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강원․제주, 지역신문 우위점한 것과 대조… 10위 안에 단 하나

충북이네 밥상에는 지역 특산물이 오르지 않는다. 아침마다 충북이네 밥상에 오르는 반찬은 대부분 외지산이다. 충북이네 아버지는 오래 전부터 ‘조선식품’에서 만든 반찬만 먹어 왔다. 충북이네 엄마도 마트에서 장을 보던 중 마땅한 찬거리가 없자 사은품을 준다는 말에 ‘동아햄’을 샀다.

충북이가 지역 나물반찬을 먹지 않는 것도 한 이유다. 맛이 없다며 통 젓가락을 들지 않는 바람에 충북이네 엄마도 두 손 들어버렸다. 옆집 강원이네 아이는 감자를, 아랫동네 제주네는 지역에서 난 다금바리 회를 그렇게 잘 먹는다는데 비교가 되지 않을 수 없다. 부산이네 아이는 어묵이 없으면 밥을 못 먹는다고 한다. 강원이와 제주, 부산이네 집 엄마는 아이의 편식 걱정 없이 살고 있다. 충북이네 엄마는 혹시라도 충북이가 영양가 없는 반찬을 먹고 자라 건강을 해치지는 않을까 걱정이 많다.

▲ 한국광고주협회가 지난 해 10월 발표한 '2010미디어리서치'

한국광고주협회는 지난 해 10월 ‘2010년 미디어리서치 조사’를 실시하며 각 지역의 가구별 신문 구독률과 열독률을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부산과 강원, 제주에서 지역신문이 중앙지를 따돌리고 구독률 1위를 차지했다. 부산은 부산일보과 국제신문이 이른바 ‘PK지역’에서 공고히 자리매김을 해왔다. 두 언론사는 부산지역에서 구독률 조사에서 1위와 3위를, 경남지역 구독률 조사에서도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강원지역에는 강원일보와 강원도민일보가 1위와 5위를 차지했다. 제주에서는 제주일보, 한라일보, 제민일보가 1위와 3위, 5위를 기록했고 열독률 부분에서는 나란히 1,2,3위에 올랐다.

대구 또한 지역신문이 잘 팔리는 곳이다. 석간인 매일신문이 2위를, 영남일보가 5위, 대구일보가 10위의 구독률을 보였다. 매일신문은 경북에서도 3위의 구독률을 보였고 영남일보와 경북일보도 순위권에 들었다. 울산에서는 경상일보가 4위, 광주에서는 광주일보와 광남일보가 5위와 6위, 전남지역에서는 광주일보와 무등일보, 전남일보가 10위권 내에 들었다. 대전일보는 대전지역에서 5위를, 충남지역에서는 6위를 기록했다.

충북지역 각 가구 신문구독률 조사에서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린 언론사는 충청투데이 뿐이다. 이른바 ‘대전권신문’이라 불리는 충청투데이가 순위에 들고 도내 6대 일간지는 하나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열독률조사에서 충북일보와 중부매일 등이 7위와 9위를 기록하며 체면치레를 했을 뿐이다. 이에 반해 충북 등 지역의 이해와 요구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조중동은 충북에서 조선(7.5%), 동아(4.9%), 중앙(3.7%) 순으로 나란히 우위를 점하고 있다.

물론 한국광고주협회가 조사한 자료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다. 그 내용은 1인 가구가 20%를 넘어서는 우리나라 현실상 신문을 보지 않는 가구가 늘고 있고 영업장 및 관공서 사무실 등의 구독비율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매년 신문에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광고주들이 보다 효율적인 광고 전략을 위해 조사하는 미디어리서치조사는 활용도는 확대되고 있다.

특출난 신문사가 없다

충북의 지역신문 구독률이 유난히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이수희 충북민언련 사무국장은 볼만한 지역신문이 없는 것을 첫 번째로 꼽았다. “7~8개 신문사들이 난립하며 좁은 시장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다보니 지역신문의 질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지역언론이 전국지와 경쟁해 살아남기 힘든 구조”임을 전제하면서도 “지역 신문의 의제설정기능이 떨어진다.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그런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데 반해 우리지역에서는 그러한 면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이 사무국장은 “지역신문은 지역의 이야기를 담는 공간인 만큼 지역사회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곳”이라며 “지역신문이 주민의 삶과 밀접한 상관이 있는 기사를 생산하지 못함에 따라 주민들은 지역신문을 살아가는데 있어 꼭 구독해야 할 것이라고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 해 발표한 ‘2010신문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09년 신문산업의 매출액은 3조5159억원이었다. 이 중 전국종합일간지가 1조3947억(39.7%), 경제일간지가 4797억(13.6%)이었다. 지역종합일간지 매출액은 4297억원으로 12.2% 밖에 되지 않았다.

등록된 전국의 지역종합일간 신문이 115개임을 볼 때 각 회사별 매출액은 매우 적을 수밖에 없다. 이는 기자의 처우, 기사의 질과 연관되고 구독률에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10 한국언론연감’에는 언론사들의 자산 및 부채, 자본, 매출액 등 경영성과를 살펴볼 수 있다. 하지만 충북지역 언론사의 경영성과는 공시되지 않았다.

해당 성과는 금융감독원을 통해 공시되는데 코스피에 상장되어있거나 총자산규모가 100억이상, 자산총액이 70억 이상이면서 총부채가 70억 이상이거나 종업원 수가 300명 이상인 기업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경영성과 공시대상에 충북지역 신문사들이 한 곳도 포함되지 못한 것은 역설적으로 도내 일간지들의 사정을 대변해 주고 있다. 금감원의 조건을 충족시키는 지역신문의 수는 전국 10개뿐으로 등록된 종합일간 지역신문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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