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점에서 엑스맨을 얘기하면 연작이 줄줄이 흥행에 성공한 영화 엑스맨(X-MEN)을 떠올릴 공산이 크다. 때마침 이 시리즈의 최고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엑스맨 퍼스트클래스(X-MEN FIRST CLASS)’가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엑스맨에는 돌연변이로 인해 초능력을 가진 자들이 나온다. 주먹에서 칼날이 솟는 것은 기본이고 눈에서 광선이 나오고 손으로 토네이도를 일으키기도 한다. 벽을 통과하거나 순간이동을 하는 사람도 있다.

엑스맨이란 이름의 유래는 A급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인 프로페서X에서 유래한 것 같지만 그보다는 돌연변이에게만 있는 X-유전자에서 따왔을 가능성이 더 높다. 아니면 특별하다는 뜻의 엑스트라(EXTRA)의 준말일 수도 있다. 돌연변이의 원인이 냉전시대의 핵, 즉 X선에서 왔기 때문에 엑스맨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지금부터 말하려는 엑스맨은 그 엑스맨이 아니다. 6,7년 전 이른바 예능프로그램에서 대박을 터뜨린 엑스맨이 있었다. SBS 예능프로그램의 코너였던 엑스맨은 지령을 받은 내부첩자가 있고 출연자들이 서로 질문을 던져가며 이 내부첩자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엑스맨은 본인의 생존도 중요하지만 선량한 다른 출연자들을 엑스맨으로 오인시켜 게임에서 축출함으로써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선사했다.

대중은 모르고 당파성만 ‘쎈’ 게 문제

게임에만 엑스맨이 있는 게 아니다. 사회에도 엑스맨이 있다. 정치판에는 특히 엑스맨이 많다. ○○당의 선거운동원인데 이 사람이 열심히 돌아다닐수록 □□당이 유리해지는 경우가 바로 엑스맨이다. 그런데 정치판의 엑스맨은 의외로 거물급일 수도 있다.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말 한마디를 잘못했다가 전국 선거를 망친 사례가 적지 않다. 보온병을 포탄피로, 성형하지 않은 여인을 자연산에 비유한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도 엑스맨이 아닌지 의심을 받다가 당대표 자리를 내놓았다. 2004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어른들은 집에서 쉬시라’는 노인 폄훼 발언으로 4.15총선판을 뒤흔든 정동영 민주당 고문이 있다.

지역 정치판에서도 유난히 말 때문에 구설수에 오르는 정치인이 있다. 이런 정치인들의 공통점이 뭔지 아는가? 대중은 안중에 없고 당파성(黨派性)만 지나치게 ‘쎄(세)’다는 것이다. 자신은 당을 위해서 충성한다지만 당은 곤혹스럽다.

조금 다른 사례지만 최근 충북문화재단을 둘러싼 일련의 파문 속에도 엑스맨이 있었다. 기자를 불러놓고 문제의 문건을 자리에 놓고 나가버려 특종을 도운 도청 간부다. 이 간부는 또 ‘고퇴’라고 이력서를 낸 강태재 대표이사 내정자의 학력을 굳이 ‘고졸’이라고 쓴 보도자료를 배포해 스스로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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