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최연소 하원의원인 데이비드 노리스는 승승장구한다. 그러나 그는 대학 때 방탕한 모습이 공개돼 상원선거에서 초반 우세를 지키지 못하고 고배를 마신다. 패배 인정 연설을 하기 직전 현대무용가 앨리스를 알게 되고, 우연히 버스 안에서 다시 만나자 운명적인 사랑을 느낀다.

하지만 새로 출근한 회사에서 알 수 없는 무리에게 납치를 당하고 하나 같이 모자를 쓴 그들이 여는 문은 어딘가 다른 공간으로 연결된다. 사무실에서 문을 열면 풋볼 경기장이 나오는 식이다. 이쯤 되면 예리한 독자는 눈치를 챘을 것이다. 현실이 아니다. 2011년 3월 개봉한 헐리우드 영화 컨트롤러(감독 조지 놀피)의 초반 줄거리다. 사람들이 우연으로 생각하는 모든 일이 실은 ‘컨트롤러’들의 치밀한 계획에 의한 것이라는 전제로 영화는 출발한다.

컨트롤러들은 일명 ‘조정국’이라는 기관에서 일하며 ‘미래설계도’에 따라 세상이 움직이도록 일을 꾸민다. 데이비드는 미국의 대통령이 될 운명이고, 앨리스를 가까이하면 둘 다 꿈을 이룰 수 없기에 이들의 연애를 방해한 것이다. 데이비드는 미래설계도에 따른 삶의 진행을 거부한다는 것이 영화의 뻔한 결말이다.
컨트롤러들은 일이 아주 그르치게 되면 리모컨의 버튼을 눌러 상대의 기억을 ‘리셋(reset)’하기도 한다. ‘은하계에서 이민 온 외계인들이 지구인으로 변신해 살아간다’는 황당한 상상을 전제로 한 영화 맨인블랙에서도 기억을 리셋하는 장면이 나오는 것처럼.

신문을 볼수록 크게 속는다?

할리우드 영화의 상상력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때로는 세상이 온통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그만큼 미국인의 뇌는 상상력이 더 풍부한 걸까? 이에 대한 연구결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풍토 때문인 것은 분명하다. 지구촌 곳곳에 간섭하고 개입하기 위해 무장(武裝)을 늘리고 정보를 수집하는 등 비밀과 음모가 많은 나라이기 때문에 이 분야의 영화가 더 발달하게 됐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어떠할까? 이웃나라 일본에서 쓰나미로 인한 원전사고가 발생해 방사능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이때, 국민의 안전에는 정말 문제가 없는 걸까? 때마침 멈춰선 고리원전은 또 문제가 없는 걸까? 방사능 물질의 정도가 극미량이다. 기준치 이하라는 발표는 국민들을 안심시키지 못했다. 지난해 말부터 우리나라를 휩쓴 구제역으로 우제류 340여만리가 살 처분된 것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수입축산물을 들여오기 위한 음모였다는 소문이 인구에 회자될 정도였다.

충청리뷰는 667호(3월4일자) 커버스토리로 진천군 문백면 도하리의 돼지 매몰지의 침출수 현황 등을 보도한 바 있다. 충북도와 진천군은 전문가들을 내세워 기름덩어리가 둥둥 뜬 썩은 물이 침출수가 아니라고 우겼다. 그러나 매몰지를 파내 오염 토양을 인근에 야적하는 등 구제역 매몰지를 몰래 옮긴 것이 지난 4월23일 환경단체 회원에 의해 확인됐다. 그래도 당국은 침출수 때문이 아니라 주민들의 걱정 때문이었다고 해명했다.

우리가 알고 사는 진실은 어디까지일까? 정부의 발표를 믿을수록, 앵무새처럼 이를 되뇌는 언론과 가까이할수록 오히려 크게 속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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