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CN충북방송 캐스터 박용관 씨

HCN충북방송이 올해 첫 선을 보인 2011 한국프로야구 중계방송이 연일 화제다. 일반적인 야구 중계가 아니라 충청도에 연고를 둔 한화이글스 만을 위한 편파방송이라는 점이 이색적이다. 방송을 진행하는 해설위원과 캐스터는 야구중계의 기본인 중립성을 잊은 지 오래다. 부진한 한화이글스 선수에게는 응원을, 잘하는 상대팀 선수에게는 야유를 보낸다.

▲ 지난 4일 열린 한화이글스와 SK와이번지 경기에서 최진행타자가 홈런을 치자 환호하는 박용관 캐스터(사진 왼쪽)./사진=육성준 기자
편파중계는 한화이글스가 연패를 거듭하며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요즘 더욱 빛을 발한다. 한화이글스 경기를 보며 느끼는 답답함을 조금은 달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상대팀 팬들은 시청하지 않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편파방송의 중심에는 캐스터로 활약하고 있는 MC 박용관 씨(36)가 있다. 박 씨는 민문식 해설위원(전 빙그레이글스 투수·전 세광고 감독)과 콤비를 이뤄 방송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자극적이며 최대한 편파적인 방송을 진행한다.

지난 4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SK와이번즈와의 홈경기 2차전 상대팀 투수 전병두의 폭투로 1점을 만회하자 박 씨는 KBS개그콘서트 ‘달인’을 흉내내며 “폭투 전병두 선생, 우리 편이네요”를 외쳤다. 또 투수가 주자에 대한 견제구를 내리 던지자 “저 선수는 경기를 진행할 생각이 없나요”라고 응수한다. 반면 한화이글스 공격에서 1번 타자 강동우가 오랜만에 안타를 치자 “이러니 1번 자리를 누가 내줍니까. 붙박입니다”라고 너스레를 떤다.


중계방송을 마치면 HCN충북방송 홈페이지에는 관련댓글이 넘친다. “재밌다” “충북방송 보며 응원하면 꼭 이긴다” 등 대체로 우호적인 글들이지만 편파중계에 대한 불만도 못지않다. 하지만 안티도 관심이라는 점에서 보면 편파중계는 이미 관심을 모으는데 성공한 것이다.

부정적인 글들은 크게 두 종류다. “왜 내가 좋아하는 팀을 억지로 깎아 내리냐”는 것과 “캐스터가 야구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실 박 씨는 캐스터를 맡기 전까지 야구를 해본 적도, 야구경기를 1회부터 9회까지 온전하게 본 적이 없다. 박 씨는 “전문적인 이야기는 민문식 해설위원에게 넘긴다. 오로지 야구경기를 중계하는 동안 시청자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하는데 역점을 둔다”고 말했다.

물론 캐스터 제안을 받은 이후로 야구 지식을 익히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이런 노력 때문인지 시청자들은 “첫 방송보다 많이 좋아졌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온다.

야구를 모르는 박 씨가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으며 원만하게 중계방송을 진행해나갈 수 있었던 것은 다년간 현장에서 익힌 경험 때문이다. 대학시절 우연한 기회에 행사진행을 맡게 된 박 씨는 숨겨진 끼를 발산하며 주목받게 됐다. 이후 아르바이트로 가끔 사회를 맡기는 했지만 천직이 될 줄은 몰랐다.

대학을 졸업하고 2005년 전문MC로 나선 박 씨는 축제현장과 방송에서 탁월한 능력을 선보이며 지역의 대표적인 MC로 자리매김했다.

2006년 HCN충북방송 ‘열전최고스타’를 시작으로 ‘친친 퀴즈퀴즈’ ‘아이러브 일촌’ ‘학창별곡’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현재는 CJB청주방송 ‘아름다운 충북’ 진행을 맡고 있고 있다.

청원생명축제, 옥천포도축제 등 도내에서 열리는 굵직굵직한 축제는 물론 전국에서 진행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박 씨는 “방송을 진행하면 알아봐주시는 분도 많고, 하나의 작품으로 남는다는 점이 매력적”이라며 “축제 등 행사는 관객과 교감하고 호흡한다는 점에서 매력있다”고 말했다.

박 씨는 “행사나 방송을 진행할 때 오디션을 본다는 각오로 임한다”며 “현장에서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끝까지 전문MC로 일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편파방송에 대해 박 씨는 “새로운 형식의 프로그램이다. 기획의도에 맞게 시청자들이 즐겁게 야구를 즐길 수 있는데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도전이 성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