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교실(2) 안병대 한양여대 교수 “셰익스피어는 언어가 존재하는 한 기억될 것”

안병대 한양여대 교수

누가 셰익스피어를 모르랴. 그러나 잘 아는 사람도 드물다. 이런 셰익스피어가 부활했다. 지난 4월 20일 국립청주박물관 강의실로 400여년 전에 살았던 인물 셰익스피어가 살아 돌아왔다. 우리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이 ‘햄릿’ ‘리어왕’ ‘오델로’ ‘맥베스’라는 사실만 외우면 되는 교육을 받았다. 성인이 된 후에는 이 책들을 읽었지만 까마득하게 잊어버린지 오래. 그러던 차 만난 셰익스피어 강의는 무뎌진 감성을 일깨워 주었다. 인문학교실의 몇 몇 수강생들은 강의가 끝난 뒤 돌아가면서 “셰익스피어를 다시 읽어야 겠다”고 말했다.

‘2011 청주인문학교실’ 두 번째 강의 주제는 안병대 한양여대 영어과 교수의 ‘400년 동안 살아있는 사람, 셰익스피어’였다. 안 교수는 셰익스피어 읽어주는 남자로 통하는 사람. 셰익스피어는 어떤 수식어를 붙여도 아깝지 않은 사람이다. 오죽하면 ‘셰익스피어를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했을까. 그는 1564년 4월 23일 태어나서 1616년 4월 23일 세상을 떠났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탄생과 죽음의 역사를 썼다. 그는 어릴 때 세례를 받았던 고향 교회인 홀리 프리니티교회에서 죽은 뒤 묻히는 등 생사에 얽힌 에피소드가 많다. 이런 것 조차도 범상치 않은 인물이다.

안 교수는 셰익스피어를 한마디로 휴머니스트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셰익스피어는 봉건주의자와 부르주아지, 황제파와 공화파, 왕당파와 의회파,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 우파와 좌파, 어느 편에서라도 유효한 해석이 가능한 사람이다. 그것은 셰익스피어가 남긴 37편의 작품이 37가지 색깔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인간과 세상과 시대를 통찰한 인본주의자요, 위대한 광대, 인간을 사랑한 사람이기 때문에 폭넓은 작품세계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셰익스피어
“햄릿은 의문하는 인간”
또 그는 "셰익스피어는 언어가 존재하는 한 기억되고, 인간이 존재하는 한 살아있을 것이며, 무대가 존재하는 한 불멸할 것"이라고 말했다. 셰익스피어에 대한 극찬이 아닐 수 없다. 후세인들을 연극에 미치게 한 셰익스피어, 안 교수 자신을 미치게 한 셰익스피어이니 만큼 이런 찬사를 이해 못할 일도 없다. 안 교수의 말을 곱씹어보면 셰익스피어는 앞으로도 불멸할 것이라는 얘기다. 전세계 무대에서는 여전히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이 무대에 올라가고 ‘로미오와 줄리엣’이 영화화될 것이다. 이를 보는 후세인들 또한 우리처럼 열광할 것이다.

안 교수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사극, 희극, 비극, 로만스극으로 나눴다. 사극은 왕위찬탈과정의 갈등, 투쟁을 통해 역사의 순환과 질서체계를 보여주었고 희극은 명랑한 사랑의 모습을 담고 있다는 것. 그리고 비극은 운명의 아이러니속에 파국으로 치닫는 불완전한 인간을, 로만스극은 고난을 극복하고 용서와 화해를 이루는 아름다운 모습을 그렸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4대 비극의 화두는 '인간은 무엇인가'라고 강조했다. 그 중에서도 '햄릿'은 진실, '오델로'는 사랑, '리어왕'은 삶, '맥베스'는 양심에 대해 통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우리가 고민하고 앞으로 후세인들이 고민할 문제를 400여년전에 살았던 셰익스피어는 이를 깊이 생각하고 작품으로 남긴 것이다. 20대 방황하는 시절, 우리는 한 번쯤 '햄릿'에 빠져든다.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이라는 명문구도 읊조려본다. 안 교수는 이 구절에 대해 "행동하느냐, 행동하지 않느냐.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느냐. 있음이냐, 없음이냐 등 여러가지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며 셰익스피어의 무한한 문학세계를 설명했다. 그는 또 이런 햄릿을 '진실을 찾아 헤매는 의문하는 인간'이라고 정의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영원한 주제를 놓고 매일 갈등하는 우리는 다시 셰익스피어를 읽어야 한다. 거기에는 사랑과 진실과 양심을 찾아 헤매는 사람이 있다. 그를 통해 한 수 배우고 깨닫자.

셰익스피어 전문가 안병대 교수는 누구?
30여년간 셰익스피어 연구···연극 연출·배우로도 활동

안병대 교수는 셰익스피어에 ‘미친’사람이다. 30여년간 셰익스피어를 떠나지 못하고 붙잡고 있는 그는 분명 미친 사람이다. 이런 그를 사람들은 셰익스피어 전문가라고 부른다. 현재 한국셰익스피어학회 학술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한양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영국 버밍엄대학 부설 셰익스피어연구소와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캠퍼스에서 공부했다.

저서 ‘셰익스피어 읽어주는 남자’에서 안 교수는 “대학 신입생시절부터 인천의 성심학교에서 야학교사를 했다. 매년 연극공연을 했고, 다른 단체 요청으로 연출도 했다. 이 때 ‘햄릿’을 만났다. 그런데 이 작품이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것은 연하기도, 강하기도, 달기도, 쓰기도, 떫기도, 맵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대학원에 가서 주저없이 셰익스피어를 전공했고, 셰익스피어를 사랑한 덕분에 지금은 교수라는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안정까지 얻었다고 덧붙였다. 이 책에서 그는 셰익스피어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고향인 영국 스트래트포드에 찾아가 그의 체취를 더듬으며 그리워한 얘기,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대한 해설 등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특히 안 교수는 셰익스피어 전공 교수들이 결성한 원어민극단 ‘Korea Shakespear's kids’에서 올린 작품 ‘햄릿’ ‘리어왕’ ‘맥베스’ ‘리처드 3세’ ‘태풍’ 등에 배우로도 출연했다. 야학교사 시절 연극과 만나고 이후 셰익스피어와 만난 그는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연출하고 배우로도 출연한 바 있는 특이한 교수다. 강의 도중 ‘햄릿’의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가혹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참고 견디는 것이 장한 일인가. 아니면 거친 파도처럼 밀려드는 재앙에 맞서 싸워 물리치는 것이 장한 일인가···죽는 건 그저 잠드는 것’이란 대목을 원어로 암송할 때는 연극배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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