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건립 시설도 권리의 '사각지대'

의료연대 충북지역지부와 도내 요양보호사들이 요양·간병 노동자의 권리 찾기에 나섰다. 의료연대 충북지역지부는 지난 20일 오전 청주시청 브링핑룸에서 "근로기준법이 정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월급을 받으며 병원·시설 간병을 하는 도내 요양보호사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2011년 따끈따끈 캠페인'을 갖는다"고 밝혔다. 경비를 아끼기 위해 냉동 밥을 녹여 먹고 마땅한 휴게실이 없어 간이침대에서 새우잠을 자는 간병·요양노동자를 위해 병원의 직접고용과 처우개선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앞서 의료연대 충북지역지부는 전국요양보호사협회와 실태조사를 한 결과 청주·청원의 32개 요양시설 중 신신요양원, 충북복지연합 요양원, 형통요양원, 은혜의 집, 늘푸른 쉼터 등 5개소를 제외한 27개소가 법정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월 평균 110여만 원을 포괄수가로 지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하루 12시간 맞교대나 혹은 24시간 격일근무를 하면서 1인 8∼9명의 환자를 공동 간병하는 살인적인 노동력을 소화하면서도 연·월차 수당, 퇴직금은 물론 연장, 야간, 휴일수당도 못 받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법정 최저임금만 보장해도 월 평균 20여만 원 이상을 더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도내 노인요양시설 종사자가 1000여명에 이른 점을 볼 때에 적어도 연간 수십억 원의 임금이 미지급되고 있다고 추산했다. 특히 청주시와 충북도가 세워 위탁을 준 시설  조차도 법정 최저임금 등을 지키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한 달은 봉사…1년 안 돼 퇴직금 미지급"
김영순 요양보호사 '치매노인 맞아가며 간병했는데…'

▲ 김영순 요양보호사
요양보호사 김영순(50·사진)씨. 그는 지난 14일 청주 D요양원의 자진폐업 신고로 일자리를 잃었다. 지난해 1월4일 이력서를 들고 D요양원을 찾은 뒤 5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꼬박 하루 8시간 동안 시설 노인 목욕 및 돌봄 봉사를 한 뒤 얻은 직장이었다. 하지만 시설장은 김 씨가 근무한 일수가 '1년이 안 된다'며 '퇴직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월 한 달여 동안은 일당을 받아가며 한 봉사 기간으로 정식 채용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시설 폐쇄로 인한 권고사직이나 해고 통보도 아니고 본인이 직접 그만둔 경우라 고용보험이 규정한 실직수당 대상자도 아니란 주장이다.

하지만 김 씨의 진정에 대해 대전지방노동청 청주지청은 해고 및 연차 수당이 포함된 퇴직금 250여만 원을 지급하라는 시정조치를 해당 시설장에게 내렸다. 김 씨가 지난해 1월11일부터 정식 출근해 야간 12시간 이상 맞교대 근무를 지속적으로 해 왔고 시설 폐쇄시점까지 따져 보면 1년 이상 근무가 인정된다는 이유에서다.

또 D요양원은 시설 인가 기준에 맞추기 위해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를 하지도 않는 간호사를 근무한 것처럼 신고를 해 6700만원의 과징금을 물게 되자 자진폐업신고를 했지만 시설 운영주체는 모종교시설로 바뀐 것이 없다는 점도 참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D요양원은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지인 간호사를 월, 수, 금, 하루 8시간씩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채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 씨는 "지난해 1월 초 면접을 볼 당시에 월급으로 110여만 원, 퇴직금은 별도로 지급한다고 했다. 하지만 4대 보험을 제하고 실제 수령액은 102만원 안팎 이었다"며 "퇴직금도 한 달 봉사기한을 제하면 1년이 되지 않아 지급할 수 없다는 얘기였다. 그것도 폐업 하루 전날인 지난해 12월30일 들은 얘기다. 가장 최악의 신년을 맞이해야 했다. 더욱이 1년이 넘은 사람도 재고용을 조건으로 퇴직금 지급을 6개월 유예한다며 수용할 수 없으면 그만두라기에 그만뒀다"고 말했다.

그는 2007년 8월부터 2년 동안 재가요양보호를 하다가 2009년 10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3개월 동안 청주 S요양원에서 일하다가 이듬해 D요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다른 요양원도 마찬가지이지만 9명의 노인을 돌보기 위해선 적어도 3명의 요양보호사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D요양원의 경우 실제 고용한 인력이 적어서 요양보호사 1인이 무려 15명의 노인을 공동 간병하기도 했다"며 "심지어 밤마다 보따리를 싸고 폭력적인 치매 노인을 돌봐가며 1년여를 근무했는데 정작 퇴직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황당한 말을 들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청소며 빨래… 하루 2시간 휴식 강요도"
이선애 요양보호사 '체불임금 모두 받았으면…"

▲ 이선애 요양보호사
지난해 4월23일 후임 간병인과의 갈등으로 청주 S요양원을 관둬야 했던 이선애(61·사진) 요양보호사. 그는 하루 12시간씩 2명이 교대로 8명의 중환자를 간병해야 했다. 산소 호흡기에 의지한 환자들이라 욕창관리부터 호흡기 세척, 기저귀 교체까지 궁둥이를 붙일 겨를 없이 긴장된 12시간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지난 2009년 4월23일부터 2010년 4월23일까지 꼬박 1년 동안 근무한 S요양원을 권고사직하면서 들은 얘기는 퇴직금이 따로 없다는 얘기였다. 월 120만원의 급여 중 10만원이 퇴직금으로 정산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씨가 매월 수령한 급여는 4대 보험을 제하고 110여만 원이었다. 이 씨는 "처음 퇴직금이 따로 없다고 얘기 했지만 1년이 지나면 근로계약서를 쓸 줄 알았다"며 "하지만 쉬지도 않은 하루 4시간의 휴식시간, 쓰지도 않은 월차를 계산해 임금을 지급한 것으로 되어 있었다"고 꼬집었다.

이 씨는 이 같은 부당함에 대해 대전지방노동청 청주지청에 진정을 넣어 400여만 원의 체불임금에 대해 지급받게 됐다. 이 씨는 "퇴직금을 못 받은 경험이 많다"며 "S요양원에서 근무하기 이전인 지난 2006년 6월부터 근무했던 청주 C노인병원에서도 근무일수가 1년에서 7일이 빠진다고 해서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 또 다음에는 개인 간병인으로 퇴직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들어야 했다"고 전했다.

그는 "청주의 한 노인병원은 근로계약서에 근무시간과 휴식시간, 취침시간을 모두 명시해 요양보호사에게 부담을 준다. 또 요양보호사에게 청소며 빨래까지 강요하고 있다"며 "어떤 요양병원은 하루 2시간 휴식을 명시한 근로계약서에 강제서명을 하도록 하고 오히려 임금에서 8만원을 퇴직금으로 공제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또 "간병인도 사람인데 일부 요양보호시설은 감염관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간병인들이 병원 2차 감염에 노출되어 있기도 하다"며 "경비를 아끼려 비닐기저귀 사용이 문제 되었던 청주의 한 노인요양병원도 사실은 환자 가족이 참다못해 언론에 제보한 것으로 안다. 제대로 간병은 하지 않으면서 받지 않던 간병비를 받은 것이 원인이 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을 계기로 모든 요양보호사와 간병인들이 체불임금을 제대로 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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