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적․추상적인 조례, 주민들에게 체감온도 낮아
상위법에서 빠진 내용 담다 보니 권고사항에 머물러

최근 도의회에서 학원심야교습제한조례와 야간자율학습 점검단 구성은 ‘뜨거운 감자’다. 밤 11시나 자정까지 가능했던 학원교습 시간을 오후 10시로 일괄 단축한다는 내용의 학원 심야교습 제한 조례안이 상정되자 학원업계가 반발하고 나섰고, 야간자율학습 점검단 구성을 두고는 교육청이 발끈했다. 무엇보다 일상생활에 밀접한 문제들이기 때문에 의회뿐만 아니라 세간의 관심도 쏠렸다.


지방의원들에게 조례는 의회활동을 집약하는 결과물이다. 그래서 조례 개정 및 제정에 민감하다. 소위 건수를 올려야만 소속 상임위원회도 빛이 나고 의원들의 어깨에도 힘이 들어간다. 그러다보니 조례가 많이 만들어지지만 정작 시민들은 무관심하고, 체감온도도 낮다.

이에 대해 홍석조 변호사는 “실효성이 크지 않고 상징적이고 추상적인 조례는 제정이 쉽지만 집행부 예산을 수반하는 문제는 통과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의견수렴과정 생략돼

또한 조례는 법률이 정하는 룰 안에서 규제는 할 수 있지만 그 범위를 넘어갈 수 없다. 가령 청주시 배출가스에 관한 조례를 만들지라도 상위법이 정한 한계를 벗어나 주민들에게 벌칙이나 벌점 등 의무를 지울 수 없는 것이다. 반면 이익은 얼마든지 줄 수 있다.

홍석조 변호사는 “결국 자치단체의 예산과 집행력의 문제다. 실생활을 개선할 수 있는 조례를 내놓고 또 시민들에게 공론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지금은 의원들과 집행부의 이해관계에 의해 조례가 제정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가하면 청주시의회 A의원은 평소 주민자치에 관심이 많지만 관련 상임위 소속이 아니라 관련 조례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2년마다 상임위가 바뀌지만 그 전까지는 상임위 간 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송재봉 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의원들이 처음부터 전문성을 갖고 상임위에 들어가는 것이 아닌 만큼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유연해져야 한다. 특히 조례 제정은 상임위를 넘나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의원들이 조례 제정 및 개정을 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의원 6명의 서명을 받아 발의하고 상임위를 통과하면 본회의에서 의결한다. 여기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는 생략되기 일쑤다. 집행부가 조례제정을 할 경우 조례규칙심의위원회를 따로 두어 과정을 거치는 것과 달리 의원들의 조례 입법 과정은 좀 수월하다. 그러다보니 타 지자체의 조례안을 그대로 가져온다거나 집행부에서 꺼리는 조례를 의원들이 받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이른바 집행부에서 넘겨받는 조례는 ‘청부입법’(?)이라는 우스개 소리까지 들린다.

B의원은 “의원들의 친소관계도 입법 발의를 할 때 작용한다. 입법 발의하려면 6명의 서명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다른 의원이 요청했을 때 응해줘야 한다. 그간 몇몇 조례는 굳이 만들어져야 하는지 의문도 품었지만 따질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런가하면 C의원은 “적어도 9대 의회 들어서는 집행부에서 넘겨받거나 실적내기는 줄었다”며 “법률적으로 의원들이 입법발의를 하면 집행부에서 할 때보다 절차가 2단계 줄어든다. 사안에 따라 공청회를 할 수는 있겠지만 굳이 매번 할 필요는 없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또 D의원은 “청주시와 청원군이 통합하면 조례를 바꾼다는 원칙아래 손보지 않고 넘어가는 것들이 너무 많다. 상위법이 바뀌면 집행부에서 바로바로 손을 봐야 하는 데 통합을 이유로 묵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의원 6명 서명 받아 발의

9대 의원들은 지금까지 총 7건의 조례를 제정했다.(표 참고) 그 가운데 청주시장과 청주시의회 업무추진비 공개 및 지출에 관한 조례안 등 재정의 투명성과 원칙을 세우겠다는 내용도 눈에 띈다. 이밖에 사회적기업 육성 지원에 관한 조례안은 관련 분야 공청회를 거치는 등 꼼꼼히 살폈다.

또 최근 시의원들이 청주시의회 의원 연구단체 지원조례안을 만들고 공부모임을 시작한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우선 주민자치와 조례연구모임을 진행한다. E의원은 “전국적으로 의원들의 공부모임을 권유하는 분위기다. 조례 연구모임을 통해 주민들이 원하는 실질적인 대안들을 만들고자한다”고 말했다.

실생활에 밀착한 조례 만들어져야

사문화된 조례, 즉 조례가 있어도 실효성을 내지 못하는 것들도 많다.

송재봉 처장은 “대형마트 지역지원조례가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조례 자체가 일상생활을 규제하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영향력도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민고충처리위원회와 장애인들이 담배 자판기를 우선 설치할 수 있도록 한 조례도 만들어졌지만 실행되지 않고 있다.

또 주민참여예산운영조례와 시민참여기본조례는 개정이 필요하지만 논의가 되지 않고 있다. 특히 참여예산운영조례는 전국최초로 만들어진 의미 있는 조례지만 개정 절차가 없어 지금은 타 지자체보다 진부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홍석조 변호사는 “모 시의원이 수곡동 영구 임대아파트 관리비를 절감할 수 있는 내용을 입법화 하려고 하지만 통과될 지 미지수다”며 “사문화된 조례에 대한 모니터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