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공급 제대로 안 이뤄져
중고품도 인터넷으로 구매

소비시장침체로 말미암아 도내 중고시장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는 소비심리 위축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쉽게 열리지 않는 이유도 있지만 중고시장의 경우 신제품과는 다르게 팔 물건조차 부족한 때문이다.

과거에는 중고품하면 학교나 학원가를 중심으로 책이나 음반이 대부분이었는데 현재 수도권 백화점에서는 중고품이 등장하는 현상이 일고 있다. 이는 꽁꽁 얼어붙은 소비 심리를 붙잡기 위한 업계의 피나는 노력으로 해석된다. 수도권 지역의 경우 골프용품과 같은 레저용품, 인라인스케이트, 자전거, 스키와 보드장비, 심지어 수영복까지 중고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레저용품을 중심으로 고가품을 중심으로 중고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 특히 인터넷을 통한 다양한 중고품 구매는 가능하다. 중고 레저용품 일체를 구매할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만 해도 5개로 중고시장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충북의 경우, 자동차, 가전제품 중고 매장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 외에도 핸드폰, 책, 컴퓨터 등이 있다. 7∼8년 전만 해도 북문로 2가에는 이름하여 ‘헌책방’이 성행했다. 이와 같은 헌책방은 학교 인근에는 1∼2개씩은 꼭 자리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풍경이다. 새책과 다름없는 참고서를 반 가격에 살 수 있으니 학생들에게는 더 없는 용돈벌이(?)였다.

헌책방 사라진지 오래
북문로에서 15년째 헌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최강식(가명)씨는 지난날을 이렇게 회상했다. “새학기가 되면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와 경쟁하듯 참고서, 교과서를 사갔다. 헌책의 경우는 주문한다고 해서 바로 구비되는 것이 아니므로 학생들의 성화에 애를 먹기도 했다. 또 헌책방을 즐겨 찾는 사람들도 있었다. 손때묻은 초판이나 이미 절판된 책을 찾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요즘은 인터넷으로 절판된 도서를 찾을 수 있고 무엇보다도 참고서를 팔기 위해 헌책방을 들르는 경우가 없다는 것이 최씨의 말이다.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참고서의 기능이 많이 약화됐다. 10여년 전만 해도 교과서 중심으로 말 그대로 참고서를 참고해서 공부하는 풍경이 대부분이었는데 지금은 학원에서, 혹은 인터넷으로 공부가 가능하다.”

설땅 잃어가는 중고시장
중고차매매를 하고 있는 정재식(가명)사장은 작년 중반기부터 내수 시장의 어려움을 체감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매출이 50%정도 감소했다. 또 할부시 신차에 비해 이자가 비싸고 인터넷이나 정보지에 중고차 매매가 성행하므로 가격 경쟁이 일어난다. 요즘은 중고차 매매가  부진한 편이지만 특히 내놓는 경우(공급)가 드물다.” 정 사장의 말에 따르면 중고차 시장에서도 A급에 속하는 매물은 나오기가 무섭게 팔린다는 것. “중고차 성능점검이 의무화 됐고 구입 후에도 100% 보상까지 가능하다. 마진률도 낮고 향후에도 서비스가 이뤄져 할부가 아닌 현금 구매시는 소비자에게 훨씬 유리해졌다.”

가전제품 알뜰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태기(청주시 사창동) 사장은 신품의 1/3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텔레비전, 냉장고, 난로, 비디오 등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가전제품을 수거해서 부품 교체 및 수리, 세척, 도색과 같은 과정을 통해 매장에서 판매한다는 김 사장은 도내 전자제품 매장에서 기획상품을 내놓을 때는 타격이 크다고 털어놨다. “재활용이 주로 이뤄지고 있지만 부품 교체비 정도를 붙여 판매하는데 할인매장에서 기획상품을 중고와 별 차이없이 판매한 사례가 있었다. 20인치 텔레비전이 신품과 1만 5000원 차이였다. 그러자 고객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단골조차 환불을 요구했다.”

김 사장은 요즘 중고를 구하기도 힘들다고 밝혔다. “중고품은 소비자들이 신품을 구입할 경우 공급이 이뤄진다. 즉 신품 판매량과 중고 판매량 증가는 어느 정도 일치한다는 것이다.”
바닥 경기는 어렵지만 중·상층의 생활 수준은 오히려 나아졌다는 김 사장은 “중고를 생활 가전 제품으로 사용하던 소비층이 점점 줄어들고 여름 한철 사용하기 위해 냉장고를 구입하는 손님이 늘었다. 즉, 가정용보다는 사무실용으로 가전 제품을 찾는 고객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휴대폰, 컴퓨터는 남아 돌아
하루가 다르게 신제품이 등장하면서 휴대폰, 컴퓨터 중고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이 두 제품은 중고 매장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반 매장 한 구석에서 홀대를 받고 있다. 휴대폰, 컴퓨터 중고는 넘쳐나는데 소비층이 없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휴대폰 중고 판매실적은 아주 저조하다. 단종 된 모델을 찾는 경우는 종종 있으나 ‘중고도 쓸만하다’는 생각을 가진 고객은 거의 없다. 또 번호이동성제도로 인해 휴대폰가격이 저렴해진 것처럼 인식돼 중고 판매는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 휴대폰 업계의 설명이다. 컴퓨터도 소형, 노트북의 등장으로 부품을 재활용하는 것이 전부다. 요즘은 컴퓨터를 기능뿐 아니라 디자인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문의조차 없다는 업계의 반응이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