 논란을 깨끗하게 종결시켰다. 반값등록금 공약의 시원은 2007년 12월 대선보다 1년 6개월여나 앞선 2006년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나온 것이었다. 결론은? 등록금 인하는커녕 인상만 부추기고 폐기됐다는 것이다.

그동안 언론보도를 서사적으로 나열하는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도 등장한다. 모든 설명은 10분 이내에 마무리됐다. 변상욱 대기자는 시쳇말로 논란의 종결자였다. 종결자는 분분한 의견을 잠재우는 독보적인 존재를 일컫는 인터넷 용어다. 그는 또 청주출신으로 청주에서 고등학교를 나왔다.

2006. 3. 31. 일간지 첫 보도

“한나라당은 31일 대학 기여입학제를 허용하고 국공립 대학 등록금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인하하는 내용의 지방선거 ‘공약 시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정책위 관계자는 ‘지방선거 주요 공약으로 국공립 대학 반값 등록금 정책을 발표할 것이라며 재정 운영에 문제가 없도록 기여입학제를 포함한 기금 마련 방안도 도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2006년 3월31일 한 일간지의 보도다.

변 기자는 이를 통해 반값등록금 공약이 “첫째 2006년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 전략으로 개발됐고 둘째 정작 등록금이 비싼 사립대는 염두에 두지 않고 있으며 셋째 거품이 낀 대학의 등록금을 깎는 대신 기여입학제 등을 통해 보전해 주는 방식일 뿐 국고지원 형식은 아니었다”고 분석했다.

방송은 이후 반값등록금이 한나라당의 지방선거공약이 되기까지 과정을 소개한다. 그 후 보름 쯤 지난 4월14일, 국회에서 대학등록금 부담 반으로 줄이기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은 “대학 총 등록금 규모가 10조 5000억원인데 이 가운데 8조원 정도가 학부모 부담이니 4조원만 마련하면 등록금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이 제안을 꺼낸 뒤 보름이 지난 5월3일의 언론 보도는 “한나라당은 대학등록금 반값 인하와 세금감면 등 민생경제 회생을 기조로 한 5·31 지방선거 공약을 발표했다”는 것이었다. 당시 박근혜 대표도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해 나가면 등록금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거들었다.

▲ 2007년 대선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선대위에 반값등록금 추진위를 만들었다는 내용의 KBS ‘추적60분’ 보도내용.

대통령은 왜 공약사실을 부정했나?

많은 사람들이 지난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반값등록금 공약을 들었던 것 같은데 선거가 끝나고 나니 그런 공약은 없었다고 한다. 모든 국민이 동시에 환청을 들었던 걸까? 방송은 그 과정에 대해서도 언론보도를 통해 조명한다.

2007년 1월4일, 전재희 정책위 의장은 “서민부담을 줄이기 위해 등록금을 반으로 줄이는 반값등록금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 강재섭 대표가 황급히 나서 “등록금을 반으로 꺾어버린다는 게 아니고 다른 데서 가져다가 보태 부담을 반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라고 부연설명을 했다고. 2007년 3월부터는 박근혜 경선후보의 교육공약으로 반값등록금이 공식화됐다. 3월26일 김형오 당시 원내대표는 “불필요한 정부기관을 없애고 그 예산을 등록금 지원에 쓰자. 4월에는 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선후보가 결정된 2007년 10월에는 한나라당 경제살리기특별위원회가 출범했고 위원장은 이명박 후보가 직접 맡았다. 그 산하에는 등록금절반인하위원회, 사교육비절감위원회, 신빈곤층해소위원회, 고용안정대책위원회, 농어민대책위원회, 사회적약자보호위원회 등도 들어있었다. 여기까지 살펴보면 반값등록금은 이주호-박근혜-이명박으로 이어진 선거공약이다. 그런데 어찌된 연유인지 이후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대선공약집에서 반값등록금이 사라져버렸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고 10달이 지난 2008년 9월,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한 여대생이 반값 등록금 추진의지를 묻자, 이명박 대통령은 “내 자신은 그런 공약을 한 적이 없다. 장학금 제도를 확대하는 쪽으로 가는 게 좋겠다”고 얼버무렸다. 변 기자는 이에 대해 “상대 후보도 그렇고 굳이 반값등록금 공약 없이 경제 활성화 공약만으로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빼버린 것이 아니겠냐”고 진단했다.

“반값은커녕 되레 올랐다”

등록금절반인하위원회를 거느린 경제살리기특별위원장이 대통령이 되고, 반값등록금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던 정책위의장이 복지부 장관이 되고, 다음 달에 법을 만들어버리겠다고 큰소리 친 사람이 국회의장이 되고, 맨 처음 반값 등록금 구상을 꺼낸 사람이 교육부 장관이 됐는데 도대체 공약은 어디로 팔려간 것일까? 변 기자는 “결론적으로 ‘먹튀’, 표만 먹고 튄 것이다”라고 일갈했다.

방송은 공약 이후 등록금 추이와 물가상승률을 비교해 되려 등록금이 올랐다고 비난했다. 2007년 국립대 등록금은 10.2% 인상돼 사상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사립대도 전년보다 6.6%를 올렸다. 그러나 이때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2.2%, 2.5%로 최근 10년간을 따질 때 가장 낮았다. 이는 교육과학기술부 연구용역 보고서 <대학등록금의 합리적 책정을 위한 실행방안 연구>에 따른 것이다.

변 기자는 “등록금 절반 인하 이야기가 나오고 정부가 지원은 하겠다고 하니 대학들이 이때가 기회라며 미리 대폭 올렸을 개연성이 크다. 그렇게 따지면 한나라당은 대학등록금을 올려놓고 도망친 책임을 져야 하고, 최근 한나라당이 대학등록금을 절반으로 깎겠다고 하는 것은 결자해지가 아니라 과거에 저지른 잘못에 대한 추징 및 피해보상으로 봐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2006년 지방선거, 2007년 대선에 이어 또 다시 2012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등장한 반값등록금 공약을 속는 셈 치고라도 믿어야하는 걸까? 변상욱 기자는 이에 대해 “당에서 정한 것을 대선공약에서 빼버리고 ‘나는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보인 대통령에 대한 설득이 이 문제 해결의 핵심이자 가장 큰 난관이다. 그리고 ‘먹튀’한 데 대한 철저한 자기반성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NGO “반값등록금 생색내기 안 된다”
2012년 총선·대선 앞두고 ‘이념 아닌 민생문제’ 강조

충북도내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등록금대책 충북 네트워크’는 6일 “반값등록금은 생색내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성명을 통해 “한나라당 새 지도부의 반값등록금 재추진 의사로 촉발된 대학생등록금 인하 논란이 들불처럼 거세게 일고 있다”며 “하지만 한나라당이 내놓은 정책을 보면 국민과 대학생들의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또 “한나라당의 안은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소득하위 50% 이하의 학생들에게만 혜택을 주는 반쪽짜리 정책”이라며 “반값등록금의 적용 범의가 한정돼 실질적인 혜택이 일부 저소득층에 제한된다면 진정한 의미의 반값등록금이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물가 상승률을 훨씬 웃도는 대학 등록금은 일반 서민 가정뿐 아니라 중산층 가정에도 큰 부담이 된다”며 “자녀의 등록금과 생활비를 대기 위해 등골이 휘는 가정이 한둘이 아닌 것을 감안하면 혜택의 범위가 확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대학등록금 지원정책에서 평점 B학점 미만 대학생을 제외한다는 것은 등록금과 장학금을 구분하지 못하는 처사”라며 “반값 등록금 정책의 취지는 가계소득에서 대학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너무 높아 등록금 감면을 통해 학부모의 고통을 줄이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반값등록금은 총선과 대선을 염두에 둔 이념 대결의 대상이 아닌 민생 문제임을 알고 학부모와 대학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딱딱한 뉴스보다 이게 원하는 바”
10분 위해 하루를 집중하는 변상욱 STORY

▲ 해설주간까지 거친 변상욱 대기자는 뉴스쇼의 청취율을 위해 하이라이트인 기자수첩 한 코너에 모든 걸 쏟아 붓는다.
1981년 전두환 정부가 1도1사 신문통폐합과 함께 눈엣가시인 CBS의 보도기능을 앗아갔다. 변상욱 대기자는 1983년 11월 프로듀서로 CBS에 입사했다. 그러나 시사프로그램을 맡으며 사실상 기자역할을 했고 1987년 10월 기능 회복과 함께 보도국 재창설의 주역이었다.

1988년 뉴스릴레이를 시작으로 2004년에는 간판뉴스인 뉴스레이다 앵커를 맡았다. 시사자키, 시사터치, 변상욱의 뉴스쇼, 국제뉴스 등 정통뉴스에서 시사프로그램을 오가며 그는 CBS의 입으로 통했다.

보도국의 국장급으로 해설주간까지 올랐던 변 대기자는 2009년 6월 부산본부장에 취임하면서 관리자의 길로 접어드는 듯 했다. 그러나 뉴스쇼를 진행하던 김현정 앵커가 출산휴가에 들어가면서 프로그램 청취율이 떨어지자 일단 뉴스쇼 앵커로 2010년 10월 다시 마이크 앞에 선다. 그리고 지난 5월 김 앵커가 방송에 복귀한 뒤부터는 뉴스쇼의 한 코너인 기자수첩시즌2에 매달리고 있다.

뉴스코너에 ‘시즌’이 등장하는 이유는 당초 기자수첩은 기자들이 취재 뒷얘기를 쓰고 성우나 아나운서가 방송하던 것이었으나 이번에 변 대기자가 맡게 되면서 기사작성과 방송을 혼자 책임지게 됨에 따라 이를 구별한 것이다.

“영혼이 없는 기자들” 일침도

그동안 변 앵커는 월~금요일까지 매일 출연하면서 “파업노동자는 개…이게 국격입니까?” “보수언론의 길 세탁, 역사 세탁” 등 파격적인 주제에 대해 거침없이 독설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평균연봉을 무턱대고 7000만원이라고 보도한 기자들에 대해서는 “용기가 없는 게 아니라 영혼이 없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기자수첩은 그만큼 파격적이다.

변 대기자는 이에 대해 “나로서는 괜찮다. PD 노릇도 해봤고 뉴스쇼니까 딱딱한 뉴스보다는 발랄하고 재미있게 가자는 의도다”라며 의욕을 나타냈다. 변 기자는 이 10분의 하이라이트를 위해 하루를 아낌없이 투자한다. “하루 종일 자료를 뒤지고 취재가 필요하면 후배기자의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그래도 답답하면 직접 취재에 나서기도 합니다….”

변상욱 대기자는 청주토박이다. 교동초-청주중-청주고(50회)를 나온 뒤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청주가 고향이다 보니 1990년 청주CBS 개국 당시 1년여 동안 창설요원으로 근무했고, 1995년부터 1년 동안 청주 보도국장을 맡기도 했다.

한편 변상욱 대기자는 또 변장섭 전 청원군의회 의장의 막내 작은아버지이기도하다. 그러나 조카인 변 전 의장보다 3살이 어리고, 청주고 3년 후배이기도하다. 이는 변 전 의장이 맏형의 아들이고 변 대기자가 조카보다도 늦게 태어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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