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상대 소송서 각각 원고-피고측 대리인 맡아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음성군청의 공무원 A씨는 요즘 찜찜한 마음을 지워버릴 수 없다. 상대 소송 대리인을 보고 깜짝 놀란 것이다. 군청 고문 변호사가 원고 측 소송 대리인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B사는 맹동면에 폐기물처리시설을 짓기 위해 건축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가 군이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자 '건축불허가 처분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주민들의 반대가 심하다는 것이 군이 건축허가를 반려한 이유다.

업체의 소송에 맞서 군도 변호사를 선임하기 위해 고문변호사를 찾았다. 그런데 고문변호사 중 C변호사가 이미 청구인 측 소송 대리인을 맡은 상황이었다.

음성군은 각종 소송이나 업무관련 법률 상담과 자문을 받기 위해 2명의 고문변호사를 위촉해 놓고 있다. 이들에게는 자문료로 매월 15만원씩을 지급하고 있다.

C변호사가 소송 상대 측 변호사로 나서자 군은 다른 변호사를 소송 대리인으로 내세울 수밖에 없었다. 결국 군청 고문변호사끼리 법정에 마주서는 보기드문 일이 벌어진 것이다.

공무원들도 곤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당연히 법률 자문을 해 줄 것으로 생각했던 고문변호사를 상대로 법정에서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군청 내부에서는 불법 여부를 떠나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지 않느냐는 여론이 많다.

사정이 이렇더라도 고문변호사를 제재할 방안은 없다. 고문변호사가 군을 상대로 한 소송을 맡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하지만 변호사가 많은 보수를 받을 수 있는 소송을 거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고문변호사 무용론마저 대두되고 있다.

이 때문에 고문변호사 운영에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C변호사는 "음성군 고문변호사를 맡아 달라고 할 때부터 이런 상황이 생길까 봐 음성군을 상대로 한 소송을 못 맡게 하면 고문변호사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고, 음성군 역시 무방하다는 답변을 해 왔다"며 "혹시라도 문제가 된다면 언제든 고문변호사를 그만 두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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