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육은 죽었다’ ‘근조 초등교육’ ‘초등교육은 끝났다’. 청주교육대에는 지금 독재정권 시절의 암흑기가 부활된양 무시무시한 구호와 붉은 색 깃발, 수많은 성명서들이 난무하고 있다. 학생들도 지난 11일부터 동맹휴업을 결의했다. ‘학생없는 학교’인 청주교육대는 학생회 간부들만이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삼삼오오 모여있을 뿐 이미 교육기관으로서의 기능을 잃고 무력하게 서있었다.
최근 신문 사회면에서도 교육대생들의 시위소식은 빠짐없이 등장한다. 전국 교육대 총학생회장들은 삭발을 감행했고 학생들은 자퇴할 각오까지 돼있다고 강경하게 말했다. 더욱이 정부가 이들을 밖으로 내몬 것은 이번 만이 아니어서 언제, 어떤 방안의 교육정책을 들고 나올지 몰라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것이다.
청주교대생들의 대정부 투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최수경 총학생회장(과학교육·4)은 “98년에는 수습교사제를, 99년에는 보수교육, 2000년에는 사범대와 교대를 통폐합한다는 교직발전종합방안을, 그리고 올해는 교대학점제를 정부가 들고 나왔다. 모두 초등교육의 뿌리를 흔드는 중요한 사건이었다”며 “교육부가 이대로 진행할 경우 우리들은 교대생이기를 포기할 것”이라고 분개했다.

공장에서 물건찍듯 만들어내는 초등교사
- 교대생이기를 포기한다는 것은 자퇴한다는 말인가.
“ 그렇다. 우리는 정부의 정책이 교대를 없애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아무나 초등교사 할 수 있으면 교대생들이 무슨 필요가 있는가.”

- 전국의 교육대생들이 대정부 투쟁을 시작한 것은 언제인가. 그리고 그 동기는 무엇이었는가.
“올 여름방학 때, 교육부가 전교조 등의 교원단체와 예비교사 단체를 중심으로 ‘초등교원 충원 대책협의회’를 구성해 모자라는 교사 충원을 어떻게 할 것인가 협의하게 됐다. 그런데 서로 이견이 많고 진행이 잘 안되자 교육부가 자체 방안을 내놓겠다고 했다. 그래서 보수교육, 교원양성소, 교대학점제 등 세가지 안이 나왔다. 교원단체와 예비교사 단체는 이것을 모두 반대했으나 교육부는 교대학점제를 밀고 나가고 있는 중이다. 교대학점제란 초등교사 자격증이 없는 사람을 몇 백시간 교육시켜 초등교사로 임용하는 보수교육과 같은 내용이다.”

- 보수교육이나 초등교원양성소 같은 것들은 초등교사를 급조하는 정책이라고 비판을 하고 있는데…
“ 그렇다. 보수교육은 이미 지난 99년부터 문제가 돼왔다. 우리나라 초등교육은 같은 해 교원정년단축과 연금법 파동 등으로 3만6000여명의 교사가 일시에 퇴직하면서 교단 공동화 현상을 불러왔다. 그러면서 교과전담제, 보수교육 등을 통해 공장에서 물건찍듯 교사들을 만들어냈다. 더욱이 초등교원양성소는 한국전쟁 직후 교사가 일시적으로 부족했을 때 고등학교 이상 졸업자를 교사로 양성한 정책이었는데 요즘 이것을 부활한다는 것이 말이 되겠는가.”

“장기적인 교원수급정책 절실”
- 만일 교육부 안대로 밀고 나갈 경우 학교현장에서 입는 피해는 무엇인가.
“ 지난 99년 정년단축 후에 모자라는 교사를 채우기 위해 중등교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을 초등학교 예체능 전담교사로 발령냈는데 지금은 이들이 예체능뿐 아니라 전과목을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교육이 제대로 되겠는가. 정부안대로 초등교사를 급조할 경우 초등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정부가 내놓는 정책들은 대부분 4년 동안의 교육대 과정을 인정하지 않는 것들이다. 중등교사 자격증을 가졌다고 초등학교 아이들을 잘 가르칠 것이라는 발상도 이해가 안간다. 초등교사들을 이렇게 대책없이 채워나가면 초등교육은 죽을 것이다.”

- 초등교사들이 부족하다고 야단인데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알고 싶다.
“ 교육부에서는 한 해 교육대 졸업생이 5000명인데 이들을 다 임용해도 4000명이 모자란다고 한다. 더욱이 2003년까지는 학급당 학생수를 35명으로 낮춘다고 한다. 그러나 2005년이면 학생수가 35명선으로 저절로 맞춰진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결국 2년을 앞당기기 위해서 이런 무책임한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것이 대통령선거를 앞둔 선심행정인 동시에 중등교원의 적체현상을 해소하고 교직개방을 가속화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따라서 미취학 아동수를 파악해 몇 년 후 교대생 입학정원을 조절하는 방법으로 장기적인 교원수급계획을 수립하는 것만이 졸속행정을 피하는 길이라는 그는 일부에서 최근 교대생들의 집단행동을 ‘밥그릇싸움’으로 보는 현상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99년 이후 교육대 편입생을 5%에서 20%까지 확대해 뽑을 수 있어 편입생들이 대폭 늘었다. 그나마 편입생들은 2년 동안 교육을 받는데 보수교육생들은 이 정도도 못된다. 수업을 해도 리포트로 대치하고 70학점을 제대로 이수할 것인지도 의문이다. 이처럼 초등교육이 엉망인데 어떻게 가만히 있으라는 말이냐”라는 그는 당연한 문제 제기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최양은 지난 11∼12일 상경투쟁 당시 전국 교대생 2만명중 1만명이 모였다며 앞으로도 가두행진·시내 선전전·서명작업·교육청 항의방문 등이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지난 15일부터 학생증 반납운동을 벌이는 한편 교수와 총장 등을 만나 교육부정책 반대 서명작업에 참여토록 할 것이라고 말해 집단행동을 계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인터뷰를 하고 난 15일 오후5시, 최수경 양은 상당공원에서 열린 항의집회에서 삭발을 감행했다.
/홍강희 교육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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