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감동과 욱하는 감정이 낳은 두 이야기

▲ 여러분의 가정은 어떻습니까? 지금 어디쯤 와 있습니까? 그리고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A의 이야기처럼 사랑을 쌓아 가고 있습니까? 아니면 B의 이야기처럼 감정을 쌓아가고 있습니까?
A 한국전쟁 때였다. 혹독한 겨울, 미국인 선교사가 피란의 행렬을 따라갔다. 자동차가 고장 나서 다리 위에 멈춰 섰다. 다리 밑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곳에 가 보니 어떤 여성이 발가벗은 채 얼어 죽어 있었다. 여성의 품안에는 갓 태어난 아기가 울고 있었다. 피란 가던 여성이 홀로 해산을 한 것이다.

어머니는 아기를 살리고자 자신의 옷을 모두 벗어 아기를 감싸 안고 있었다. 선교사는 아기를 데리고 미국으로 떠났다. 그 아기가 자라서 대학생이 되었을 때, 선교사는 자기가 입양할 수밖에 없었던 내력을 상세히 들려주었다. 추운 겨울이 오자 아들은 그 자리에 저를 데려다 달라고 부탁하였다.

선교사와 아들은 그 다리 밑을 찾아갔다. 아들은 자신의 옷을 모두 벗어서 어머니가 죽었던 자리에 놓고 엎드려 울부짖었다. ‘어머니, 그날 얼마나 추웠을까요, 저를 살리려고 어머니가 죽었습니다. 저는 어머니를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백성호 기자의 중앙일보 4월25일자 취재일기 중에서 인용)

B 2010년 여름, 서울의 어느 아파트. 중학생으로 보이는 남학생이 자기 집 현관문을 열고 비상계단을 통해 내려간다. 그 학생이 아파트를 빠져나가자 그의 집이 화염에 휩싸이고 불길이 솟구쳤다. 소방차가 와서 불을 껐지만, 학생의 할머니와 부모와 여동생이 불길에 희생되었다.

자신은 춤이나 사진 같은 것을 공부하고 싶은데, 아버지는 판·검사가 되는 공부를 하라며 골프채로 찌르고 뺨을 때려서 분노심에 불을 질렀다고 한다. 같은 해 겨울 부산의 어떤 중학생은 매일 밤늦게까지 게임에만 열중하였다.

보다 못한 어머니가 꾸중을 하자 ‘욱’ 하는 마음에 어머니를 목 졸라 살해하고, 자신은 전깃줄로 목을 매 숨졌다. 경찰의 조사에 의하면 모자 사이에 컴퓨터 게임 문제로 다툼이 잦았으며, 그때마다 아들은 어머니를 폭행 해 왔다고 한다.

A의 이야기는 사랑의 감동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자식을 위해 목숨까지 내어준 어머니와 선교사의 구원의 손길 그리고 성장한 아들의 비통한 눈물이 있습니다.

전쟁과 추위와 굶주림 속에서 인간적인 휴머니즘이 잘 나타난 이야기입니다. 사랑이란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다 내어주고 목숨까지도 내어주는 것이며, 타인의 불행을 나의 불행으로 껴안는 것이며, 은혜에 보답할 길 없어 울부짖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어머니와 선교사와 아들의 행동, 이 모두가 사랑으로 점철되어 있어 목울대에 치밀어 올라오는 무엇인가를 느끼게 합니다.

B의 이야기는 이기적인 감정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아버지와 아들, 어머니와 아들사이에 갈등으로 인한 다툼이 있을 뿐입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맞서서 싸우고, 어머니와 아들이 맞서서 싸우고 있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가정이 완벽하게 무너져버렸습니다.

가족이라 할지라도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심으로 서로를 대하면서 파국을 맞는다는 메시지를 전해 줍니다. 아버지와 어머니와 아들의 행동 모두가 감정으로 점철되어 있어 섬뜩한 느낌을 갖게 됩니다.

감동은 눈물을 낳고, 감정은 폭발을 낳습니다. A의 이야기는 어머니의 깊고 큰 사랑이 아들의 가슴에 뜨거운 눈물로 거듭납니다. 그 눈물이 우리에게는 가슴을 적시는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B의 이야기는 감정이 폭발하여 불행을 초래한 이야기입니다.

아들의 가슴에 쌓였던 감정이 ‘욱’하고 폭발하여 가족을 죽이고 가정을 폭파시킨 것입니다. 감정은 여러 심리상태를 지니고 있지만 여기서의 감정은 불쾌의 의미를 지니는 감정입니다. 불쾌의 감정은 갈등에서 생겨나며 갈등이 해소되지 않으면, 내면에 쌓이고 쌓여서 어느 순간 폭발하게 되는 것입니다.

A의 이야기에서처럼 어머니가 자식에게 사랑을 유산으로 물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B의 이야기에서처럼 자식들이 ‘욱’하고 저지른 만행을 짚어보는 것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문제는 어느 가정이나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보편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부

모자식 간의 불협화음은 예로부터 있어 왔습니다. 그러나 과거의 아이들은 아무리 부모와 의견이 맞지 않는다 할지라도 가출을 하거나 위악적인 행동을 하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요즈음 아이들은 앞뒤를 가리지 않는 극단적인 행동을 합니다.

아이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데는 두 가지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부모들이 오냐오냐 하면서 아이들의 욕구를 너무도 쉽게 충족시켜준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자기 외에는 눈에 보이는 게 없습니다.

다른 하나는 아이들이 컴퓨터의 속도에 익숙해지다 보니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폭발해버린다는 점입니다. 참을 줄도 모르고 기다릴 줄도 모릅니다. 아이들의 이기심과 극단적인 행동은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통제를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상황이 이럴 진데 온통 가정 안팎에서 아이들에게 강조하는 건 오직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뿐입니다.

여러분의 가정은 어떻습니까? 지금 어디쯤 와 있습니까? 그리고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A의 이야기처럼 가족 간에 사랑을 쌓아 가고 있습니까? B의 이야기처럼 가족 간에 감정을 쌓아가고 있습니까? 가정이 편안하지 않으면 어디에서든 무엇을 하든 편안하지 않습니다. 두 이야기에 여러분의 가정을 비추어 보십시오. 5월이 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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