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기적의도서관...마루바닥에 앉거나 엎드리거나 누워 책을 본다

청주기적의도서관은 아이들이 주인이다. 아이들은 엎드리거나 누워 책을 본다. 졸리면 잔다. 남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 이상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설계자는 세계최초로 온돌문화를 도입했다.

청주기적의도서관(관장 정창순)은 그 편한 분위기가 좋다. 신발을 벗고 열람실에 들어가면 바로 마루바닥이다. 마치 집 같다. 책을 읽는 아이들은 바닥에 앉거나, 엎드리거나, 누워 있다. 의자도 있지만, 아이들은 마루바닥에 있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렇다보니 한 살짜리 아이도 와서 여기저기 기어다닌다. 책을 읽다가 솔솔 잠이 오면 자도 된다. 남한테 큰 피해를 입히지 않는 선에서. 그래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청주기적의도서관은 아이들이 마음껏 책보고 노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 곳은 아이들이 주인인 세상이다.

공공기관 중에서 이렇게 편한 곳은 드물다. 공공도서관 어린이실에도 3세 이하의 유아들은 갈 수 없으나 이 곳 만큼은 허용된다. 시민들이 청주기적의도서관을 이렇게 집처럼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편한 구조에 있다. 공공기관이라는 틀을 깨고 아이들의 편에서 설계하고 지어졌다는 느낌이 든다. 전국에 기적의도서관을 탄생시킨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은 최초로 도서관에 온돌문화를 도입했다. 온돌문화가 세계 어디에도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세계 최초인 셈이다.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 측은 “전국의 모든 기적의도서관에는 꼬맹이들이 맘 놓고 뒹굴고 기어다닐 수 있게 따스한 온돌마루를 깔고 엄마와 아빠와 아기들이 도란도란 얘기할 수 있는 ‘아가의 방’을 만들었다. 온돌문화를 어린이 도서관이라는 공공의 공간에 도입한 것은 세계 최초의 시도이다. 한 살짜리 아기들도 드나들 수 있게 공간구조가 짜여진 것도 세계 최초의 설계 모델”이라고 밝혔다.

돔 형식의 천체투영관. 청주기적의도서관만이 가지고 있다.

청주기적의도서관에 들어갔을 때 마루바닥과 함께 눈에 확 띄는 또 하나는 다섯 그루의 나무가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구조다. 마치 어린이들이 나무 아래서 책을 읽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설계자인 조건영 씨는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다섯 그루 나무는 성장과 지혜를 나타내는 우주나무다”고 말했다. 제천기적의도서관도 설계한 조 씨는 이 도서관에서도 역시 다섯 그루의 나무를 보여주고 있다.

나무 아래에는 가지 각색의 책들이 꽂혀 있다. 어린이들의 손이 닿았던 책꽂이에는 책들이 더러 뒤집혀 꽂혀 있지만, 어떠랴. 책은 누군가 읽을 때 책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지, 가지런히 꽂혀 있을 때는 장식품에 불과한 것. 왼쪽 창가에서는 햇빛이 사정없이 쏟아져 들어온다. 창가에 등을 대고 앉으면 따뜻한 기운이 온 몸에 퍼진다.

청주기적의도서관은 청주시 흥덕구 수곡동 옛 청주지방법원 맞은편에 있다. 진입로는 좁지만 눈을 왼쪽으로 돌리면 숲이 있고 나무벤치도 있다. 마침 인근에 있는 청주교육대가 지난 2003년 가을 학교담장을 시원스레 허물어 도서관과 학교 캠퍼스가 같은 공간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때문에 아름다운 자연도 함께 공유하고 있다. 지난 2004년 7월 개관했다. 도서관은 옛 청주지검장 관사를 허물고 지어졌다. 도서관 1층은 다목적홀·전시코너·동아리실·자료보존실, 2층은 아기방·이야기방·멀티동화코너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도서관은 넓지 않지만 자연속에 있어 좋다. 2층 열람실에서 창을 열고 나가면 바로 정원과 이어진다. 잔디가 깔려 있는 정원에는 많은 꽃들이 피어있고 벤치가 있다. 그리고 한 쪽에는 천체투영관이 있다. 2007년 2월 개관한 천체투영관에서는 별자리여행과 행성여행 등 우주의 아름다움을 관측할 수 있다. 방학 때는 별을 관측하고 스타페스티벌이라는 특별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돔 형식으로 만들어진 천체투영관에서 어린이들은 우주를 관측하면서 원대한 꿈을 꾼다. 충북대천문대 대학원생들의 친절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2층에서 1층으로 내려오는 계단을 재미있게 변화시킨 벽화

2층에서 1층으로 갈 때는 신발을 신고 내려가야 한다. 다소 귀찮기는 하지만, 내려가면서 벽화를 구경하면 된다.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감독 권준호·한만영·이기주)가 그린 벽화는 꿈꾸는 어린이들에게 좋은 놀잇감이다. 1층 전시실에서는 작은 전시회가 열리고, 휴게실에서는 부모와 어린이들이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정창순 관장은 “기적의도서관은 철저히 어린이를 위한 공간으로 지어졌다. 아이들이 마음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온돌마루를 깔았다. 그리고 남향건물이어서 채광도 좋고, 주변에는 나무가 많다. 건물은 1, 2층이 완전히 분리돼 소음도 차단된다. 도서관은 아이들의 꿈이 자라는 곳이다. 아름다운 것을 보며 많은 어린이들이 꿈을 꾸었으면 좋겠다”며 “도서관의 규모가 굳이 클 필요는 없다. 대신 여러 개 있어 누구든지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동네사람들의 커뮤니티 공간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과학 프로그램 특화시킨 청주기적의도서관
주말 400~500명, 평일 200~300명 몰려

기적의도서관은 순천·제천·진해·제주·서귀포·울산·청주 등지에 있다. 처음에는 MBC가 ‘느낌표’의 수익금을 불우이웃돕기에 쓰려고 했으나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에서 어린이도서관을 지어주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하면서 어린이전용 기적의도서관이 탄생됐다. 방송국에서 책 판매 수익금으로 도서관을 지어주겠다고 하자 자치단체간 경쟁이 붙어 건축비, 도서구입비를 서로 대겠다며 난리가 한바탕 났다. 그래서 기적의도서관 유치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청주기적의도서관유치운동은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과 친분이 있는 도종환 시인이, 제천에서는 이철수 판화가가 나서 두 군데 모두 선정되는 좋은 결과를 얻었다.

주최측은 기적의도서관을 통해 아기들이 한 살 때부터 책과 친해지고, 민관이 함께 운영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었다. 또 도서관은 책만 읽는 게 아니고 여러 가지 재미있는 놀이활동도 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림그리기, 인형극공연, 자연관찰, 책만들기, 별밤지기, 도서관에서 하룻밤 보내기 같은 프로그램이 그런 것들이다. 청주기적의도서관은 특히 과학특화 도서관으로 자리를 잡았다. 개관 초기부터 과학 프로그램을 꾸준히 개발하고 천체투영관도 지었다. 전체 4만1000여권의 장서 중 과학분야 책은 문학 다음으로 많다. 이 도서관은 주말에 400~500명, 평일에는 200~300명의 어린이들이 몰려올 정도로 인기가 높다.

청주기적의도서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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