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추모위 "상당공원 안된다면 충북도에 요청할 예정"

'노무현의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는 시민추모위원회(이하 추모위)'는 29일 청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주시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표지석의 상당공원 설치를 간곡히 요청했다.

기자회견을 통해 추모위는 "스포츠 스타들의 이름을 딴 거리명도 생기고 존경스럽지 못한 역사적 인물들의 동상도 버젓이 서 있는데 역대 대통령 중에 가장 존경받는 노무현 대통령의 조그만 표지석은 멸시를 당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5월23일은 국민 모두의 마음 속에 영원히 남을 대통령인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한 지 2주년 되는 날이지만, 청주시민의 성금으로 모아진 작은 표지석은 떠돌이 비석이 되고 말았다"고도 했다.

특히 "떠돌이 표지석에 대한 소식이 전국으로 알려지면서 다른 지역의 단체에서 설치할 곳을 못 찾으면 보내달라는 이야기를 듣고 지역이 조롱거리가 되는 것 같아 자괴감을 느겼다"며 안타까워했다.

추모위는 "표지석이 차지하는 반 평도 안 되는 땅의 문제가 아니라, 이 문제에 대해 전국의 조롱거리가 되도록 누구 하나 진정성 있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이 서글픈 일"이라며 애석해 했다.

이어 "청주시는 더 이상 노무현 대통령의 가족이나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가슴 아프지 않도록 표지석을 상당공원에 설치할 수 있게 마무리해 달라"며 "청주시에서 안 된다고 하면 당분간 충북도에 요청해 청남대나 다른 대안을 찾아 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12일 청주시 상당구 수동 천주교 수동성당에 설치된 뒤 사라졌던 추모 표지석은 청원군 문의면 마동리 마동분교를 임대해 만든 공방으로 옮겨진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추모위는 지난 2009년 7월10일 노 전 대통령의 49재를 맞아 합동분향소가 차려졌던 상당공원에 표지석 설치를 추진했다.

하지만 표지석은 청주시와 보수단체의 반대로 수동성당에 임시 설치됐다가 일주일 만에 청원군 오창읍의 한 농가 창고로 옮겨져 21개월 동안 어둠 속에서 지냈다.

이후 추모위는 단재 신채호 선생 사당과 청남대에 표지석 설치를 추진했으나, 충북도와 청원군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또 청주의 한 사찰에서 설치 의사를 밝혀 설치를 추진했지만 신도들의 거센 반발로 이 또한 무산됐다.

이와 함께 지난해 5월에는 인터넷 한 포털 사이트에서 표지석을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인 봉화마을로 옮기자는 네티즌 1000명 서명 운동이 벌어져 관심이 쏠리기도 했으나 표지석은 머물 곳을 찾지 못한 채 떠돌이 신세가 됐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용화 ㈔호남미래연대 이사장은 지난 20일 성명을 내고 "행정당국의 설치 불허 등으로 2년 째 떠돌이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노 전 대통령 표지석을 계속 둘 바에는 차라리 광주로 모셔오자"고 밝히기도 했다.

청주시민의 성금으로 제작된 추모 표지석은 지름 1m 가량의 반원형 좌대 위에 높이 75㎝, 폭 60㎝ 크기의 자연오석으로 제작됐다.

표지석 앞면에는 노 전 대통령의 얼굴 그림과 추모글, 뒷면에는 어록과 추모제 등이 기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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