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거래업체들의 채권회수로 자금난 최악
장기 조업중단에 주식거래 중단… 급전 직하

한때 종업원이 1200명에 달하고 충북 최대 제조벤처기업이란 ‘명성’까지 누렸던 월드텔레콤의 원대한 세계경영 꿈은 이렇게 허망히 사그라드는 것인가. 새해벽두 발생한 회사측의 느닷없는 생산설비 반출사태로 새삼 세인들의 관심을 끌어 모았던 월드텔레콤이 급속히 추락하고 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청주산업단지 입주기업인 월드텔레콤(회장 홍용성·대표이사 권대우)은 지난 1월초 급작스레 생산설비를 철수시켜 지역 경제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월드텔레콤은 지난 1월 8일 새벽 청주본사 공장 내 생산설비 중 무려 80%에 가까운 기계류를 기습 철거한 이후 두 달이 다 되도록 장기 조업중단 상태에 들어가 있다. 게다가 이 회사의 홍용성 회장은 장기 외국체류 중으로 모습을 전혀 나타내지 않고 있으며, 대표이사를 비롯한 경영진 역시 언론을 포함한 외부와의 대화채널을 사실상 끊은 상태여서 현재 월드텔레콤의 상황이 어떠한 지 정확한 파악이 안되고 있다.

홍 회장의 장기 부재 속 공장도 ‘스톱’
다만 이 회사 노조 측의 진술과 주장, 그리고 노동당국 및 월드텔레콤의 채권은행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정보와 첩보 등을 종합할 때 월드텔레콤은 현재 책임 있는 경영진이 사실상 부재한 상태 속에서 끝 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월드텔레콤 노사 양측은 최근에 돌출한 설비반출 및 구조조정 문제를 놓고 ‘좁힐 수 없는’ 현격한 견해차이를 노정하고 있다. 회사측은 설비반출이란 ‘친위 쿠데타’를 벌이기 훨씬 이전인 지난해부터 “생산물량 감소로 인한 유휴인력 발생 요인으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며 노조와의 합의 속에 2003년 5월 10일 고용안정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당시 협약내용은 향후 3년간 생산현장 인원을 향후 3년간 400명 정도로 유지한다는 것이었다.

좁혀질 수 없는 노사간 시각차
그러나 조합 측에서는 “지난해 협약까지 체결해 놓고 올 들어 일방적으로 설비를 반출하는 등 졸렬한 방법을 쓴 경영진의 처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 사태이후 1월 8일과 9일, 그리고 최근 들어선 1월 30일에 노사간 협상테이블이 펼쳐졌지만 성과 없이 사태해결을 위한 협상노력이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회사측은 하지만 경영상황이 악화일로를 걷자 지난해말 “청주 본사의 인원을 50명 정도만 남기겠다”고 통보하면서 양측간 갈등이 최고조로 치달은 상태다. 한때 1200명에 달했던 월드텔레콤의 종업원은 현재 490명으로 이중 생산라인 현장에서 일하는 인력은 350명 정도다.

이 회사의 노사협상을 중재하고 있는 청주지방노동사무소는 “1월 30일 이후 협상일정을 조정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답보상태”라며 “지난주 회사측의 요구가 있었지만 조합 측에서 연기를 요청, 이번 주중에 회합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결론이 도출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생존’을 걱정할 만큼 상황 급박
홍용성 회장이 외국에서 장기체류중인 상태에서 청주본사 현지 책임자인 권대우 대표가 나서고 있지만, 그로선 구조조정을 결사반대하는 노조를 만족시킬 선물 보따리를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조원들은 대책회의와 자체 교육, 농성 등의 투쟁일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현 경영진의 의지나 회사의 절박한 상황으로 볼 때 사업유지가 지속될 수 있을 지 근본적인 회의가 든다는 것이 월드텔레콤 사태에 개입하고 있는 노동당국의 시각이다.

민주노총 충북본부 측도 “월드텔레콤 사태는 임금문제 등 다소 한가로운 사안이 아닌 서로가 생존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비상 국면”이라며 “(회사 회생을 위해)서로가 고민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단이 없는 게 사실”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월드텔레콤의 상황이 어느 정도로 절박하길래 해당 회사의 노조는 물론 민주노총 충북본부의 지도부까지 고민에 빠뜨리고 있는 것일까.

“탈출구는 없는 것인갚
결론은 월드텔레콤의 상황이 주변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좋지 않기 때문이다. 수백억 원대의 채권을 갖고 있는 금융기관에서는 대출금 회수는 물론 중국 및 필리핀 현지공장에 대한 근저당 설정에 나서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며 거래업체들 역시 매출채권 확보를 위한 법적 절차에 나서는 등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뜩이나 위기에 처한 회사로선 급속한 자금경색으로 최악의 상황에 처하고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월드텔레콤은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난 10일 코스닥 증권에 의해 관리종목으로 지정, 13일까지 매매거래가 정지되는 사태까지 맞아 위기설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코스닥 증권은 관리종목 지정 이유로 영업중단 사태를 꼽았다. 2001년 2월 상장직후만 해도 11만원에 달했던 이 회사 주식은 그 후 10분의 1로 액면분할이 됐다지만 24일 12시 현재 주당 180원으로 60분의 1 수준으로 폭락한 상태다. 기업의 경영위기가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절체절명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는 월드텔레콤에게 탈출구는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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